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 집단 근로복지공단 처벌하시오”
금속노조가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 이재갑 노동부 장관 등이 저지른 산재보상보험법·시행규칙 위반과 산재보상 사업 관장·관리·감독 의무 불이행 등의 죄를 처벌해달라며 고발했다.
더불어 노조는 감사원에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의 위법·부당 행정의 책임소재를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달라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공익감사는 공공기관의 사무처리, 소속 공무원 등의 직무가 위법 또는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할 경우 19세 이상, 300명 이상 국민의 연서명으로 청구할 수 있다.
노조는 5월 6일 울산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근로복지공단 강순희 이사장 공익감사 청구와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공단이 산재보상보험법 1조, 시행규칙 8조·20조·21조 등을 어겨 ‘신속·공정한 보상, 산재노동자 재활과 사회 복귀 촉진’이라는 법의 목적을 훼손하고, 산재 노동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범죄를 저질렀다”라고 밝혔다.
▲ 금속노조가 5월 6일 울산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근로복지공단 강순희 이사장 공익감사 청구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동준 |
▲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5월 6일 울산시 근로복지공단 앞 ‘근로복지공단 강순희 이사장 공익감사 청구와 고발 기자회견’에서 강순희 이사장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
산재보상보험법 시행규칙 21조는 공단이 요양급여 신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지급 여부를 신청인과 회사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단이 2020년 공개한 평균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은 172.4일, 근골격계 산재처리 기간은 121.4일이다. 법은 일주일 안에 지급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지만, 공단은 17배 이상 시간을 끌고 있다.
법 시행규칙 8조는 판정위원회는 공단이 업무상 질병으로 심의를 의뢰하면 20일 이내에 판정·통보하고, 부득이한 경우 한차례 10일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단이 밝힌 2020년 전국 여섯 개 판정위 평균 판정기간은 업무 관련성 특별진찰 시 49.4일이었고, 특별진찰하지 않은 경우 44.9일이 걸렸다.
법 시행규칙 20조는 산재노동자가 요양급여를 신청하면 공단은 회사에 통보하고, 회사는 10일 이내에 신청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공단은 법의 취지에 따라 회사가 의견을 내지 않으면 즉시 산재처리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임의로 사측의 의견 제출 기간을 고무줄처럼 늘려주고 있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회사가 버티는 기간이 길어지면 재해조사부터 지급 여부 결정까지 모든 절차가 몇 달씩 늘어진다.
“노동부, 공단 위법 알고도 감독 안 해”
노조는 “노동부가 산재처리 지연으로 노동자가 생계 고통, 해고 위협, 건강 악화 등에 시달리는 현실을 알고도 산재보상 업무 위탁 기관인 공단의 위법·부당행위를 관리·감독하지 않아 산재노동자의 권리를 짓밟았다”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노동부가 산재처리 지연 사태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설립한 2008년 이후 약 14년 동안 이어지고 있음을 알고도 관리·감독하지 않아 산재보상 업무 관장을 규정한 법률책임을 위반했다”라고 지적했다.
▲ 금속노조가 5월 6일 울산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근로복지공단 강순희 이사장 공익감사 청구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동준 |
▲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5월 6일 울산시 근로복지공단 앞 ‘근로복지공단 강순희 이사장 공익감사 청구와 고발 기자회견’에서 공단의 범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신동준 |
박세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기자회견에서 공단의 충격적인 직무 태만 실태를 밝혔다. 박세민 실장은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공익제보를 근거로 “공단 재해조사 담당자가 595명이었고, 2018년 441명이 추가돼 산재보상 재해조사 인력이 1,000명이 넘는다”라고 설명했다.
박세민 실장은 “2020년 근골격계 산재신청은 9,925건이고 조사인력이 1,000명이므로 한 명이 5주에 1건을 처리할 수 있다”라면서 “5주에 1건도 처리 못 해 산재처리를 넉 달 이상 지연시킨다면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처리 지연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매년 산재신청 건이 너무 늘어 처리가 지연되고, 정신없이 일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이었다.
박세민 실장은 감사원이 공익감사를 통해 공단과 노동부의 직무 태만과 14년 동안 이어진 산재처리 지연의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세민 실장은 “감사원은 신속한 보상을 통한 노동자 보호라는 산재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지킬 수 있도록 공단과 노동부에 제도 개선, 권고 조처를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4월 7일부터 울산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노동안전보건실과 각 지부·지회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를 중심으로 산재처리 지연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처리 지연 해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