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쿠팡의 이상한 지배구조, 한국 노동자들의 부가가치 유출

쿠팡은 서울사무소가 주된 영업장이고 한국에서의 영업이 중심사업인데도, 이상하게 본사를 미국 델라웨어에 뒀다. 모회사인 미국 Coupang, Inc가 한국쿠팡(주) 지분을 100% 소유했고, 의장은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이다. 김범석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소수지분만으로도 전체의결권의 73%를 장악해 쿠팡의 실질적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차등의결권은 주당의결권의 29배가 되는 클래스 B 주식이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모회사를 미국에 상장한 이유는, 미국의 회사법은 한국과 같이 설립 장소(생산·영업을 하는 사업장이 설립된 곳이 법적 주소지)가 아니라 등록장소를 거주지로 인정한다. 따라서 미국 델라웨어에 등록한 법인은 델라웨어 주 법을 적용받는다.

인구가 100만 명인 델라웨어에는 법인이 180만 개나 있다. 대부분 사무실도 없이 우편함만 있는 페이퍼 회사들로, 실제 생산과 영업은 다른 나라, 다른 주에서 하는데 서류상 본사 소재지만 이곳에 둔 곳이다. 델라웨어는 미국에서 하와이 다음으로 작은 주로, 경쟁력 있는 사업이 없어 기업에 관대한 회사법을 적용하여 다수의 기업을 유치하여 등록세, 취득세 등으로 재정을 확보한다.

주 법원은 규제 측면에서 친기업 성격이 분명해 경영자 측에 유리한 판결을 해주고, 기업 활동과 인수합병 등에 대해서 자유로운 지배구조 설계를 허용한다. 델라웨어는 사실상 조세피난처로 법인세가 거의 없고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아, 타 주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로열티 등이 델라웨어에 등록된 회사로 송금될 때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한국GM에서 보았듯이 한국 법인에서 벌어들인 부가가치를 로열티, 자문료, 이전가격 조작 등으로 빼 가기 쉬운 구조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29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반노동 반사회 범죄기업 쿠팡 규탄 노동자 시민 공동행동을 열어 범죄기업 쿠팡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과로·산재·노동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 쿠팡의 총체적 범죄를 규탄하며 김범석 의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국회 출석,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송승현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29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반노동 반사회 범죄기업 쿠팡 규탄 노동자 시민 공동행동을 열어 범죄기업 쿠팡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과로·산재·노동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 쿠팡의 총체적 범죄를 규탄하며 김범석 의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국회 출석,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송승현

쿠팡은 거대한 로비를 통해 한국 사업에서 특혜를 누리면서 유통·물류 산업에서 지배력을 확장했다.

첫째 미국 증권위원회에 공시된 쿠팡 등록 서류 333호는 한국 노동부가 쿠팡플렉스 파트너와 쿠팡이츠 배달원을 노동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로 판정했다고 언급했다.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추고 납품업자 관계, 근로조건 등에서 모범기업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쿠팡은 한국에서 노동착취와 안전 소홀 등으로 인한 주가 폭락을 이유로 집단소송과 주주대표소송을 당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IPO, 분기보고서, 보도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했고, 이들을 허위로 작성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주식 사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쿠팡의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2020년 장덕준 씨 등 9명의 과로사, 부천 물류센터에서 방역지침 위반으로 152명 코로나 확진, 2021년 스프링클러 결함으로 사고를 키운 덕평 물류센터 화재, 공급업체와의 불공정거래, 검색 알고리즘 조작 등이 발생했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 주가가 폭락했다는 것이다.

둘째, 쿠팡은 3자 물류인 택배업체로 지정되지 않아, 국토부의 배 번호판 발급 승인 없이 자유롭게 증차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다른 택배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그러나 정규직 고용이 부담되자 2024년 쿠팡CLS(3자 물류)를 설립하고 대리점 구조로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셋째, 쿠팡은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산재 관련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쿠팡 플랫폼노동(일반인 아르바이트 자가용)의 자차 배달을 허용했다.

넷째,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도 의장이 외국인이고 모회사가 미국 법인이라는 이유로 김범석을 동일인(총수)에서 제외하여 총수일가 지분 공개, 상호출자제한, 순환출자 금지, 사익편취 방지 등의 의무를 풀어줬다.

다섯째, 2024년 재무제표를 보면 한국 쿠팡(주)에서 특수관계자 거래 비용으로 9,300억 원이 지출됐는데, 이중 미국에 있는 쿠팡 글로벌 LCL로 6,195억 원이 나갔다. 또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업무대행 명목으로 과도한 용역비(서비스 이용 수수료 1조 8,695억 원)를 지출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29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반노동 반사회 범죄기업 쿠팡 규탄 노동자 시민 공동행동을 열어 범죄기업 쿠팡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과로·산재·노동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 쿠팡의 총체적 범죄를 규탄하며 김범석 의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국회 출석,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송승현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29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반노동 반사회 범죄기업 쿠팡 규탄 노동자 시민 공동행동을 열어 범죄기업 쿠팡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과로·산재·노동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 쿠팡의 총체적 범죄를 규탄하며 김범석 의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국회 출석,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송승현

한국 쿠팡 노동자 수만 명이 물류센터, 쿠팡CLS택배, 쿠팡이츠 등에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그러나 새벽 배송, 계약 해지, 고강도 노동 속에서 창출한 부가가치가 델라웨어에 있는 미국 모회사나 계열사로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 노동자의 희생으로 미국인 김범석의 배를 채워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로버트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규제하려는 한국에 대해 미국 기술 기업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기업 범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자국 국민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이다. 쿠팡이 한국에서 창출한 부가 한국에 세금을 내고, 노동자에게 임금·고용·복지를 제공하고, 납품업체에 정상적인 납품단가를 주고,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쓰이도록 감시·관리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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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kctu.news@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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