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김용균이 목숨을 잃었다”
태안화력 김충현 노동자 대책위, 3일 입장발표
2025년 6월 2일, 충남 태안의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한 명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6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그대로였다. 우리 사회는 “또 죽었다”는 절규와 함께 비통한 현실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3일 태안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의 구조적 책임을 강하게 성토했다.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용균재단, 정치권 인사, 유족 등이 함께했다.
“서부발전이 또 죽였다”, 비정규직 2중하청 구조의 참극
고인은 한전KPS의 소규모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이중하청 구조 속에 인력은 쪼개지고, 책임은 아래로 흘렀다. 고인이 사망한 현장 역시 1인 근무 중이었다. 위험한 기계 앞에 홀로 내몰린 그는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채 기계음 속에 목숨을 잃었다. 대책위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라며 인력 충원을 하지 말라고 원청이 지시했다. 이윤이 줄자 가장 먼저 희생된 것은 노동자의 안전”이라며 “기계의 ‘끼이익’ 소리로 죽음을 알았고, 사람의 외침은 누구도 듣지 못했다”고 분노를 토로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김충현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과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엄길용 위원장은 “김용균이 일하던 바로 그곳에서 또 다시 죽음이 반복됐다. 비정규직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고,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했다. 투쟁을 통해 얻어낸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또 한 명의 죽음을 맞았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엄 위원장은 “하청 구조를 유지한 채 책임을 회피하는 서부발전과 한전KPS는 반성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발전 현장의 노동권 강화와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 질 때 이런 비극이 사라질 것이다”라며 투쟁을 결의했다.
“달라진 건 영정사진뿐”, 다시 서부발전 앞에 선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비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7년 전 아들의 빈소가 있었던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유족의 절규를 마주하며 “또다시 서부발전이 사람을 죽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미숙 대표는 “서부발전, 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또 아까운 생명을 잡아먹었습니까? 그때 그렇게 여론과 시민들에게 혼이 났음에도 원청 사장까지 처벌하지 못한 결과가 아닙니까? 희생자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고 가족이며 동료입니다”라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사고 당시 고인을 도울 동료조차 없는 1인 작업은 명백한 구조적 문제”라며 “발전소 폐쇄 운운하며 미리 인원을 줄인 결과다. 언제까지 거짓말로 개인 책임을 덮으려 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들에게도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라”며 “이윤이 아니라 생명이 우선인 사회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죽이지 마라”, 유족과 대책위, 정부와 한전KPS에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6년전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때를 떠올리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없는 적용이 노동자의 죽음을 반복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서부발전의 태도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사고의 발생을 노동자의 탓으로 확정하고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여전하다. 정치가 바뀌어도 구조가 그대로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태안화력”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한전KPS지부장은 발언으로 “김충현 노동자와 유족 앞에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김충현 노동자는 누구보다도 꼼꼼하고 성실한 숙련된 노동자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자였다. 유가족의 눈을 닦을 수 있는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뿐이다. 고인이 억울하지 않도록 싸워나가겠다”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2인 1조가 지켜져서 정지버튼을 누를 수만 있었어도 김충현 노동자는 살아있을 것이다. 발전소 폐쇄를 이유로 충원되지 못한 이력의 문제가 이런 참사를 가져왔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유족과 노조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관련 기업(서부발전, 한전KPS, 한국파워오엔엠)의 공식 사과 및 배상, 동료 노동자에 대한 심리치료 및 생계대책 마련 ▲정규직화 및 구조 개선: 한전KPS 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정비 분야의 직접고용 이행 ▲안전 인력 충원: 위험업무의 2인 1조 원칙 법제화, 발전소 폐쇄 전까지 현장 인력 보강 ▲발전소 폐쇄 대응: 특별근로감독 실시, 총고용 보장,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등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좋아요0훈훈해요0슬퍼요1화나요0후속기사 원해요0투쟁!0 공공운수노조 kptuad@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