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거통고 조선하청 지회장 ‘97일간 고공농성’ 해제… 땅에 발 디딘 첫 마디는
김형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장, 고공농성 해제
철탑 위에서 피어난 꽃, 노조법 개정으로 결실을
“고공농성 해제를 박정혜, 고진수 연대 투쟁으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고공농성 돌입 97일만에 땅에 내려왔다.
한화오션 하청 노사는 지난 17일 2024년 단체교섭 의견접근을 이뤘고,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9일까지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91.5%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단체교섭 합의 내용은 상여금 50% 인상, 상용공 확대, 취업 방해 금지, 산재 예방 활동 등을 골자로 한다. 한화오션 하청 교섭에 참여하는 업체는 20여 개 남짓이지만, 하청 교섭 결과에서 임금성 결과는 한화오션 전체 하청 노동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19일 오후 1시 30분,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과 이김춘택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크레인을 이용해 고공에 올라 김형수 지부장과 조인식을 진행했다. 곧이어 오후 2시 김형수 지회장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성원들이 함께했다.
오후 2시,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고공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취재 열기 또한 뜨거웠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눈 내릴때 철탑에 올라가 무더위까지 감수하며 버틴 김형수 지회장 동지께 미안한 마음 뿐이다. 오늘은 기쁜 날이지만 19만 금속 노동자는 마냥 기쁠 수 만은 없다. 500일을 넘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동지와,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동지의 고공이 끝나지 않았다"고 심경을 밝히면서도 "금속노조는 뜨거운 투쟁을 선언한다. 무더운 날씨조차 서늘하게 만들 뜨거운 투쟁으로 올 여름을 채우자"고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한 마음이다. 김형수 동지의 고공투쟁은 등대와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윤석열을 퇴진시키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앞장서고 시민이 함께 했기에 부정한 권력을 몰아낼 수 있었다. 이곳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그랬다. 노동자가 절박한 심정으로 먼저 나서서 투쟁했고, 이자리에 계시는 말벌 동지들이 함께 이곳을 지켜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우리의 기쁨은 머지않아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동지와 한국옵티칼 박정혜 동지와 다시 한 번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다시 땅을 밟는 것,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완료해내고 기본권이 올바로 세워지는 새로운 세상으로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외쳤다.
드디어 김형수 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오는 시간, 허성무·정혜경·한창민 국회의원이 대표로 크레인에 탑승해 김형수 지회장을 만나러 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조합원들과 연대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오후 2시 32분, 김형수 지회장이 금속노조 깃발을 흔드는 동안 크레인이 땅에 닿았고, 김형수 지회장이 97일만에 하늘에서 내려왔다. 100일 가까이 좁은 철탑에서 견디던 김형수 지회장은 부축을 받으면서 기자회견 장소까지 힘겹게 걸어왔다. 수척해진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공농성장부터 기자회견 장소까지 짧은 거리였음에도 김형수 지회장의 이동은 쉽지 않았다. 경찰이 10여분간 펜스를 치우지 않고 길을 막으면서 기자회견을 지연시킨 탓이다. 조합원의 항의 끝에 펜스가 치워지고 김형수 지회장이 마이크를 쥐었다. 고공농성 투쟁을 막 끝낸 그의 첫 마디는 새 투쟁을 결의하는 발언이었다.
"2025년 교섭에서는 반드시 원청 한화오션을 교섭테이블에 앉히고 말겠습니다. 그러려면 더 넓은 연대와 강인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97일간 승리를 빌어주신 조합원 동지들과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 지회장의 두번째 발언은 아직도 고공농성 투쟁중인 두 명의 동지를 향했다.
"오늘도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박정혜 동지, 그리고 127일동안 고공농성하는 세종호텔 고진수 지부장 동지께 먼저 내려오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싸울 겁니다. 이땅의 비정규직들, 이 땅의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이 땅의 노동자로서 여러분과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김형수 지회장은 발언 후 녹색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절차를 밟았다. 경찰은 공용물건무효죄 위반 등으로 입원한 김 지회장에 대한 약식 조사를 진행한 뒤 오후 7시께 석방조치(경찰 철수)했다.
금속노조는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김형수는 97일만에 땅을 밟지만, 이곳에서 지척에 있는 세종호텔 노동자 고진수는 127일째,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박정혜는 529일째 고공에서 투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민주주의 회복의 시작은, 사회대개혁의 시작은 고공농성 문제 해결에 있다고 외치며 투쟁해왔다. 오늘 김형수가 땅으로 내려왔으니 이제 고진수가 박정혜가 땅으로 내려올 차례다. 세종호텔의 노조파괴 정리해고에 맞서 원직 복직을 쟁취하고, 니토옵티칼의 먹튀에 맞서 고용승계를 쟁취할 때까지 내가 고진수가 되고 네가 박정혜가 되어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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