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받을 권리와 스스로 돌볼 권리, 돌봄 노동자의 권리
국제돌봄의 날이 펼쳐진 주간, 돌봄 노동자와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함께 외쳤다.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2025 돌봄행진 행사가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에서 펼쳐졌다.
10월 29일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International Day of Care and Support)’은 2023년 UN 총회에서 공식 제정한 국제기념일이다. 이날 행진에는 돌보고, 돌봄받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모였다. 돌봄받을 권리와 돌볼 권리, 돌봄 노동자의 권리를 각각 보장하라는 촉구가 나왔다.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는 통합돌봄 시행(돌봄받을 권리), 유급병가·상병수당 확대 등을 통해 스스로 돌볼 권리 보장, 돌봄 노동자의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환경 조성 등이다.
백미순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돌봄의 문제는 인생의 한 시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상존했던 문제다. 인간이 누군가의 돌봄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한 뒤 “인간의 삶과 사회를 유지하고 존속시키는 데 필수적인 돌봄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와 평등, 공동체적 가치와 좋은 삶은 존립할 수 없다. 돌봄은 사적인 차원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차원의 문제이며, 정치적이고 국가적인 과제”라고 발언했다.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은 중도의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사회로부터 겪은 차별을 떠올리면서 “장애인·노인·영유아들은 개별성이 존중되지 않는 집단적 수용 속에서 그저 관리 대상으로만 전락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돌봄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돌봄받는 이들이 취약한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도성이 있는 온전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력들은 무엇일지, 여기 모인 우리들은 꼭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신질환과 고립을 경험한 당사자들이 모여 만든 ‘펭귄의 날갯짓’의 이광호 공동대표가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공동대표는 정신건강 영역에서 발생하는 돌봄의 한계를 지적하고, 처방 중심의 의료 체계가 재편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사자에게 회복이란 증상을 제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함께 일하고, 관계를 맺고,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들이 이루어질 때 회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확장된 의미의 돌봄을 이야기했다.
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돌봄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임금 차별, 임금 체불, 부당하고 과도한 업무 요구, 휴게시간 없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이에 더해 성희롱 피해를 겪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여기에 문제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계약과 비자로 위협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부당한 업무 지시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한 지원체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케어러’들의 사연도 전해졌다. 영케어러(Young Carer)란, 아픈 가족이나 친지를 돌보는 아동·청소년·청년을 일컫는 말이다.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의 공동기획자인 조기현 작가는 영케어러였던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영케어러들은 가족 돌봄의 부담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고립되며 또래 관계도 형성하지 못하고 종국에는 사회적 자립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픈 아버지는 노인이 아니었고, 막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이 있었기에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매번 들어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돌봄이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되지 않았던 결과였던 것이다.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취약해도 괜찮은 안전한 세상”이라고 했다.
집회가 끝난 뒤 이들은 보신각을 출발해 안국동사거리, 동십자각, 세종대로사거리 등을 거쳐 2.8km를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돌봄 공공성의 필요를 알렸다.
권임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부 충북지회장, 이주남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부위원장, 전현욱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 김경규 보건의료노조 전략특위장, 박현실 정보경제연맹 다같이유니온 수석부위원장이 트럭에 올라 행진 발언을 했다.
보신각 인근에서 행진을 마친 돌봄 노동자들은 돌봄받을 권리, 돌볼 권리, 돌봄 노동자 권리 보장에 대한 요구안이 써 있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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