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노조활동에 정부 간섭 말아야” ‘건설노조 탄압 반대’ 결사의자유 위원회 권고 채택한 ILO
“공갈협박 덧씌워 노동자 자결 이르게 했다” 진정에 ILO ‘유감표명’
“한국정부, 평화적 노동자 단체 행동 범죄화…누구도 기소 말아야”
“ILO 권고 받아든 한국정부, 정반대로 왜곡해 보도자료 배포”
ILO 이사회가 윤석열 정부가 자행한 건설탄압에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 정부가 건설노조의 정당한 노조활동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채택했다.
ILO 이사회는 7일(제네바 현지시각)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의 조합원들이 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독 결정하는 것은 ILO 기본협약 98호 협약(단결권·단체교섭권)에 어긋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의 권고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권고문에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사건과 같이 평화적 단체행동을 조직해 요구 사항을 협상하거나, 작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상의 미비점을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누구도 체포, 기소 또는 형을 선고받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건은 건설산업연맹, 민주노총, 국제건설목공노동조합연맹(BWI)이 2022년 10월 20일, 공정거래법 적용을 통한 건설노조 활동 탄압, 조합원 채용·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단협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건설노동자들을 형사처벌한 사건에 대해 진정(결사의 자유 위원회 사건번호 3436)한 것이다 .
위원회는 진정 내용을 ①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채용 요구가 정당한 단체교섭 대상인지 여부 ②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기계분과의 활동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제한한 점 ③ 현장별 교섭에서 채용, 타임오프 및 노조발전기금 설치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하고 사용자를 압박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 위반을 신고한 활동을 형사범죄화(협박,강요, 공갈)한 점 등으로 구분하고, 진정 단체들의 주장과 정부의 답변을 종합해 판단했다.
조합원 채용 요구가 정당한 단체교섭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진정단체들(건설산업연맹, 민주노총, 국제건설목공노동조합연맹)은 ‘건설산업은 단기간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며 사용자들이 조합원 채용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어서 협상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고용 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들인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건설 산업의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 조직과의 협의를 개시하여 해당 부문에서 고용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건설 현장에서의 채용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단체교섭 실질적 인정되는가'가 핵심이라 판단
진정단체들은 또한 정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건설산업연맹 산하조직인 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의 활동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한한 것도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건설기계분과 조합원들은 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 트럭, 굴착기를 운전하는 노동자로, 오랜 기간 동안 노조 활동에 참여해 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해당 노조(지부)를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면서, 정당한 노조활동(임금교섭 지침 설정, 해당 지침에 따라 임대료 및 임금협상 실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전문건설업체에 대한 항의행동)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다. 정부는 건설기계분과의 활동이 노조와 건설회사 간 단체교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제116조의 적용이, 자영노동자 단체의 노동조합 지위가 명확하게 인정되고 ‘정당한 단체교섭’ 및 ‘정당한 노동쟁의’가 단결권의 원칙 및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을 충실히 반영해 해석되는 경우, 공정거래법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사이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주목한다”고 밝힌 것이다.
다시 말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위원회는 봤다. 또한 위원회는 “모든 노동자가 단결권 및 단체교섭의 원칙을 완전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해 왔음을 강조했다.
“공갈협박 덧띄워 노동자 자결 이르게 했다” 진정에 ILO ‘유감표명’
“한국정부, 평화적 노동자 단체 행동 범죄화… 누구도 기소 말아야”
마지막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경찰의 집중수사,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한 것을 강요, 협박, 공갈 협의로 형사처벌한 것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는 우선 양회동 열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해 1~8월 진행된 ‘특별 경찰 단속’ 관련, 건설노조 조합원 1,700명이 강요 및 협박 혐의로 소환된 점, 특히 시간외수당을 요구하거나 수령한 행위로 ‘공갈’ 혐의를 받은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갈 및 협박 혐의로 조사를 받던 조합원 양회동 씨가 2023년 5월 1일 노동절에 분신 자결한 사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조합 활동을 ‘범죄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이전 사건 (결사의 자유 위원회 340차 보고서)에서 이미 인정한 바 있는 ‘유급 전임활동 요구’를 범죄로 본 것에 대해서도 지적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요구가 왜 심각한 범죄로 간주됐는지 구체적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본 사건에서 정부가 건설업에서의 채용에 관한 단체교섭을 금지하고자 한 노력이, 해당 사항에 대한 교섭 요구 시도를 범죄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결론에서는 “종합적으로,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과 같이 평화적 단체행동을 조직해 요구 사항을 협상하거나, 작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상의 미비점을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누구도 체포, 기소 또는 형을 선고받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청한다”고 권고했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고용노동부는 ‘눈가리고 아웅’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보고서가 ILO 이사회 웹사이트에 공개되자마자 고용노동부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판단과 권고를 부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즉시 배포한 것을 두고서다.
“ILO 권고 받아든 한국정부, 정반대 왜곡해 보도자료 배포”
“‘건설노조 정당하다’는 내용의 권고문 제대로 읽기는 했나”
고용노동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ILO는 건설노조 행위를 정당하다고 하거나, 정부 조치를 협약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요청’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후, “공식 답변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및 그간의 협약이행 노력과 개선 내용 등을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또 “ILO는 국내법을 존중하며, 정부는 국내법에 따라 노사불문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했다”는 내용도 보도자료에 담았다.
민주노총과 건설산업연맹은 정부의 보도자료를 두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정부가 과연 위원회의 권고를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탄하고 나섰다.
건설노조가 소속된 건설산업연맹과 민주노총, 건설 부문 국제산별연맹인 국제건설목공노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제소한 건이며, 노사정 삼자로 이루어진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검토하고 또 노사정 삼자로 이루어진 이사회가 이를 채택한 것이다.
이는 정부를 상대로 노동조합이 제소한 사건에서, 정부가 노동조합의 요구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고, 공정위를 통해 노조 활동에 개입하지 말라고 판정한 것이고, 또한 정당하지 않은 조치로 건설노조 조합원 39명을 구속시켰으니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판정한 셈이다.
또한 ‘국내법에 따라 조치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서는 “정부가 ILO의 권고를 실질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 이번 결론이 발표되는 시점에 마침 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된 한국 정부가 이렇게 대놓고 권고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이미 기본과 상식을 저버린 정권이다. 민주노총과 건설노조의 투쟁은 정당하다. 윤석열 정권의 퇴진만이 이 사회의 무너진 상식과 기본을 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좋아요0훈훈해요0슬퍼요0화나요0후속기사 원해요0투쟁!0 조연주 기자 nojojogirl@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