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혜 고생했다!” 고공농성 600일 만에 해제… 민주노총 “동지 투혼 이어받아 끝까지 싸울 것”

“연대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싸움 끝이 아닌 시작”
닛토덴코 노사 교섭과 ‘외투 자본 먹튀 방지법 제정’ 촉구
민주당·노동부·대통령실 기자회견 참석해 문제 해결 약속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고생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고공에서 지상으로! 고용 승계 쟁취하자!”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이하 지회) 소속 박정혜·소현숙 조합원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지상을 떠나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600일이 되는 날, 구미 공장에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8월 29일 오후 4시를 기해 지회는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에서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지영 지회 사무장과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을 부축했다. 한 손에 무지개색 지회 깃발을 든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크레인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땅과 하늘로 갈라져 헤어진 지 600일 만에 이지영 사무장과 박 수석은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 보게 됐다. 박정혜 수석은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면서 크레인에 몸을 실었다. 크레인에서 내려오기 직전, 지회 조합원들은 ‘이제는 꽃길만 걷자’며 직접 준비한 운동화를 신겼다. 크레인이 올라갈 때부터 박 수석이 땅을 밟는 순간까지 응원과 미안함이 섞인 연대자들의 함성이 쉼 없이 이어졌다. 박정혜 수석의 600일 고공농성은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박 수석은 내려온 직후 “이렇게 오랜 시간 고공에서 농성할 줄 몰랐다. 무사히 땅에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투쟁에 항상 함께해 주시는 동지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인사했다. 이어 “승리해서 내려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두 다리로 내려올 수 있게 해준 우리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앞으로는 정부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주시길 바란다면서 “더 이상 고공에 오르는 동지가 없길 바라며,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살 수 있게 해 달라. 건강 챙겨서 더 열심히 투쟁해 승리로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박 수석과 지회 조합원들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당·정·대 관계자들과 악수와 함께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박 수석은 가족들과 간단히 인사하고 응급차에 올라타 녹색병원으로 출발했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민주당·노동부·대통령실 기자회견 참석해 문제 해결 약속
“연대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싸움 끝이 아닌 시작”

고공 해제 한 시간 전, 농성장 아래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농성 해제 하루 전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녀가기도 했다. 당·정·대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앞줄에 서서 각 발언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노동시민사회 발언자들은 닛토덴코와의 교섭 자리와 ‘외투 자본 먹튀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말이 600일이지, 이건 극한의 형벌이었다. 죄는 닛토덴코가 저질렀는데 벌은 박정혜 동지가 받았다. 뒤집어진 세상”이라면서 “쿠데타만 내란이 아니라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를 하늘 감옥에 가두고 외투 기업이 한국인을 무시하는 이 현실이 내란”이라고 한 뒤 “이제 전사가 내려오니, 금속노조는 그에 걸맞게 고용 승계를 쟁취하는 날까지 강고하게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농성 해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농성 해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농성 해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농성 해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송승현

이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외투 자본이 우리 노동자들을 대하는 악랄함의 극치를 이곳에서 확인하고 있다. 반드시 상응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만들어낼 것이다. 국민 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정부는 이 땅의 주권자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홀대 받고 착취당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한 뒤 “이 시간에도 여전히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동지 하루라도 빨리 땅을 딛을 수 있도록 세종호텔과 옵티칼의 모든 조합원들이 당당하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자”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온 나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지난 600일 동안 나라가 없었다. 나라가 나랏일을 제대로 해야 할 때”라고 운을 뗀 뒤, “오늘 오전 국무회의는 해외 순방 결과를 결산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는 마지막으로 옵티칼 문제에 대해 발언하셨다. 노동부 장관이 권한을 아끼지 말고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하셨다. 빠른 시일 내에 해고 노동자와 노사 교섭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주영 의원은 “여당과 정부, 노동계가 T/F를 꾸리고 함께 고민하면서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 배진교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 비서관은 “이 문제가 정상적으로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대통령께 제대로 보고하겠다”고 했다. 이어 민병덕 민주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박홍배 민주당 의원,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차례로 발언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기자회견에 선 당·정·대 관계자들을 마주 보고 발언했다. 김 지도위원은 “고공농성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고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곳이자, 연대가 안 되면 죽고 연대가 되면 살아서 귀환하는 곳이다. 누구에겐 벌써 600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피가 마르는 600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정말 잘 웃고 늘 웃던 박정혜 동지가 500일이 넘어서면서는 늘 울었다. 희망 텐트도 끝나고, 희망 뚜벅이도 끝나고, 광장도 닫혔다. 봄이 오기 전에 이겨서 땅을 딛자던 500일 희망 버스도 끝난 후였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했지만, 지연된 희망은 반드시 희망이어야만 한다. 600일을 싸웠던 사력을 다했던 한 인간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현환 지회장은 “이제 우리는 고공농성을 해제한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고공에서의 투쟁은 땅 위의 투쟁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땅에서 더 치열하게 더 넓게 싸울 것이며, 국회와 정부, 그리고 닛토덴코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600일의 투쟁에서 얻은 힘과 연대를 발판 삼아 반드시 승리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오늘 여기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박정혜의 투혼을 받아 안아서 이길 때까지 싸우겠다. 우리가 요구를 관철해야 다른 외투 기업 노동자도 살 수 있다”며 투지를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당·정·대를 향해 “우리는 분명히 경고한다. 이번 약속이 공허한 선언으로 끝난다면, 사회적 분노와 투쟁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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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29일 오후 4시경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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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기자 kctu.news@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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