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제조업 불법파견, ‘위험의 이주화’해결 전제조건”

“아리셀 참사,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노동 개선과제 드러내”

제조업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돼야 반복되는 위험의 외주화, 이주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노동현장의 의견이 모아졌다. 인력난이 극심한 제조업 현장에서 불법파견이 만연하게 된 구조적 원인, 이주노동자를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에 불러다 쓰는 ‘노동력’으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이주노동정책, 그로 인해 정주노동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율이 문제제기됐다.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며 유입 확대 정책에만 힘을 쏟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중소제조업 등에서의 이주노동 현장 실태를 진단하는 한편, 제도개선 방안과 현장 투쟁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이 14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었다.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김희정 지회장은“등록된 이주노동자의 80%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상당수는 그보다 더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현장을 설명한뒤 작은 사업장일수록 인력공급업체를 통한 단기 파견노동이 만연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취업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정부가 사업장 인력 배정(취업 알선)을 담당하지만, 그밖의 취업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인력공급업체나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취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불법파견으로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이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퇴직금, 각종 수당 미지급 ▲노동안전 사각지대 문제 ▲출입국관리소의 강제단속 및 추방 등 불안정한 고용지위와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를 환기했다.

이주노동 현장 실태를 진단하는 한편, 제도개선 방안과 현장 투쟁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이 14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었다.

‘제조업 불법파견 노동의 현실과 투쟁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영수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은 제조업 불법파견으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적인 처우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열악한 임금․복지 ▲상시적인 고용불안 ▲열악한 노동환경(이른바 ‘3D업무’에 집중배치) ▲노동3권의 형해화 문제 등이 불법파견과 맞물려 심각한 상황임을 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20년간 자동차․철강․조선 업종에서 대공장 중심으로 전개돼 온 불법파견 소송(법률투쟁)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들 대공장 사업장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최근 수년간 잇따라 나왔음에도, 중소사업체가 밀집한 제조업 산업단지 등 불법파견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을 전하면서 “향후 투쟁과제로는 기존의 불법파견 투쟁을 넘어,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를 위한 원하청 공동투쟁 건설 등 민주노조가 견지해야 할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영신 반월시화공단노조 월담 운영위원(법무법인원곡 변호사)은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개선과제’를 두고 반월시화공단에 입주한 중소사업체의 경우를 언급했다. 비정규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존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법파견이 만연하고, 파견업체 및 사설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 이주노동자의 상당수는 미등록 신분이라는 점을 짚었다. 파견업체나 직업소개소의 난립이 계속되는 건 공적 직업알선 서비스(고용센터)에 접근할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아리셀 참사의 경우 희생자 대부분이 F-4(재외동포)와 H-2(방문취업) 체류자격을 지닌 재외동포 이주노동자였다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주노동자 파견노동의 폐해로 ▲저임금, 소득불안 ▲근로기준법 위반 ▲고용불안 ▲노동안전에 관한 권리로부터의 배제 ▲과다한 수수료 청구 등의 차별 문제 등을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파견 및 사용사업주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노동행정) 강화’, ‘공적 일자리 알선 모델의 제고’,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강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과제로는 ▲‘파견법 개정’을 통한 파견 허용 업종의 축소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이동제한 완화 등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외국인고용법 개정’이 필요하며 ▲불법적인 파견과 인력알선 행위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섹 알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산재 근절을 위한 과제로 ▲안전환경이 취약한 중소사업체의 설비와 안전장비 개선 및 정부 지원 ▲현장 안전교육에 대한 다국어 지원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전면적용 등을 꼽았다. 특히 “위험한 사업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를 주제로 다양한 비자 발급 정책에 따라 분할되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실태, 오로지 ‘국익’과 ‘경제활동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펼쳐지는 관리․통제 중심의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짚었다. “정주가 아닌 노동력제공자로서 일정기간 체류 후 한국을 떠나도록 설계되어 있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산업에 따라서, 허가된 체류기간에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은 단절됐고, 블록화돼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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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기자 nojojogirl@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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