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민주노총, 더 힘 있는 사회연대 투쟁의 방향 모색해야”
27일 민주노총 가맹산하 상근간부들이 바라본 ‘빛의 광장’ 집담회
민주노총 사회연대 전략수립을 위한 설문결과 보고
민주노총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사회연대를 하나의 활동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전국적인 단일조직을 건설하려는 노동자를 정권과 자본이 악랄하게 막고 물리적인 탄압을 일삼았음에도 시민사화와 민중의 엄호, 지지 속에 창립 깃발을 올린 까닭이다. 시작부터 광범위한 사회연대 투쟁으로 탄생한 민주노총은 ‘제 민주세력과의 연대강화’를 사회연대 활동의 기본과제로 제시한다.
민주노총은 1996~1997 노개투 총파업 투쟁을 통해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사회연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그 힘으로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을 건설했고, 사회연대 투쟁을 넘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열어냈다. 2002년 효순・미선 촛불, 2005년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무상의료・무상교육), 2006년 한미FTA 투쟁, 2008년 광우병소고기 저지투쟁, 2015년 민중총궐기, 2016년 박근혜탄핵 투쟁 등 세계를 놀라게 한 민중투쟁을 만드는 데도 헌신적으로 함께 해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27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더 힘 있는 민주노총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연대 투쟁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후 2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빛의 광장 그리고 민주노총의 역할’ 집담회를 열고 123일에 걸친 윤석열파면 투쟁에서 터져나온 각계각층과 시민사회의 염원을 돌아봤다. ‘길을 열겠습니다’라고 외쳤던 민주노총의 약속을 돌아보고 30살 민주노총이 100살까지 나아가야할 방향과 과제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민주노총 가맹산하 상근간부 1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윤석열정권 퇴진 이후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연대전략 방향을 물었다. 향후 사회연대 전략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민주노총을 지지했던 이유와 노동의제 부각 정도를 측정하고 연대체 운영의 향후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설문에 응답한 민주노총 상근간부들은 퇴진투쟁으로 ‘조직의 사회적 영향력과 시민 지지기반이 확대’(96.2%)라고 봤다. 특히 민주노총이 ‘물리적 탄압 속에서도 잘 싸우는 단체’(1위)라는 점과 ‘다른 진보세력보다 과감하고 분명하게 행동했기 때문’(2위) 등 조직력과 투쟁 의지가 공감을 이끈 주요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노동 의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부각되지 못한 점’과 ‘과격하다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 ‘지역별 연대체 운영에 발생한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등의 과제를 내놓기도 했다.
과거 민주노총이 범국민적 투쟁 당시 사회적 인식(선입견)을 고려해 스스로 투쟁 조끼를 벗거나 깃발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2008년 광우병소고기 저지투쟁은 물론 2016년 박근혜탄핵 투쟁 당시도 마친가지였다. 정권과 자본, 언론의 악의적 선전 영향이기도 했지만 조직 내적 위축감도 한몫을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30년 정책대회 당시 ‘민주노총 혁신과제’로 투쟁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열린 ‘빛의 광장’에서는 달랐다.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사무총장 직무대행)은 “놀랍게도 민주노총의 모든 투쟁 물품, 조끼, 깃발이 성별과 세대, 계층을 넘어 인기와 호응을 누렸다. 공권력 탄압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민주노총의 완강한 투쟁도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한껏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대중조직이지만 투쟁하는 단체 △한국사회를 바꿀 중요한 투쟁 주체 △정권퇴진 투쟁의 준비과정이 있었던 점 등을 들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파면이 ‘비상계엄’으로 시작됐다고 하지만 퇴진투쟁의 연대역량을 축적하고 국민적 여론을 만드는 과정이 없었다면 빠른 속도로 비상계엄 사태에 대응하는 ‘윤석열정권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빛의 광장’ 투쟁은 시민들의 위력적인 힘이 발휘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마다 조직대중이 투쟁광장을 주도하지 못했다면 내란세력의 끈질긴 준동을 쉽게 막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조직대중의 선도적 투쟁이 시민들을 투쟁광장으로 계속 견인할 수 있던 힘으로도 작용했다는 뜻이다.
동시에 지속적인 혁신 없이는 국민적 호감과 영향력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엄미경 사회연대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46.7%의 응답자가 ‘한국사회 대개혁을 위한 상설연대체 전환’을 과제로 제시했고 31.4%도 ‘최소강령 최대연대의 광범위한 연합체가 필요’하다고 했다”라면서 “사회대개혁의 의제는 많고 의제별 각론으로 들어가면 층위도 다르고 복잡하다. 노동계급, 진보적 요구만으로는 폭넓은 연대구축에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개헌의 요구가 정치적으로 담론화된 이상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과 상, 실현 경로가 아직 구체적이지 않고 조직내 합의와 통일적 전망도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미경 사회연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현안과 사안별 연대, 계기별 연대, 대규모 민중투쟁에서 존재감과 힘을 크게 발휘하지만 강력한 변혁적 정치투쟁을 지속적으로 이끌 상설연대 전선 구축은 아직 과제”라고 짚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이고 창조적으로 공동체 형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사업이 진행된다고도 덧붙였다.
엄미경 사회연대위원장은 “빛의 광장에서 확인한 것처럼 사회운동의 동력이 변화하고 있다. 청년세대가 미래를 책임지고 나아갈 주요 동력이 됐지만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미조직노동자, 비정규・특수고용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불평등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라면서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 지역운동, 진보정치 모두가 청년을 투쟁의 주체이자 변화의 주체로 세우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역시 양적확대와 질적강화,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집담회에는 김우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김국현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심유리 민주노총 대전본부 대외협력국장,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우식 연구위원은 “광장에서 드러난 시민들의 요구는 노동운동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시민의 의제를 노동운동이 운동의 언어로 번역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노동운동이 의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의 과제를 묻는 질문에 ‘새 비전과 대안 제시’ 응답이 낮은 순위에 머문 것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일 수도 있다”라는 점을 들었다.
김국현 실장은 “민주노총이 민심에 의거한 헌신적 투쟁을 통해 시민의 든든한 동지로 거듭났다”고 평가하면서도 조합원들이 폭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점, 현장을 조직화하는 사업과 투쟁이 활발히 벌어지지 않은 점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심유리 대외협력국장은 대전지역에서 만들어진 빛의 광장과 윤석열정권 퇴진 투쟁을 평가하면서 “윤석열퇴진 투쟁 1년4개월 여간 지역에서 모범적으로 함께 연대의 힘을 모았던 민중단체,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비상시국회의 등과 사회대개혁의 길에서 실천적으로 굳건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겨레 청년특위장은 비상계엄 전후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점을 들며 “노동조합 청년사업은 투쟁의 기조를 결정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세부적인 사항이 중요하다”라면서 “인격, 권리, 경청, 존중, 배려, 이해, 동지애, 직접 참여, 주체화, 정치적 선택권 부여 등 ‘청년을 대상화하는 일체의 것을 배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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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현 kctu.news@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