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주기 추모대회
'위험의 이주화,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 연대 목소리
"1년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방치했다" 비판 나와
2024년 6월 24일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발생 1주기를 맞아, 유족과 노동시민사회가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위험의 이주화와 외주화 중단을 촉구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 추모대회가 21일 오후 4시 서울역 계단에서 개최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 연대 시민들이 계단을 가득 메운 가운데 추모대회가 치러졌다.
이날 추모대회를 위해 입국한 유족들과, 한국의 유족들이 계단 맨 앞에 앉았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 대책외는 지난해 12월 14일 투쟁문화제 이후 1월 16부터 농성투쟁에서 법률투쟁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추모대회는 3개 종단(불교, 개신교, 천주교) 추도제를 시작으로 종이꽃 헌화, 류금신 민중가수와 노래패 '노래로물들다'의 문화무대로 고인의 넋을 달랬다.
양한웅 대책위 공동대표는 "6월 24일 아리셀 참사 1년이 된다. 가족들이 그동안 열심히 싸웠다. 아리셀 참사는 한국의 비정규직, 하청과 불법파견,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에 가해지는 노동안전 문제의 집약체였다. 죽음의 이주화이자 외주화가 드러난 사건이었다"면서 "대책위는 열심히 싸우지만 한계도 여전히 많다. 여러 동지들이 함께 평등 세상을 위해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아리셀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은 연구소장 김병철 씨다. 아리셀 사측은 김병철 씨가 참사 20일 전 '미세 발열이 발생하니 6개월간 가동을 중지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작성한 이메일을 근거로 참사의 원인을 김병철 씨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아리셀은 뻔뻔스럽게 우리 남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 유족 최현주 씨는 전했다.


최현주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면서 "당신의 단 한 번만이라도 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1년간 수천 수만번 했던 생각했어. 너무나 그립고 너무나 보고 싶다"고 전하면서 "남편이라면 '현주야 그만해'라고 했겠지만 그럴 수 없어. 당신이 평소에 나에게 지적했던 욱하는 성질 때문도 아니고 아리셀로부터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야"이라고 했다.
이어 최 씨는 "지금이라도 당장 당신에게 가고 싶지만 아직은 못 가. 우리 아이들 자립할 수 있을때까지만 기다려줘. 다시 만나면 그때 우리 맛있는 커피 이야기도 하고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도 하고 윤석열 욕도 하고 이순신 장군 이야기도 하고 노벨물리학상 이야기도 하고 같이 별도 보자"며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일터의 죽음이 있었던 산재 현장을 대표해, 김영훈 한전 KPS지회장이 연대발언에 나섰다. 김영훈 지회장은 지난 2일 사망한 故 김충현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함께하고 있다.
김영훈 지회장은 "아리셀 참사와 김충현 동지의 죽음은 결코 별개 사건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너무나도 닮아있다. 하청구조의 비극이다. 아래로 갈수록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때문에 태안에서는 발전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졌고, 아리셀에서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생산성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 생명으로 뒷전으로 한 결과"라고 한 뒤 "사람의 생명은 고용형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질 수 없다. 몇 명이 죽어야 이 구조를 뜯어고칠 건가. 반복되는 죽음은 방치이자 범죄다.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도록 투쟁하자"고 외쳤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1주기를 앞두고 지금까지 낮선 이국에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위해 잘 싸워준 유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기업이 잘못된 안전시스템이 잘못한 것이라고, 이런 억울한 죽음 만들지 말라고 사회에 울분을 토로하며 유족들은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손을 잡고 어려움을 헤쳐왔다. 지금까지 투쟁해온 역사는 다른 참사를 막기위한 사회의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면서 "싸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겠지만 투쟁하면서 조금이라도 트라우마가 치유되었길 바란다. 편안한 안식이 되길 기도하며 유족들도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이나마 덜 아픈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송은정 이주노동자평등연대 활동가는 "우주와 같던 한 사람이 지구에서 영원히 떠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그러나 지난 1년은 고용노동부가 아리셀 참사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재판부가 박순관 등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도 남았을 시간이기도 하다. 정부와 법원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아리셀 참사는 위험한 작업이 원청에서 불법파견 위장도급으로, 비정규직 내국인 노동자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참사였다. 대한민국은 이틀에 한 명꼴로 일터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나라다. OECD국가 중 산재사망 1위의 부끄러운 노동 후진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노동조합 간부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 뒤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시킨 광장에서 민주시민들은 차별과 혐오가 없는 안전하고 평등한 나라를 간절히 원했다. 특히 아리셀 참사에 중대재해 처벌법 엄중 집행이 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도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며 앞장서 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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