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이주노동 ‘인간사냥’ 하다 결국 유산까지···”단속으론 줄지 않아, 원인 제공 정부 바뀌어야”
미등록이주노동자 반인권적 단속 추방 법무부 규탄 기자회견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책임자 처벌하고 즉각 공개사과하라"
정부의 반인권적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으로 인해 심각한 폭력을 동반한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다는 노동단체의 규탄이 나왔다. 미등록 이주민이 생기는 원인은 이주민의 체류권을 보장하지 않는 정부의 잘못된 출입국, 비자·체류 정책에 있으나, 원인은 손보지 않고 오직 실적 올리기식 '인간사냥'과 단속추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노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적·반인권적 단속 추방 자행! 법무부 규탄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11시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열렸다. 이들의 규탄은 두달전 경북과 울산에서 자행된 법무부의 폭력적 단속에 배경을 둔다. 민주노총,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대위가 공동주최했다.
지난 6월 20일, 경북 경주에서 임신상태인 태국 출신 미등록 여성이주노동자가 정부합동단속 과정중에 부상을 입고 수갑이 채워져 연행된 일이 발생했다. 이 여성 노동자는 자신이 임신중임을 호소했으나 구금조치됐다. 이주인권단체가 이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치료를 요청했지만 정부당국은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여성노동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상황에서 출국(추방)돼 본국으로 돌아가 결국 유산했다.
같은날 울산에서는 스리랑카 남성 이주노동자가 단속반원을 피해 달아나다가 3m옹벽에서 뛰어내렸다.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골절됐으나 단속반원은 부상을 목격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 노동자는 골절후 4일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두 사건에서 법무부는 스스로 정한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을 외면했다.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 3조에 따르면, 단속과정에서 보호장비사용 등 강제력의 행사는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같은 준칙 13조에 따르면, 단속과정에서 부상자 등이 발생하거나 발견 시 지체없이 119신고 등 구호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들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내용으로 민주노총 경북본부가 문제제기를 하자, 울산출입국사무소는 '합법적인 직무수행에 따른 것이었다'며 '당사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는 공문을 보내오며 더욱 분노를 샀다.
결국 단속추방이 아니라, 체류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실시해 이주노동자 인권을 보장하고, 미등록 이주민들이 법적 테두리 내로 들어와 기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 노동단체의 주장이다.
더해 이들은 "30년이 넘는 한국사회 이주노동자 유입 역사에서 단속추방으로 미등록 숫자를 대폭 줄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고,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실제 미등록이주민의 수는 2022년에 411,270명, 2023년에 423,675명, 2024년 6월 현재 414,730명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근거를 댔다. 미등록 이주민이 발생하는 법 제도와 구조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여는발언에서 "한국사회는 이제 이주노동자 없이 경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다. 정부 당국은 이런 현실과 눈높이에서 이주 노동자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고 정책과 제도를 고민해야 하지만, 정주노동자 대비 3배나 높은 산재 발생률, 열악한 노동환경, 사업장변경이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원칙적인 인권과 노동권 차원에서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검토까지 평가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만 앞설 것이 아니라 왜 미등록 이주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하지만 정부 당국은 법과 제도의 정비는 여전히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면서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단속을 중지하고, 한국사회에서 노동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MTU)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의 E-9 비자 기간 연장, 사업장 변경 등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사장 마음에 들지 못해 비자 기간을 연장받지 못하면 이주노동자는 그때부터 미등록 이주민이 되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미등록이 되는 이주노동자가 너무나 많다"면서 "이렇게 미등록된 노동자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더욱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이 상황에서 더욱 열악한 노동착취를 당한다. 이들에 대한 폭력적인 단속은 인간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며, 안전과 존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춘기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번 울산출입국사무소가 벌인 일을 두고 "이주 여성 노동자를 강제 출국시키는 과정에서도 어떤 인권적 고려도 하지 않았다. 우리 단체들이 항의와 동시에 적어도 치료는 받게 해달라고 하는 요구조차도 무시하고 범칙금 수천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한 뒤 "수십년동안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양산해낸다고 비판받는 제도를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인간사냥'을 자행하는 정부와 법무부"라면서 정부당국의 위선을 지적했다.
김현주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대위 울산이주민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을 언급하면서 "법무부가 우리 사회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그 정말 참혹한 광경을 목도했다. 어떠한 인권 보호 준칙, 외국인 보호 규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안전 조치는 그야말로 장식품일 뿐이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법무부는 정부는 이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법무부와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좋아요0훈훈해요0슬퍼요0화나요0후속기사 원해요0투쟁!1 조연주 기자 nojojogirl@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