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족쇄 20년, 노동자계급 단결로 철폐시킨다” 전국‘이주노동자’대회
2024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
고용허가제 피해 이주노동자 현장발언
"이주노동자 없이 한국사회와 산업현장이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와 사업주들은 오로지 이주노동자 숫자를 확대하는 정책만 추진하면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며 노예도 아니다! 오늘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모인 우리는 착취와 차별 철폐를 위해, 이주노동자가 인간답게 일할 권리,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당당히 선언한다."
권리없는 이주노동자 양산 정책 실시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이주노동자 기본권 침해를 중단하고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하라!
정부는 강제노동 철폐하고 ILO 국제협약 즉각 이행하라!
임금체불 근절,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도 중단하라!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다!
고용허가제 시행 20년, 한국으로 이주한 이주노동자들이 서울도심에 모여 8개 언어로 이같이 선언했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 시민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6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열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올해는 고용허가제가 시행된지 20년째다.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해 갖은 인권유린과 탄압, 착취를 당하며 고통받았다. 고용허가제는 강제노동을 불러왔고, 이로인해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철저히 파괴됐다"고 발언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단속과 강제추방의 두려움에, 사업주 눈치를 보느라 휴일에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하는 현실을 전한 양 위원장은"자본의 탐욕은 국경이 없고, 권력의 탄압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의 연대와 단결을 포기한다면 저들의 착취와 탄압은 더욱 노골적이고 악랄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로이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MTU)위원장이 이어 발언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우리는 고용허가제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차별 착취하는 모든 이주노동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실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고 지난 20년을 설명한 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사업장 변경 제한에 지역제한까지 더해서 더 많은 족쇄를 채우고 있다. 해마다 이주노동자 숫자는 크게 늘리면서 처우와 지원, 권리는 내팽개치며 의무와 희생만 강요합니다. 그러면서 무슨 새로운 이민정책을 말하는 것인가" 꾸짖었다.
발언을 마친 이들은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하며 강제노동철폐, 사업장변경 자유보장,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각자의 언어로 요구를 외치고, 노래하면서 시민들에게 이주노동자의 노동문제를 알렸다.
이들이 외친 구호 중 하나는 "Bye Bye EPS, High High WPS"다. EPS는 고용허가제를 뜻하는 Employment Permit System의 약자, WPS는 work permit system을 뜻하는 노동허가제의 약자다.
고용허가제는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이주노동자 이직(사업장 이동)의 권한을 이주노동자 당사자가 아닌 사업주(사장)에게 주어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사업주에게 사실상 전면 부여해 노동 문제를 비롯한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게한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민주노총과 이주인권단체들은 고용허가제가 아닌 이주노동자에게 이직을 비롯한 자율을 부여 및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도입을 요구한다.
이날 대회에는 다양한 이주노동자의 생생한 현장발언이 무대에 올라, 고용허가제 철폐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노동 착취와 차별을 받고 있고 힘들게 일을 했지만 이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제대로된 기숙사도 받지 못 했습니다. 사장님들은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습니다. 아파도 사장님 허락 없이 병원에 가지 못합니다.
또한 아프고 힘들고 차별하고 욕해도 회사 변경하지 못합니다. 고용허가제 20년이 되었다는데 우리는 회사도 마음대로 바꿀수 없는 노예노동, 강제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장한테 우리는 사람 아니고 돈벌어 주는 기계입니다. 권리는 없고 고장나면 그냥 버립니다.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마찬가지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수갑에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제조업 노동자, 라쉐드 이주노조 조합원
"스크린 골프장 시공하는 회사에서 목공 일을 차근 차근 배워가면서 일을 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수원이주민센터와 함께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가로 활동하여 통역사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이주민으로 한국에 생활하면 부딪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외국인 차별과 인권 침해 당한 분들도 있어요. 동남아사람들이 일이 느려서 채용하고 싶지 않다던가, 이슬람권 사람들 음식문화 때문에 피한다던가 그리고 사람이 건강 문제로 일 못하는 경우에도 쉽게 퇴사 할 수 없어요. 또 제 친구 세명이 돼지농장에 일하게 되는데 도축일을 자주 사장님이 시키니까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만두고 싶다 해도 그만두지 못하게 해서 결국 도망칠 수 밖에 없어 불법체류자로 생활하게 됐어요." –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목공 노동자, 윈 저소
"공공영역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하지만 차별받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우리 이주여성들은 가족센터에서 통번역을 하거나 이중언어학습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주여성을 비롯해서 여러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지역사회에서 우리의 노동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우리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호봉제를 받는 선주민 노동자와 달리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아 임금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사돌봄 노동자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이주민들의 노동이 필요합니까? 그렇다면 이주민들을 싸게 부려먹을 생각하지 말고 평등하고 충분한 보상을 보장하십시오." –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번역노동자, 오르나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
"농업 이주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너무 길고 힘든데, 사장들은 추가된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합니다. 충남 부여의 한 농장에서 근무했을 때 숙소는 수로 위에 있는 콘테이너 박스, 휴일은 월 2일이었습니다.
동절기에는 매일 8~9시간, 특히 3월부터 11월까지는 매일 11시간씩 일했습니다. 그런데 고용주는 8시간 임금만 계산해 고정임금 165만원만 지급했습니다. 일이 너무 많다고 하자 도리어 사장은 일하지 말라고 화내면서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하고, 2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를 만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사장에게 100만원을 주고 나서야 겨우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노동청에 이런 일을 신고해도, 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한국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왜 EPS(고용허가제) 노동자는, 노동조건이 너무 나빠서 고용주한데 문의하면 협박을 당하고 사장에게 200만 원을 줘야합니까?" –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농업노동자 틀랑 떼피
"공장에서 발생하는 독한 냄새 때문에 코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여전히 방독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마스크만 지급합니다. 코피가 계속돼서 병원에 가봤더니 병원은 알레르기성 비염 진단을 내리면서 코가 많이 부었으니 수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장에게 진단서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이직하겠다고 했더니 '수술하고 2-3개월 쉰 뒤 다시 출근하라'며 이직을 거부합니다.
평택의 고용센터에 가서 진정을 넣으며 얘기했더니 담당자도 사장과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똑같이 답변했습니다. 진정서를 받으면 담당자는 외국인근로자권익보호협의회에 넘겨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사 말로는 수술보다 중요한 것은 그 노동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수술 후에 또 다시 그 공장으로 가서 비염이 재발해야 이직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무슨 실험용 동물입니까?" –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노동자 레후 쯔엉
"오랫동안 존경해 왔던 나라이자 제 할아버지가 살았던 나라인 이곳 한국에서 가르칠 기회를 잡았고, 인생의 사랑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로서 임금 착취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자 추방되거나 가족과 헤어질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습니다.
누구도 경험해서는 안되는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나는 내 노조 동지들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라면 우리는 무적입니다!" –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영어강사 노동자, 마이클캐논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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