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전면 보장’ 대신 노동약자 선별지원? 민주노총, “노동권 약화시키겠다는 기만”

윤석열 정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 규탄 기자회견
"시혜 아닌 권리를, 모든 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민주노총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을 규탄했다. 사진=송승현

공갈빵, 기만, 눈속임, 생색, 시혜, 동정, 떡고물, 갈라치기······.

민주노총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노동약자 보호법의 기만을 지적하면서 언급된 단어들이다. 기자회견은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정부는 노동약자보호법을 추진하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작은사업장에서 일하는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를 대상으로 일부 지원을 통해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노동조합은 조직률이 낮고, 거대기업 중심이므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게 취지다.

민주노총은 이미 수차례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법과 제도 안에서 보호하고, 노조를 만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입법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용해야 하고, 노조법 2조와 3조를 개정해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교섭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 등이다.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앞에 두고, 정부가 선별을 통해 '지원'하는 식으로 구제하겠다는 주장은,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기만적인 노동자 배제 합법화 법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한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약자에게는 정부의 면피가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한 노조법 2조를 개정하는 것이 노동현장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해 양 위원장은 "더욱이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스스로에게 향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민주노총에 돌리고 싶은 모양인데, 노동자 모두가 공동으로 요구하는 것은 윤석열정권의 퇴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정권이 노동자와 시민을, 울타리 안과 밖을 갈라치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아무런 실효가 없을 뿐 아니라 퇴행적 조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민주노총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을 규탄했다. 사진=송승현
민주노총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을 규탄했다. 사진=송승현

류하경 민변 변호사는 "노동약자지원법은 복지대상을 보편적 '노동자' 계급으로 인정하고 '적정선'의 청구를 할 수 있는 국민으로 정당하게 대우하면서 서비스하는 방향이 아니라 '최저기준'을 국가가 시혜적으로 맞춰주는 사후적 '빈민구제'인 방향이다. 왕정시대에나 흔했던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약자'로 규정하고 있을 노동권 사각지대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들이 직접 규탄발언에 나섰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배달노동자는 최저임금 보다 낮아지는 운임으로 과속, 과로 경쟁하며 위험에 노출되지만, 산재보험으로 받는 휴업급여도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고 전한 뒤 "우리도 지휘감독을 받고, 취업규칙 같은 복무규정을 적용받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패널티도 받지만, 법정근로자에 비해 온갖 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노동자들이 볼 때 정부여당이 말하는 노동약자보호법은 그저 '공갈빵'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구 지부장은 "노동약자보호법같이 근거도 족보도 없는 제도를 만들려 하지 말고, 기존에 있는 근로기준법 노동법으로 일하는 모들 이들의 권리보장을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창배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보장을 요구한다"고 강조하면서 "얼마 전 대리기사가 노조법상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제 플랫폼 기업 중 노조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인하는 곳은 없는데, 도리어 정부와 여당은 근기법이나 노조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약자보호법'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더군다나 윤석열은 노동약자 보호에 필수적인 노조법2.3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으로 매도했다. 노동기본권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오히려 노동약자를 양산하면서 무슨 노동약자 보호법이란 말인가,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라고 짚었다.

서다윗 서울남부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미래’ 집행위원장을 역임 중인 금속노조 남부지역 지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 보호법의 본질은 시혜와 동정에 있다. 노동자들을 권리의 주체, 함께 살아가는 대화의 상대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권리의 실체로서 노동조합은 하지 말고, 주어진 떡고물이나 주워 먹으라는 얘기"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에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노조법 2, 3조 개정 등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써, 권리의 주체로서 ‘말할 권리, 행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있는 법을 조금만 손질하면 될 것을, 없는 법을 새로 만들며 생색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을 규탄했다. 사진=송승현
민주노총이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기만적 노동약자보호법을 규탄했다.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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