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방한 항의 노동자 구속영장 청구 규탄 “정당한 의사표현에 과도한 탄압”
6일 기시다 日 총리 방한 규탄 노동자・민중 긴급 항의행동
경찰, 민주노총 조합원 2명 폭력연행… 1명에게 구속영장 청구
각계 노동시민사회 즉각 반발, 석방 탄원 줄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한 6일, 굴욕적이고 친일매국적인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광화문광장서 긴급 항의행동에 나섰던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시민사회 각계의 강력한 규탄을 받고 있다.
당일 긴급행동에 나섰던 노동자들은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친일매국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 경찰은 바닥 분수를 가동하고 노동자・청년・시민들을 밀치며 항의행동을 방해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 2명을 강제로 끌어내렸고, 주위 시민들이 “놔줘라”라고 항의했음에도 경찰은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굴욕적인 한일관계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민주노총을 향한 표적수사라는 날선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윤석열퇴진운동본부(준), 한일역사정의평화해우동,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는 9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는 한편, 연행자 석방을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연행된 조합원은 신분도 소속도 명확하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구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며 “재판부는 구속영장 청구를 마땅히 기각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약한 고리였던 한일관계 개선을 공고히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나 많이 일본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해왔나”라고 지적하면서 “당연히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윤석열정권의 지지율은 땅바닥을 기고 있다”라는 현실을 되새겼다.
이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처럼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핵 오염수 방류 방조, 역사교과서 왜곡 묵인, 독도 방어훈련 축소, 전쟁기념관 등 독도 조형물 철거, 친일왜곡인사 요직 등용 등 윤석열정권의 친일사대 행위는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정권의 지지율은 29.6%를 기록해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촛불항쟁으로 끌어내려졌던 박근혜정권의 지지율 마지노선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진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 빗대어 이태환 수석부위원장은 6일 항의행동을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는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단언하면서 “만약 연행된 조합원을 구속한다면 재판부는 전 조합원의 강력한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명한 경고를 던졌다.
연행된 조합원이 소속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또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 “권력남용이며 국민을 기만하기 위한 의도적인 탄압”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정의로운 시민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정당한 권리와 항의행동을 범죄화하려는 나쁜 시도”라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국민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강규혁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합원은 택배노동자로서 코로나19 시기 30여 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을 때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내고자 앞장섰던 조합원이다. 지금도 죽음의 기업인 쿠팡에서 일어나는 과거사를 막고자 애쓰고 있다”라며 “나라의 자유를 지키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은 △노동자・민중의 정의로운 의사표현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 △민주노총 조합원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경찰의 과도한 대응에 즉각 사죄할 것 △법원은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하고 즉각 석방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행 조합원의 배우자인 김연희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연희 씨는 “항의행동을 하다 이순신 동상 위에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48시간 내 풀려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구속될 수도 있다는 너무나도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라며 “윤석열정권의 친일매국 행위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반일감정이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래서 한 마디 하고자 광장에 나갔던 남편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라고 말했다.
김연희 씨는 “당시 영상을 보니 지나가는 시민들도 남편의 정의로운 외침에 박수를 쳤다. 데려가지 말라고 외쳤다. 그런데도 경찰은 어떤 연유로 남편을 구속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라면서 “사람을 때리지도 죽이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노동조합을 하고 있고 새 가족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어떻게 집을 버리고 도망갈 수 있겠나. 구속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다”라고 경찰의 과도한 구속영장 청구 행태에 답답함과 분노를 토로했다.
아울러 “우리 가족은 시험관 아기 이식을 앞두고 있다. 우리의 새 생명이 남편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편안하게 자랄 수 있도록, 또 많은 국민의 위하는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 즉각 남편을 풀어달라”라고 재판부와 경찰에 호소했다.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의 구호 외침과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광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위원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또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친일매국하며 국민의 자존심을 팔아먹는 지도자에게 시민들의 공정한 외침을 전한 것을 구속으로 응답한 경찰은 윤석열정권을 지나치게 옹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최덕희 자주통일평화연대 대외협력 위원장도 “독도마저 내주려는 윤석열정권 퇴진 현수막을 높이 들고 기시다 총리 방한 항의시위에 나선 노동자・민중의 외침은 절대적으로 정당하다”라고 연대의 목소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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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현 기자 now.worknworld@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