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은 잔칫상? 조선소 노동자는 줄초상

전국의 조선소 노동자 대표자들이 “더는 자르지 마라, 더는 죽이지 마라”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조선업종노조연대(아래 조선노연)가 6월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총고용 보장, 조선산업 정책 전환,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중대 재해에 노출된 조선소 노동 현실을 알리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조선노연 공동의장인 김용화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조선업은 수주가 늘어 살아나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이에 따른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소 3사가 카타르로부터 LNG선 100척을 수주했다. 정부와 조선업계는 추가 수주를 전망하고 있다.

김용화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카타르발 대규모 수주로 정부는 연일 자축하고 있지만, 노동자가 느끼는 조선소 고용상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용화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아예 손 놓고 있는 중형조선소 고용은 최악의 상황이다”라며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2년째 무급휴직 상태”라고 꼬집었다.

▲ 조선업종노조연대가 6월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총고용 보장, 조선산업 정책 전환,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중대 재해에 노출된 조선소 노동 현실을 알리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제공

STX조선해양은 이미 2년 동안 무급휴직을 견딘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 연장을 통보했다. 이장섭 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임금삭감과 무급휴직으로 오랫동안 힘들었다”라며 “이 고통을 2년 더 연장하겠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STX조선 대주주 산업은행, 무급휴직에 구조조정까지”
이장섭 STX조선지회장은 “대주주이자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무급휴직 연장에 이어 고정비용 삭감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시도 중”이라며 “정부는 노동자 일자리를 지키고 중형조선소 상황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조선노연은 한국 조선업의 고질 병폐인 잦은 산재 사고와 중대 재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조선노연 공동의장인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아침에 출근했던 노동자가 저녁에 차가운 영안실에서 발견된다”라며 “솜방망이 처벌 탓에 자본은 사람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산제일주의와 이윤 추구를 계속 앞세운다”라고 성토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원청은 6월 5일 ‘신 안전문화 선포식’을 열었다. 6월 8일 대조립 5부 권상 블록 회전사고, 9일 가공소조립 5부 크레인 충돌사고·해양야드 트레일 운반물 낙하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지부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사측 선언이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조경근 지부장은 “중대 재해 사망사고 추모집회가 끝나고 돌아서면 또 누군가 일하다 숨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이 비극을 멈추려면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일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경근 지부장은 “조선소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받아들여 문재인 정부가 중대 재해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해결에 하루빨리 나서 달라”라고 요구했다.

조선노연은 이날 청와대에 산업·업종 교섭과 해고 반대,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등의 요구를 전달했다. 산업·업종 교섭 개최 요구는 정부와 조선소 노동자 대표들이 직접 만나 조선산업 발전방안과 조선소 노동문제 해결책을 함께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조선노연은 “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조선산업 정책에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을 이끌고 서울에 올라오겠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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