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30년, 산별노조·산별교섭 어디까지 왔나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이 지나온 30년 역사를 각 영역별로 평가하며, 향후 민주노총이 나아갈 기획 토론회가 개최됐다. 첫 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초기업) 교섭으로, 지난 18일 오후 3시 개최됐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의 건설과 활동을 통해 노동운동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결심했다. 민주노총은 강령에서 "산업별 공동 교섭, 공동 투쟁 체제를 확립하여 산업별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전체 노동조합 운동을 통일한다"고 밝히고 있다.

산별 조직은 확대됐지만, 초기업교섭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초기업교섭을 현실화하는 것은 민주노조 운동의 발전, 한국 사회 노동시장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가 된 지금, 다시금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을 둘러싼 한계와 현실적인 진단이 나왔고, 산별교섭을 추진하는 노동 현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산별노조를 둘러싼 논의와 역사를 개괄한 뒤 오늘날 한국 산별노조의 가장 큰 특징은 혼종성이라고 짚으면서 한국 산별노조는 처음부터 완성된 청사진을 가지고 도입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별로 조직돼 있다가 조직 전환으로 산별노조가 되는 과정이 있었고, 1992년부터 본격화된 ‘대산별노조론 대 소산별노조론’ 논쟁은 민주노총 출범 과정에서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한국 산별노조가 보여주는 ‘혼종성’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이어 "혼종성은 단순히 불완전하거나 미완성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다양한 연대 원리와 조직 논리가 하나의 형태 안에서 공존하고 경쟁하며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지역연대론의 ‘조직화 중심성’, 업종연대론의 ‘교섭 중심성’, 재벌그룹연대론의 ‘기업별 실리주의’가 완전히 통합되거나 어느 하나로 수렴되지 않은 채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혼종성은 통일된 전략과 일관된 실천이 어렵고, 내부 갈등과 긴장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역과 업종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쉽지 않아서 이를 조정할 내부 역량이 핵심 과제로 대두된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 화물, 학교비정규직, 택배, 레미콘 등 불안정 노동자들이 초기업교섭을 통해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달성했으며, 이는 동종과 유사 업종 노동자의 조직 확대로 이어졌다. 동시에 노동시장 지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초기업교섭 구조와 관행이 정부 정책 또는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확인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초기업교섭에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하면서 공공부문의 경우 모범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 대전환(디지털·기후위기) 시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서도 초기업교섭의 중요성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기업교섭 활성화 방안과 이행을 위한 과제를 발제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과도한 임금 격차를 줄이고 통일적인 노동조건을 만들기 위해 초기업 교섭의 활성화를 국정과제에 담았지만, 다소 지연되는 모양새로, 아직 구체적인 법 제정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노동부가 초기업 교섭 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관심을 좀 덜 둔 결과고, 다른 나머지 중앙 부처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상황들이 안타깝다. 정부 차원의 초기업 모델과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민간부문의 초기업 교섭 지원도 함께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패널 토론에 나선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현재는 산별 명목과는 거의 상관없는 직종이나 사업장이 포함돼 있거나, 같은 직종이 여러 산별 노조에 따로 조직된 상태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산업별로 경계 짓는 것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한 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조직화와 교섭들을 노동자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나. 현재의 상황에서 역시 어떤 방식이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에 기여하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숙고돼야 한다"고 했다.

이주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초기업교섭은 민주노총이 오래동안 강조돼 온 과제이지만 사업계획과 현장 실천의 괴리가 크다. 노사관계 개혁 과제가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로 채택된 시기이니 만큼 활성화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흐름을 주도하되 현장과 산업의 노사정 대화, 전문가 지원,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가맹 산하 조직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산별·초기업교섭 경험 축적은 노동자의 초기업적 연대·단결을 촉진해 구조조정 대응력이나 대정부 투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문제는 금속 산별교섭이 수년째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산별교섭의 사회적 유용성 확보, 조직 내 동력 형성, 사용자 거부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발제했다.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건설산업의 경우 건설 사용자와의 교섭과 더불어 노정교섭 등 요구 관철을 위한 방안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연맹과 가맹조직은 대정부 노정교섭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을 실현한 바 있다. 중앙 산별교섭뿐 아니라 다양한 초기업교섭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민주노총 30주년 기획 토론회 첫번째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다. 18일 오후 3시 민주노총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연주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중앙교섭을 통한 구조적 개입을 시도해 왔지만, 국·사립대병원 사용자의 교섭 불참으로 산별중앙교섭의 위상은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을 참여시켜 공공성이 강화된 표준을 만들어 이를 미달할 시 최저선으로 맞출 수 있도록 요구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영훈 민주일반연맹 비대위원장은 "자본의 유연화와 노동시장 내 이중화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산별이라는 당위성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 아닌가. 공통의 처지와 요구를 가지고 있는 업종별 산별로 조합원들이 조직하고 투쟁하고 파업해 사회적 교섭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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