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악용, 교섭 거부가 엘지 정도경영?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엘지그룹의 노동조합 탄압과 교섭 거부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소속 엘지 그룹사 노동조합을 한데 묶어 공동행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서울지부(지부장 박경선)는 5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엘지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지 그룹사 노동조합들이 반노동자·비민주 엘지를 바꾸는 데 힘 모으기로 결의했다”라며 “엘지그룹사 사측은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즉각 나오라”라고 촉구했다.
노조 서울지부는 “오랫동안 무노조이거나 유명무실 기업노조가 있던 엘지 그룹사 여러 곳 노동자들이 최근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있다”라며 “고질 병폐 저임금 문제와 구시대 노무관리 때문에 엘지 노동자들이 단결했다”라고 설명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5월 1일 서울 여의도 엘지 본사 앞에서 ‘엘지그룹사 노동조합 공동행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엘지그룹의 노동조합 탄압과 교섭 거부를 규탄하며 반노동자·비민주 엘지를 바꾸는 공동행동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사진= <노동과 세계> |
현재 엘지전자, 하이텔레서비스, 엘지하이엠솔루텍, 엘지케어솔루션, 하이프라자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서울지부에 가입했다. 엘지생활건강·코카콜라, 엘지유플러스, 엘지하우시스, 엘지화학, 엘지헬로비전, 엘지헬로비전콜센터, 엘지트윈타워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화학섬유식품노조에 들어갔다.
기자회견 참가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엘지그룹의 복수노조 악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노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2019년 3월 19일 하이텔레서비스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3월 29일 한국노총 소속 기업노조가 생겼다. 2020년 6월 6일 노조 하이엠솔루텍지회가 뜨자 7월 8일 한국노총 기업노조를 띄웠다. 엘지전자지회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하이프라자지회도 마찬가지다.
노조 서울지부는 “엘지그룹사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가입움직임을 보이면 며칠 지나지 않아 갑자기 한국노총 소속의 새로운 노동조합이 나타난다”라며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우연이라 보기에 석연치 않고, 사측 노조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5월 1일 서울 여의도 엘지 본사 앞에서 ‘엘지그룹사 노동조합 공동행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엘지그룹의 노동조합 탄압과 교섭 거부를 규탄하며 반노동자·비민주 엘지를 바꾸는 공동행동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사진= <노동과 세계> |
“금속노조 세우면 따라지 한국노총 기업노조 만든다”
고광희 노조 서울지부 엘지하이엠솔루텍지회장은 엘지전자가 수리 서비스 업무를 불필요하게 여러 회사로 쪼개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을 낮춰 이윤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엘지하이엠솔루텍은 엘지전자 자회사다. 시스템에어컨 등 엘지 냉·난방 공조제품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한다.
고광희 지회장은 자회사 차별과 임금 격차가 심각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며, “사측의 기업노조 지원을 누르고 금속노조가 교섭 대표노조가 됐지만, 사측 거부로 교섭을 못 하고 있다. 이게 엘지가 말하는 인간존중의 경영이냐”라면서 “말로만 정도경영 부르짖지 말고 일단 교섭에 나오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우 노조 서울지부 엘지케어솔루션지회 부지회장은 “엘지 로고를 달고 엘지의 렌털정수기 등을 방문 점검한다. 엘지의 지휘 감독을 받아 엘지제품을 고객 제일 가까운 곳에서 다루는 엘지 노동자인데, 사측은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고 우긴다”라며 “노동위원회가 지회를 교섭 대표노조로 인정했는데 사측은 노동자성 여부를 다퉈봐야 한다며 교섭장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 고광희 노조 서울지부 엘지하이엠솔루텍지회장이 5월 1일 ‘엘지그룹사 노동조합 공동행동 선언 기자회견’에서 “엘지는 말로만 정도경영 부르짖지 말고 일단 교섭에 나오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노동과 세계> |
김도우 부지회장은 “케어 노동자들은 임금 한 푼 없이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엘지는 10년 동안 수수료를 동결했고, 사측은 이마저 깎으려 한다”라며 “구광모 회장 지난해 연봉 금액을 듣고 놀랐다. 공정하지 않다. 하루빨리 교섭을 열어 엘지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부당한 현실을 바꾸겠다”라고 결의했다. 구광모 엘지그룹 회장은 2020년 보수총액으로 2019년보다 48%가량 많은 80억 800만 원을 받았다.
노조 엘지전자지회 조합원인 엘지전자 서비스 기사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엘지와 기업노조의 진짜 모습을 봤다. 엘지전자지회에 따르면 2018년 11월 당시 비정규직인 엘지전자 서비스 기사들이 민주노총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흘 뒤 엘지전자는 서비스 기사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다. 한국노총 엘지전자노조는 사측 발표에 발맞춰 노동조합 가입을 받기 시작했다.
설정석 노조 서울지부 엘지전자지회 사무장은 “사측은 민주노조가 싫을 뿐이다. 비정규직에 관심 없던 기업노조가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듯했지만, 노조 가입 순간 딱 거기까지였다”라며 “정규직 전환을 거치며 경력과 임금을 깡그리 무시당했고, 사측이 근속 10년 기본급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설계했지만, 기업노조는 관심 없다. 기업노조는 사측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설정석 사무장은 사내 평가제도의 편파성을 제기했다. 설 사무장은 “사측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형편없는 평가 점수를 준다. 평가제를 이용해 노·노 갈등과 노동자 간 경쟁을 조장한다”라며 “엘지에서 민주노조 깃발을 세운 노동자들이 단결해 사측이 제멋대로 휘두르는 노동조합 탄압수단인 평가제를 없애야 한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