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경쟁 멈추고 생명 지키자”… 광화문서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열려

11월 24, 2025 교육선전부장 17 Views 0 댓글

과로사 반복되는 새벽배송 구조 규탄하며 심야·주7일 배송 중단 촉구
유가족 “사람 목숨보다 급한 택배 없다” 절규…노동·시민사회 대책 요구
“택배노동자 죽지 않는 시스템 전환, 기업·정부 책임” 목소리 확산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과로사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이 23일 광화문에서 진행됐다. ⓒ서비스연맹

“사람의 목숨보다 급한 택배가 어디 있습니까, 왜 가족을 위해 일하던 사람이 가족에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됐습니까”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를 슬로건으로 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새벽배송·365일 배송 경쟁이 특수고용 택배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강요한다며 구조 전환을 촉구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쿠팡에서만 여러 해에 걸쳐 과로사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택배노동자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는 시민 참여 부스 운영과 자유발언이 이어진 뒤 본대회와 행진이 진행됐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공동대표는 “과로사 없는 새벽배송은 이미 다른 산업에서 검증된 개선 방식”이라며 “고용·임금·서비스를 줄이지 않고도 변경 가능하지만 기업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노동자·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던 택배노동자 오승용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유족들이 대회에 참여해 발언을 했다. 고 오승용씨 부인은 남편이 충분한 휴식 없이 새벽배송에 투입된 뒤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증언하고 “사람 목숨보다 급한 택배가 어디 있느냐”며 책임 규명을 호소했다. 어머니는 “이 죽음은 우연이 아니라 제도가 노동자를 버린 결과”라며 정부의 진상조사와 제도개혁을 요구했다. 누나는 “쿠팡의 속도 경쟁과 구조적 폭력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았다”며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현장은 여전히 지옥”이라며 “분류작업·3회전·시간 제한 배송 등 과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 한 명도 더 쓰러지지 않는 현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람의 목숨보다 급한 택배가 어디 있습니까, 왜 가족을 위해 일하던 사람이 가족에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됐습니까” 최근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던 택배노동자 오승용씨의 유족들이 대회에 함께 했다. ⓒ서비스연맹

“편리함 위해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그 편리함 원하지 않는다” 소비자 발언

정다울 ‘주 7일 배송이 필요없는 소비자모임’ 기수는 “로켓·새벽배송의 편리함 뒤에 노동자의 희생이 있다”며 “공산품은 일반배송을 기본값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숙영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새벽배송은 편리함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이라며 “조금 늦게 받아도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서아론씨는 “누군가의 과로 위에 세워진 편리함은 정당하지 않다”며 배송 속도 완화를 요구했다. 자영업자 이호준씨는 “심야배송 축소는 골목상권에도 긍정적”이라며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한 편리함은 필요 없다”고 했다.

“주 7일·새벽배송 ‘혁신’ 아니라 착취…쿠팡 시스템이 과로사 확산시켜”

한진 택배노동자 손기열씨는 “주 7일·새벽배송은 혁신이 아니라 노동자를 갈아 넣는 폭력”이라며 “정부가 못 하면 우리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 최윤신씨는 “쿠팡은 중복출차·후레시백 수거·분류작업 등 공짜노동을 시키며 7시 배송을 강제한다”며 “비상식적 시스템이 과로사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제도 개선 의지가 제기됐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 조사에서도 과로 구조가 그대로였다”며 “심야·야간노동을 규제하고 표준계약 이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쿠팡은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생명을 우선하는 시스템으로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쿠팡의 비정상적 업무체계가 과로사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야간노동 축소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 3차 사회적 합의·정부·기업 책임 촉구 선언

각계 선언문에서 참가자들은 △쿠팡의 사과와 실질적 과로방지 대책 △속도 경쟁 완화 △심야·휴일 배송 규제 △노동시간 단축과 수익 보전 △정부·국회 책임 강화 등을 요구하며, “속도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행진 참가자들은 새벽배송 경쟁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택배를 천천히 받아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 목숨보다 급한 택배는 없다”고 외치며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무대 중간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이한철 밴드, 세여울이 참가자들과 마음을 모으는 공연을 진행했다.

오늘 대회를 만든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에는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참여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민생경제연구소, 정치하는엄마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진보연대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