금속노조 교섭권 어떻게든 뺏으려는 SK
금속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교섭을 회피하는 SK케미칼을 규탄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5월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SK케미칼 본사 앞에서 ‘SK케미칼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SK케미칼이 청주공장에 금속노조가 생기자 지금까지 문제없던 SK디스커버리 소속 백신·의약품 계열 노동자들의 공동교섭을 분리하겠다고 한다”라며 “이중잣대를 버리고 공동교섭에 응하라”라고 촉구했다.
SK그룹 지주사 가운데 하나인 SK디스커버리 아래 백신·의약품 계열사로 SK케미칼, SK플라즈마가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 자회사이다.
SK케미칼 청주공장, SK플라즈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3사 노동자들은 한국노총 SK케미칼LS Biz노동조합으로 사측과 공동교섭을 해오다가, 최근 금속노조 SK디스커버리LS지회로 조직변경을 했다.
이들 3사 노·사는 법인은 다르지만, SK디스커버리의 백신·의약품산업을 오랫동안 벌여와서 공동교섭에 응하고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노총 소속이던 3사의 현장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노조답지 않고 회사의 관리와 통제 속에 노동자 관리 역할을 하는 노조를 비판하며, 지난 3월 30일 금속노조 지회를 설립하고 교섭을 요구했다.
▲ 금속노조가 5월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SK케미칼 본사 앞에서 ‘SK케미칼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변백선 |
▲ 금속노조가 5월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SK케미칼 본사 앞에서 ‘SK케미칼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변백선 |
공동교섭에 나오던 세 개 사측은 4월 9일 노·사 상견례에서 성실교섭을 약속했지만, SK케미칼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분리 교섭을 고집하고 있다. SK플라즈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성실교섭을 위한 실무협의와 기본협약체결에 나오고 있지만, SK케미칼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SK케미칼 청주공장은 울산공장과 한 법인이다. 의약품을 제조하는 청주공장의 금속노조와 유기화학제품을 제조하는 울산공장의 한국노총 노조 등 두 개의 복수노조 상태다. 울산공장 한국노총 조합원이 200여 명 많다.
금속노조는 SK케미칼이 교섭창구 강제 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SK케미칼 청주공장의 교섭권을 금속노조에 넘겨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본다. SK디스커버리LS지회 교섭에서 SK케미칼 청주공장 교섭을 빼겠다는 계획이다.
이정배 금속노조 SK디스커버리LS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SK케미칼은 노동조합이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조 금속노조로 바뀌자 3사 공장 노동자 사이를 가르려 한다. SK케미칼의 교섭회피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회는 “SK케미칼의 음모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다”라며 “SK케미칼이 청주공장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박탈하며 우롱하면, 금속노조는 결단코 묵과하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5월 6일 ‘SK케미칼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가 SK디스커버리LS지회와 함께 SK 현장의 낡은 관행을 날리며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미로 북을 치고 있다. 변백선 |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SK케미칼, SK플라즈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19 등 백신을 생산하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라며 “백신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만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3사 사측은 기존 공동교섭 방식으로 교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지난 3월 18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증권거래소 앞에서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으로 북을 쳤다”라면서 “금속노조가 SK디스커버리LS지회와 함께 SK 현장의 낡은 관행을 날리며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라며 북을 세 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