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과 평화, 역사정의 포기는 ‘협력’ 아닌 ‘매국’”
민주노총 등 평화통일 시민사회, 한일 정상회담 규탄 기자회견 열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두 번째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6일, 평화통일 시민사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정의와 주권, 평화를 훼손하는 한일정상회담을 반대한다”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과 자주통일평화연대,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미일의 이익을 위해 주권과 평화, 역사정의를 포기하는 것은 ‘협력’이 아니라 ‘매국’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불법적 식민통치 사죄를 거부하고 독도 영유권을 침해하는 기시사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을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정권은 일본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친일세력을 주요 기관장으로 임명하고 독도 지우기에 나서는 등 일본의 행태에 발을 맞추고 있다. 독도 인근을 비롯한 한반도 곳곳을 자위대 훈련장으로 내주는 것도 모자라 자위대의 한반도 재진출과 독도 강탈 움직임도 눈감아 주는 모양새다.
사회를 맡은 이연희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끝물인 기시다 총리를 만나 어떤 굴욕적인 합의를 할 지 국민들의 걱정과 분노가 크다”라며 “무엇보다 독도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윤석열정권이 독도와 동해를 일본에 넘겨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최근 독도 인근에 해상순시선을 수시로 파견하고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영토로 표기하는 등 집요하게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단체 대표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장희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최경숙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상황실장은 8차까지 해양투기가 종료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승혁 전교조 부위원장은 최근 공개된 뉴라이트 역사교과서에 대해 “친일독재를 교묘하게 옹호하는 교과서”라고 일침을 놓았다. 전승혁 부위원장은 “(뉴라이트 교과서는) 친일인사에 대한 논쟁거리를 던져 친일파의 책임을 덜고 면죄부를 주려 한다”라고 분석하며 “교사들은 역사를 통해 정의와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시민을 키워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권의 친일외교가 계속되고 뉴라이트를 앞세워 친일독재 옹호와 역사왜곡이 지속되면 국민들의 해방운동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도 말을 보탰다. 이나영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오늘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재산명시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다”라고 전했다. 이는 일본이 저지른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등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한 법적배상을 받기 위한 절차다. 강제집행 전 일본정부의 국내재산을 명시하도록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이나영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30년의 법적 싸움 끝에 승소판결을 쟁취했다. 이를 무시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할 것이다. 두 나라 정상에게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정권과 친일행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임기 말인 기시다 총리에 대해 “사상 최악의 지지율로 다음 선거 출마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정상회담, 술자리 회담, 합동 기자회견 하나도 없는 1박2일을 위해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의 핵심은 ‘역사를 거스른 정부, 책임이 없다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필요없다’라는 것이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역사정의 파괴를 합작한 공범”이라고 이날 만난 두 나라 정상을 규정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협력한 것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간 입국절차 간소화를 비롯해 3국 체류 중인 한일 국민보호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용산에 일본 밀정이 있다’라는 전국민적 비판을 무시한 채 일본의 이익만을 위한 퍼주기 친일매국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은 모양새다.
참가자들은 두 정상에게 ‘친일’ ‘매국’ 딱지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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