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작다고 노동권도 작을쏘냐
금속노조가 민주노총과 함께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 찾기’에 발 벗고 나선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5월 13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등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관련 시행령 제정 ▲지역·산업단지 작은 사업장부터 일터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요구안과 의견서를 조만간 노동부에 전달한다.
민주노총은 우선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 법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제대로 만들기’ 투쟁에 집중한다. 4월 29일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노총은 시행령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가 참여하는 ‘임금명세서 제대로!’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실천 계획을 세웠다.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5월 13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규백 |
▲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5월 13일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 요구 발표 기자회견’에서“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최소한의 노동자 기본권리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규백 |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최소한의 노동자 기본권리이다”라면서 “2020년 민주노총 실태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1/3은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고, 80%는 포괄임금제 명목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을 위반한 임금체불을 수시로 당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제대로 된 임금명세서 시행령을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출퇴근 기록 명시 임금명세서 교부 ▲근로계약서, 임금대장, 출퇴근 기록 3년 보관 ▲임금명세서 기밀 취급 금지 ▲포괄임금제 금지를 제시했다.
서다윗 지회장은 포괄임금제로 인한 장시간 노동으로 여러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모 게임개발회사 사례를 들면서, “법률상 근거가 없고,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포괄임금제를 꼭 금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다윗 지회장은 “포괄임금제를 금지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이 어떤 변칙으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를 무력화할지 모른다”라고 꼬집었다.
“포괄임금제 금지해야 임금명세서 교부 자리 잡아”
금속노조는 제조업 공단 노동자 권리 찾기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벌인다. 금속노조는 20년 동안 지역 거점 공단에서 노동자 권리 상담과 노조조직사업을 꾸준히 벌여왔다. 노조는 올해부터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공단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확대사업’과 ‘공단협약사업’을 추진한다.
전체 제조업 노동자 가운데 53.5%, 200만 명이 공단이라 불리는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다. 개별 사업장 평균 노동자 수는 21.1명 정도로 영세한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산업 연쇄 고리의 가장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
작은 공단 사업장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지급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공단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 노동시간보다 12% 오래 일하지만, 시간당 임금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공단 노동자도 24.5%나 된다. 공단 노동자의 산재율은 제조업 공식 산재율의 두 배를 넘는다. 공단에 편의시설, 의료시절, 주거시설, 주차시설, 대중교통 등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나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지회장이 5월 13일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 요구 발표 기자회견’에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이 어떤 변칙으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를 무력화할지 모른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규백 |
▲ 금속노조 인천지부가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산업단지공단 주안지사 앞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동환경 실태조사 진행하고 있다. 인천지부는 5월까지 공단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벌인다다. 6월부터 실천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지부 제공 |
금속노조는 공단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든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법 개정 투쟁과 ‘아프면 쉴 수 있고, 일하다 다치지 않는 현장’을 만드는 공단협약 사업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산업단지 관리자와 교섭해 기본 노동권에 지역별 공단 노동자의 요구를 더한 공단협약을 만들자는 사업이다.
금속노조는 공단협약을 만들기 위해 ▲지역별 노동자 요구 조사 ▲공단 노동환경 실태조사 ▲ 공단협약 제정 서명운동과 청원운동 ▲임금명세서 법제화 홍보·사업주 준수 캠페인 ▲공단 노동실태 증언·권리보장 요구 토론회 ▲임금명세서 법제화 제대로 토론회 ▲금속노조 가입 홍보 전국 버스·지하철 광고 사업 등을 벌인다.
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와 동부지역지회가 업종 요구를 포함한 지역사회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 부산양산지부와 인천지부는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지역별 의제와 요구안을 마련해 지자체를 상대로 노·정협의체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작업복세탁소 설립 등 지방의회 조례제정 운동을 벌여 작업복세탁소 확장과 쉼터를 포함한 공단 노동자 권리보호에 나서고 있다.
노조 미조직전략조직실은 백신 휴가제 도입, 도심제조노동자 4대 보험 지원, 공단 노동환경 실태조사,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설치 등 지역별로 다양한 노동자 요구를 반영한 ‘맞춤 의제’를 교섭에서 제시할 예정이라고 추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