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억 손배, 20년 구형’ 조선소 하청노동자 삶은 미리 계엄이었다, 이미 국정농단이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거통고지회 민간인 국정농단 국정조사 촉구
'단식 20일' 김형수 지회장 "윤석열은 한국 사회를 철제 감옥에 가두려 했다"
"군대의 헬기가 이 국회 상공을 선회하던 날, 많은 분들이 아마도 두렵고 분노감이 치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22년 '이렇게는 살 수 없지 않겠습니까 외치며 파업을 하던 그 노동자들의 머리 위에도 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압박하는 헬기가 떠돌았습니다. 노동자들을 공포에 시달리게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또한 계엄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9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개최한 명태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개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의 사회를 본 김혜진 전국불안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의 말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인 명태균 개입에 대한 국정농단 의혹을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2년 전 임금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파업을 전개했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3일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를 겪으며 '익숙한 공포'를 떠올렸다. 상공에 헬기가 떠돌고 무장한 군대가 배회하며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취하던 옥포조선소 파업현장은, 노동자들에게는 계엄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파업 당시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며 협박에 나선 정권의 배후에도 말 그대로 '국정농단'이 존재했다는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민간인 명태균 씨가 파업현장에 개입, 윤석열에 보고하며 공권력 투입 등을 제의했다는 의혹이다.

지회는 이번달 조 '실질적 노동 3권 확보'를 촉구하며 투쟁에 돌입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단식 20일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3일 계엄을 통한 친위쿠데타로 모든 이슈가 윤석열 탄핵으로 빨려 들어가며 이들의 투쟁은 또다시 묻히는 형국이다. 5일부터 7일까지 예정됐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오체투지 일정은 취소됐고, 지회는 윤석열 퇴진 투쟁으로 결합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이미 계엄이었다"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입을 모으며, 또다시 삶을 담보로 투쟁을 나섰지만, 불붙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기본권을 빼앗기고 저임금, 장시간, 불안한 고용구조 속에서 일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은 그 자체로 계엄 상황이기도 했다. 이 계엄 쿠데타 정국이 끝난 뒤 우리가 마주할 사회는, 노동기본권이 온전히 작동하는 그런 사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전 대우조선, 현 한화오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도크에서 배를 점거하고 파업을 했지만, 조선소 현장은 바뀐 게 없다면서 홍 부위원장은 "당시 김형수 지회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들에게는 도합 20년 형의 구형이 내려졌고, 자본은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의 권리를 짓밟으며 자본과 정권이 노동자들의 자유와 재산을 구속하는 한, 노동자들의 일상이 계엄이고, 폭력이고, 폭압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장은 "일반 민간인에 불과한 명태균이 파업 현장을 지탄하고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있었다. 명태균의 파업 진압 개입 의혹과 대통령실의 불법적 개입에 의한 국정조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단순한 노사관계가 아닌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국정농단"이라고 한 뒤 검찰을 향해서는 "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기소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노동위원장은 또 "한 평 남짓한 철창 속에서 이루어진 투쟁이 이제는 목숨을 건 단식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애초 계획했던 오체투지 행진은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계엄 시도로 엄중한 정세 속에서 잠정 중단됐다. 야윈 김형수 지회장의 얼굴을 보니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하다. 시민분들께 간절히 요청드린다. 이들의 투쟁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김형수 거통고조선하청지회장은 힘겨운 목소리로 "단식 20일 차지만, 몸이 힘든 것보다 현 상황이 굉장히 힘들다"면서 "2022년 0.3평의 철제 감옥을 만들어 유최안 당시 부지회장이 들어가며 한 달을 투쟁했을 때, 윤석열은 우리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특공대를 투입하겠다고 겁박하고 헬기를 띄웠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우리를 진압하는 연습까지 했다"고 2년 전 일을 떠올렸다.
김 지회장은 "그리고 윤석열은 12월 3일 이 한국 사회 전체를 철제 감옥에 가두려 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서도 이미 드러나 있듯이, 윤석열이 원하던 세상은 모든 노동자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반헌법적이고 반사회적인 시도들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귀 쫑긋 세우고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 우리 지회는 반헌법적이고 반사회적인 윤석열을 규탄하고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사태 이전에 위헌적인 권한 남용이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이라면서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적 행태가 속속히 드러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반헌법적 조치의 근간이었던 윤석열의 반노동 행위, 노동3권에 대한 탄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의 탄핵을 위한 전 민중적 투쟁 과정에서, 윤석열이 저지른 국정농단에 의한 노동권 침해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국회는 그 일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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