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기획 기고] “제2의 IMF가 온다” 미국의 경제 침탈 저지! 민주노총, 강력 대응 투쟁 예고
2025 전국노동자대회 기획 ③ 미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전쟁, 한국경제와 우리의 일자리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쳐 만들어진 민주노조는 1995년 11월 11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 모여 대의원대회를 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을 선포했다. 다음날인 12일 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연인원 7만 명의 노동자・시민이 모인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민주노조의 새 지평을 열 민주노총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11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이를 앞두고 노동과세계는 민주노총이 한국사회에 남긴 족적을 되짚고 30년을 맞은 2025 전국노동자대회의 주요 의제를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1월 전노대에 앞서 10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강력한 대응투쟁을 예고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속뜻은 무엇인지, 한국인 노동자 317명 불법 체포・구금으로 촉발된 관세전쟁과 우리의 일자리를 돌아보자 [편집자주]
〈2025년 전국노동자대회 기획시리즈 〉
① 민주노총 투쟁 30년과 2025 전국노동자대회
②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 새시대를 향한 주요 과제
③ 미국의 관세정책이 사회, 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민주노총의 역할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과 국토안보수사국에 의해 무더기로 체포, 구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체포 영상은 가히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잔인했다. 이민당국이 내세운 체포 이유는 ‘비자’였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단기상용(B-1) 비자를 소지한 채 업무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노동자들은 왜 미국 조지아주에서 일하고 있었을까?
이들이 일했던 곳은 현대자동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증설 현장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2년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대대적인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2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큰 예산을 미국 현지에 투자해 생산공장을 짓는데도 미 트럼프 정부는 법적 조치 없이 한국인 노동자를 감금했다. ‘핵심 기술만 빨리 전수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압박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3,500억 달러(한화 약 488조 원)를 선불 투자하라고 강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미수출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한국은 트럼프의 날강도 같은 요구를 들어줘야 할까? 미국의 요구대로 대미투자를 계속한다면 노동자의 삶은 무사할 수 있을까?

왜? 관세 올린다 말하는데?
도널드 트럼프는 두 번째로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와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다. 말이 관세지, 사실상 전세계 수탈이다.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금융경제로 전환한 미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무역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지출한 탓도 컸다. 국가 부채가 37조 달러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은 자신들이 만든 자유무역을 폐기하고 보호무역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나쁜 손을 뻗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건 선불 투자와 미국인 고용이다. 동맹국을 미국 땅에 불러들여 공장을 짓게 하고 그 공장에 미국인을 고용해 자국민 일자리를 늘리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대미수출 관세를 높게 책정했다. 고율관세는 대미수출을 줄이고 미국 현지 상품의 판매 증가를 부른다. 동맹국이 미국에 지은 공장에서 동맹국의 기술로 미국인이 만든, 동맹국 수출품보다 값싼 상품을 미국인이 산다는 식이다.
대미수출을 하던 기업은 고율관세에 막혀 ‘차라리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25% 관세를 15%로 줄일테니 선불로 3,500억 달러를 투자하라”고 요구한 배경이다. 참고로 한국은 대미 관세 증가율이 세계 1위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2분기에 미국에 낸 관세는 47배나 늘었다.
니가 다 가져가겠다는 요구
고율관세로 대미수출이 줄면 기업의 국내 생산도 위축된다. 원청에 납품하던 하청업체 물량도 준다. 하청업체의 몰락은 노동자 일감 감소로 이어지고 임금과 복지 혜택도 후퇴한다. 기업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에 걸쳐 고용불안이 발생한다.
국내 기업의 국내 투자 감소로 건설, 플랜트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미수출 감소는 공항, 항만, 물류노동자의 일감도 빼앗는다. 전기차와 반도체 등 분야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 국내 산업 공급망도 훼손되고, 지역경제가 휘청이는 것도 불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에 조선업 특화단지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다. 제조업이 몰락한 미국과 달리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 우위를 다투니 한국에서 미국 군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안보로 인해 해외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없어 한국 조선업 특화단지에서 반제품을 만들면, 이를 한국 기업이 세운 미국 조선소에 가져와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다.
국내 영토를 미국에 무상으로 대여하는 조선업 특화단지는 미국이 운영하는 치외법권 지대가 된다. 군함 제작이란 이유로 사법권이 제한되고 노동권마저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제2의 미군기지인 셈이다.

딴 놈 눈치 볼 수밖에 없는 협상
미국은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한국이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수익금부터 챙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 미국 산업에 돈을 대고, 미국은 그 돈으로 필요한 사회자본에 투자하고 수익도 챙기는 셈이다.
문제는 손실이 날 경우다. 미국인 투자자인 한국에 ‘원금 보전’을 약속하지 않았다. 손실이 발생하면 한국은 3,500억 달러를 통째로 잃는다. 고율관세를 미끼로 내건 트럼프 정부와의 한미협상 핵심은 수익은 미국이, 손실은 한국이 책임지는 구조다.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고의 84%에 달한다.
이것도 모자라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지분 10%를 인수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지분 확보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중장기적인 경영권 침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의 하청이나 지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내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주권 박탈, 미국 진출 기업 통제가 부르는 경제종속 심화, 미국 기업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를 두고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4,160억 달러)의 84%인 3,500억 달러 선불 대미 투자는 제2의 IMF를 부른다”라고 경고한다.
이 땅의 주인은 우리, 우리 노동자
미국은 ‘동맹’이란 허울을 내세웠고 한국 경제와 노동자 생존을 볼모로 잡았다.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경제침략이다.
허울 뿐인 대미투자 대신 중국과 러시아, 브릭스(BRICS)를 상대로 한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미수출 부족분은 내수확장으로 메꿀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와 서민의 임금, 고용을 보장하는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30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대미투자 중단과 노동자 생존권 사수 투쟁을 선포했다. “미국이 강요하는 대규모 대미투자를 전면중단하고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노동자 집단 구금사태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즉각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는 대미투자 요구를 거부해야 하고, 한국의 노동자・민중은 2008년 광우병 촛불처럼 광범위한 반미, 반제 투쟁을 벌여야 할 시점이다.
다수의 언론이 오는 31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 방한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트럼프 방한 중단을 엄중 경고했다. 강력한 대중투쟁까지 예고한 민주노총은 미국의 압박과 재벌 탐욕으로부터 경제주권과 노동자 존엄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한 싸움에 노동자・민중의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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