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전 앞에 선 콜센터 노동자의 정보인권과 노동권 보장해야”

민주노총, AI와 콜센터 노동자 토론회 개최

"고객들이 전화를 건 다음 'AI상담 뺑뺑이'를 돌다가 결국 우리한테 오기 때문에 거의 다 화가 나있는 채로 상담을 시작하거든요. 콜의 질은 떨어지고 인공지능 도입으로 사람은 줄어서 노동강도가 훅 높아지는 거죠. 게다가 저의 상담내용을 가져가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데, 이게 학습되다보면 우리는 결국 해고될 수도 있거든요. 우리를 잘라버릴 수도 있는 시스템을 교육까지 해야 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AI와 콜센터 노동자 토론회' 현장사례 발언의 일부다. 11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이 개최한 토론회는 AI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피해와 편향의 문제, 노동권 침해의 문제에 대한 방안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11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이 'AI와 콜센터 노동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반갑다. AI가 본격 도입될 시대에 이제는 노동운동과 정보인권운동(데이터운동), 그리고 환경운동이 만나야 할 때"라며 인공지능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여러가지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존 산업과 자본의 관점에서 다뤄졌던 AI기술 담론이 노동권과 노동조합의 영역에서 논해져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채용결정, 업무지시, 관리감독 등을 하게 될 경우 노동자에게 끼칠 부정적 영향을 두고 장 상임이사는 "인공지능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알 권리가 잘 보장되지 않아 당사자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데이터가 사용되는지 알 수 없고, 이로 인해 노동자 개인 또는 노동조합이 대응하고 개입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휴스턴 교육특구에서 교사노동자 평가에 AI 알고리즘을 도입했다가 "공공영역에서는 영업기밀 누출의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비밀 알고리즘'을 사용해 해고 등 중대한 결정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낸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인공지능과 노동자의 관계에 있어 인간 노동자의 역할과 권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차량공유서비스 '올라'와 우버(택시플랫폼)가 노동자들을 '데이터 프로파일링(데이터를 분석해 판단하거나 예측하는 행위)'한 AI를 두고 유럽 법원이 내린 판결도 공유했다. AI가 벌점과 경고 등,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주는 행위를 결정할 시 인간이 완전히 개입할 수 없는 '완전자동화' 상태가 아니라면 알고리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이 'AI와 콜센터 노동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11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이 'AI와 콜센터 노동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장 상임이사는 노조가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전략들을 제시하면서 "특히 콜센터 노동의 경우에는 노동자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른 정보주체로서의 자기 권리가 있음을 제대로 인지해야 하며(=알 권리 보장), 사측으로부터 자신의 데이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인지해야 한다(=통제권 보장). 특히 민감한 생체인식정보인 목소리 등이 그렇다"고 짚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과 도입 속도에 비하여 그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관점에서 권리를 규명하고 보장하는 체계는 이제 막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전한 장 상임이사는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이 촉진하는 속도에 비해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체계가 모호하거나 매우 미비하다. 콜센터 노동자가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개인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적 권리 행사를 강구해야 할 뿐 아니라 공공정책과 단체협상을 통한 집단적 대응이 이루어질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장 발언에서는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 AI 도입으로 인한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아지고, 해고의 위험도 더 커졌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을 학습하기 위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전했다.

심명숙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부지부장은 "숙련된 콜센터 상담사들의 필요성은 이미 이용자가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통해 상담사들은 우리 노동의 중요성, 우리 노동의 존재 이유를 계속 증명해 낼 것"이라고 했다.

11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이 'AI와 콜센터 노동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11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이 'AI와 콜센터 노동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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