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인 광장 시민, 사법부 정치개입 규탄… “조희대, 너 뭐 돼?”
대법원 정치개입 사법쿠데타 규탄… 조희대 사퇴 촉구
“광장 목소리 지워지지 않는 대선이 우선, 사회대개혁 이뤄내야”
광장을 메웠던 시민들이 다시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 모였다. 시민들은 대선을 앞두고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한 것을 두고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된 사건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파기환송하며 원심(무죄)을 뒤집은 것을 두고서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0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사법부 정치개혁을 규탄하는 내란청산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조희대, 너 뭐 돼?” “대선 개입 조희대는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문제는 윤석열 파면 뒤 대선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상고심 절차에 돌입해 36일만에 선고를 내놨다는 점이다. 유례 없는 속도전으로 원심을 뒤집은 것에 대해 ‘사법쿠데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사법부가 내란 동조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일선 판사들도 조희대 대법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6일 법원 정치적 중립 문제를 의제로 한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예정돼 있다.
조지훈 민변 사무총장은 “선거 한복판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깊숙이 개입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주의 원칙 위에 제대로 섰는지 근본적으로 물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조지훈 사무총장은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법관을 늘릴 것 △대법원장 1인이 법원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을 것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제도적 틀을 만들 것 등을 사법개혁의 과제로 제시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을 맡고 있기도 한 윤복남 민변 회장도 이번 파기환송에 대해 “사법부의 정치개입 정황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고려 없이 설명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윤복남 회장은 “12.3 내란죄 형사사건에서도 전례 없는 구속시간 계산법을 동원해 윤석열을 석방했다. 현재 진행 중인 내란혐의 형사재판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소송지휘가 여러 차례 이어지고 있다”라는 점을 언급하며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결정을 반복한 사법부 스스로가 신뢰를 무너뜨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복남 회장은 “사법개혁 과제가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주권자 시민이 사법감시의 주체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농민・빈민 목소리도 함께 이어져
노동자가 일터로, 농민 생존권 지키고 빈곤을 철폐하는 세상
“광장 목소리 받아 사회대개혁의 시간 만들자”
이날 시민행진 집회에서는 농민과 노동자, 빈민의 목소리도 함께했다. 각자의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12.3 비상계엄 뒤 광장에서 나왔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선 후보가 끌어안고 사회대개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이수기업에서 20년 이상 일했던 해고노동자 안미숙 씨는 “투쟁문화제에 직업 수백 명이 난입해 노동자와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라고 말했다.
또 안미숙 씨는 “윤석열이 쿠데타를 현실에서 재현하고 박정희・전두환이 시민을 때려잡은 것처럼 현대자동차가 이를 재현했다”라며 “치외법권 같은 재벌인 현대자동차에서는 투쟁하는 노동자만 처벌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회대개혁이자 내란종식”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전종덕 진보당 국회의원을 필두로 지난 6일 전남 무안을 출발해 트랙터 40여 대를 이끌고 서울 광화문을 향해 행진해 왔다. 대선 후보들에게 ‘쌀 수입 중단’ ‘농민헌법 제정’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비상행동 시민행진 무대에 선 하원오 전농 의장은 “4월4일은 윤석열이 파면된 날이기도 하지만 2년 전에는 윤석열이 거부권 1호를 양곡관리법에 행사한 날이기도 하다. 농민의 존재와 농민의 생존권을 거부당한 날이자 윤석열 퇴진투쟁 출발의 날이었다”라는 점을 언급했다.
하원오 의장은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농업을 파괴하고 농민을 말살하려는 내란농정이 이어지고 있다”라면서 “거부권 법안 재추진은 물론 농민의 요구를 받아 농업대개혁과 사회대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대선을 시작으로 개혁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남을 출발한 3차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는 이튿날 오전까지 지하철 1호선 석수역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4박6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는 이경희 활동가는 “도시빈민과 장애인에게 현실은 여전히 비상계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경희 씨는 “노점상은 탄핵 촉구 서명을 받으며 붕어빵을 나누고 쪽방주민은 한 푼 두 푼 모아 떡을 맞춰 광장에 나왔다”라며 “장애인과 철거민, 홈리스도 매주 광장을 지켰다. 이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 윤석열 심판과 함께 내란청산, 빈곤철폐 세상을 함께 만들자”라고 외쳤다.


민주노총, 고공농성장 거치는 사전행진으로 합류
“민주노총 실력과 시민연대의 힘으로 의기투합해 투쟁할 것”
비상행동 집회에 앞서 민주노총은 오후 4시부터 명동역 세종호텔 고공농성장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농성장을 지나는 행진으로 이날 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행진 출발에 앞서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하루 전날이 故 김의기 열사 45주기였음을 언급하면서 “열사가 우리에게 던진 한 마디는 ‘결코 우리의 싸움이 외로운 투쟁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는 것이었다. 하늘 고공에서 싸우는 동지들이 외롭지 않도록 투쟁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자”라고 강조했다.
故 김의기 열사는 1980년 5월30일 투신에 앞서 유신잔당 타도를 위해 함께할 것을 호소하며 ‘동포에게 드리는 글’이란 유서를 남겼다. 열사는 당시 유서에서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돈 가진 자와 권력을 가진 자를 제외한 온 민중이 생존권의 위협을 똑똑히 보고 있다. 개처럼 노예처럼 살 것이 아니라 환희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후손에게 치욕의 역사가 아닌 자랑스럽고 떳떳해야 한다”라고 썼다.
함재규 부위원장은 “외세에 기대 길게는 120년 묵은 극우 파시스트 내란전쟁 세력은 물론 그들과 공생하며 민중을 착취하는 악질 자본을 하나씩 단죄하고 투쟁하는 동지들이 온전히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좌고우면할수록 동지들의 투쟁과 고통은 더해질 것이다. 대선을 마주한 시공간이라고 느슨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또 한 번의 실천투쟁으로 우리의 동지들이 저항하고 투쟁하고 있음을 세상에 간곡히 호소하자. 더 넓고 깊게 연대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자”라며 “민주노총의 실력과 시민연대의 힘을 믿고 뚝심있게 투쟁하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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