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퍼주기, 불평등한 한미 관세 협상… 국내 투자 감소, 고용 불안 커질 것
10.29 관세협상 타결… 실체는 ‘미국 퍼주기’
“노동자 민중 복지와 일자리가 축소되는 불평등 협상”
지난 10월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됐다. 정부는 투자금 3,500억 달러를 연 200억 달러로 줄였고 남은 1,500억 금액은 마스가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며 ‘우리의 부담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없던 관세를 15% 부담하게 됐고 미국의 요구금액을 한 번에 내느냐, 나눠 내느냐의 차이 뿐이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이를 두고 ‘실제로는 미국 퍼주기이자 노동자 민중의 복지와 일자리가 축소되는 불평등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혁 원장이 보내온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2,000억 달러 현금 투자
돈은 한국이 내고 투자처는 미국이 정하는 종속적인 구조
트럼프의 요구대로 한국은 2,000억 달러(284조원)를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했는데, 10년간 200억 달러씩 분할 투자로 시간은 벌었으나 국부 유출에는 변함이 없다.
펀드의 투자위원회는 미국 상무부가, 협의위원회는 한국 산업부가 맡는데, 협의는 구속력이 없다. 돈은 한국이 내고 투자처는 미국이 정하는 종속적인 구조다.
자본주의에서는 투자자에게 투자 수익을 명확히 보장한다. 주식에 투자한 주주는 기업 순이익의 20~25%를 주식 보유분만큼 배당받고 언제든지 팔아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채권에 투자하면 매년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을 받는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는 수익률이 4%이다. 펀드에 투자하면 원금 회수 시기를 명시하고 수익은 투자자와 운영자가 보통 8대2로 나눈다. 그런데 한국의 2,000억 달러 투자는 원금 보장도 없고, 수익 배분은 운영자인 미국이 50%를 가져간다. 20년이 지나도 한국이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부 유출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84조원면 교육·의료·주거·돌봄·교통을 저렴하게 온 국민에 제공할 수 있으며, 산업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10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돈이 미국으로 유출되면 한국은 외화 부족, 산업공동화, 일자리 감소 등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 조선업 부흥 위한 투자
조선업 핵심 기술과 일자리 미국 이전 우려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한국은 1,50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주로 민간 기업이 자본을 대고, 보증도 포함한다. 미국 투자로 조선업의 핵심 기술과 일자리가 미국으로 이전될 것이다. 백악관은 미국 조선산업의 현대화와 생산능력 확충 차원에서 HD현대와 미국 서버서스캐피털이 50억 달러, 한화오션이 50억 달러, 삼성중공업과 미국 조선사 비거마린이 MRO, 조선소 자동화, 선박 설계·건조 협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이 핵연료 기술을 제공해서 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생산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트럼프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4척 12조원)하라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건조해야 고용창출과 기자재 조달 등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데, 왜 자본·인력·기술을 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자동차 수출 감소와 완성차 납품 감소 예상
국내 고용문제 발생은 물론 구조조정, 지역경제 타격 위험
정부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어 성과라고 하지만, 원래 한미FTA로 자동차 관세가 한국은 0%이고 유럽연합과 일본은 2.5%였다. 이제는 경쟁자인 유럽연합, 일본도 모두 15%가 되어 한국의 비교우위가 사라졌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 투자를 확대해서 미국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31조 원에서 8월 37조 원으로 투자 금액을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판매량의 80%(현재 40%)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1~8월까지 대미 수출은 89만3천 대로 작년동기 97만 대에 비해 7.9%나 감소했다. 2025년 현대자동차 생산계획을 보면, 국내생산은 2024년 대비 5만8천763대 감소하고 해외생산은 3만2천641대 증가한다. 2025년 현대차의 미국판매는 92만 대 예정인데, 국내수출은 2024년 61만 대에서 2025년 36만1천 대로 감소할 예정이다. 2025년 기아의 미국판매는 84만3천 대 예정인데, 국내수출은 2024년 37만7천400대에서 2025년 21만2천900대로 감소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관세인상에 대한 대응은 ①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서 20만대를 증설하여 미국에서 총 120만대를 생산 ②유럽내 시장점유율 확대 및 글로벌 생산 다변화에 나서며 ③업무협약을 맺어 GM공장을 통해 현지생산을 늘리고 ④비상경영으로 국내공장 투자는 축소하고 각종 비용성 경비절감(후생복지, 작업환경, 교육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2028년 정부와 10년 잔류 약속 종료를 앞두고 있어, 지엠 노동자, 부품사, 지역사회를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회사는 최근 3년간 2조2천6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도 지속가능한 경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올해 5월 직영 정비센터 9곳과 부평공장의 유휴자산 및 일부 시설 매각을 발표했다. 올해 1~8월 내수판매는 전년동기대비 39% 감소했고, 1~8월 수출을 포함한 전체 차량 판매는 1.6% 감소해 2023년 이후 2년째 감소 추세다. 한국지엠은 미국 수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한미FTA로 0% 관세였는데 관세인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수출 감소와 완성차 납품 감소로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지법인들이 관세 압박 등으로 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하여 국내 부품사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부품업계도 완성사와 동반 진출로 미국 투자를 늘려야 하나, 2·3 협력사들은 투자 여력이 없어, 결국 국내물량 감소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철강 수출 가로막은 50% 관세
철강산업은 건설업 침체와 고율 관세로 인해 위기상태이다. 트럼프는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제품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고, 263만 톤의 무관세 쿼터를 폐지하여, 지난 8월 한국의 대미 수출은 32%나 감소하였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46%나 감소했고, 인천과 포항 공장의 일부 폐쇄와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순천의 현대IFC(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여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금융·재정지원’, ‘고용안정’, ‘연구개발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따라 유럽연합도 50% 관세를 부과하여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막힌 상태이다.
과도한 미국 투자로 한국 산업공동화
트럼프는 한국이 6,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2,000억 달러 분할투자와 조선업 1,500억 달러, 삼성·현대차·LG·SK 등의 1,500억 달러, 미국 천연가스 구입 1,000억 달러 등이다. 여기에 대한항공 362억 달러(보잉기 구입), 공군의 공중조기경보의 주계약자로 L3해리스 선정.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희토류 생산단지 미국에 건설. LS그룹의 미국 전력망 인프라 30억 달러 투자 등이 추가된다.
대미 투자로 한국 생산이 미국 생산으로 전환하면, 부가가치의 80% 정도가 미국으로 이전한다. 한국 법인이나 미국 자회사나 배당은 한국 현대차 주주에게 귀속되지만. 임금은 미국 노동자가 가져가며, 세금도 미국 정부에 내게 된다. 미국 자회사의 이익유보금은 주로 현지에 재투자하게 된다. 부품과 원자재까지 미국에서 조달하는 전기차 생태계가 구축되면, 한국 부품사와 지역경제는 쇠퇴할 수 있다.
불평등한 관세협상, 즉각 재협상해야
국회는 불평등한 관세협정을 비준하지 말고, 재협상해야 한다. 미국도 한미FTA로 합의한 상호관세 0%를 일방적으로 위반하였다.
계엄·내란으로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을 말살하려고 한 윤석열을 탄핵시킨 힘으로, 날강도 미국에 맞서야 한다. 민주노총은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을 강화하고 미국 퍼주기를 막아내어 복지와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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