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1년에 수천 명 죽는 나라, 방치할 것인가”

“이게 나라냐, 이것이 노동 존중이냐.” “김용균과 약속이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 날마다 일터에서 일곱 명이 넘는 노동자가 죽어가는 현실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외침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울려 퍼졌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는 11월 1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조사위원회 권고 즉각 이행,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 재해 기업 처벌 쟁취,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는 농성을 시작하며 본격 투쟁에 돌입했다.

▲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가 11월 1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조사위원회 권고 즉각 이행,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 재해 기업 처벌 쟁취,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재영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지난 10월 7일 출범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문재인 정권의 노동자 생명안전 제도 개악 박살, 대책위원회’가 정식 명칭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현장에서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금속노조가 노동·인권단체, 진보정당 등에 대책위 출범과 제도개선 투쟁 전개를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장은 “지난 6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삼십여 명이 중대 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라며 “철판과 중장비에 깔려 죽고, 30m 위에서 떨어져 죽고, 바다에 빠져 죽었다”라고 분노했다.

이성호 현중사내하청지회장은 “특히 회사에 죽임을 당한 노동자 대부분이 하청노동자”라며 “문재인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는 견해인지 정말 답답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호 지회장은 “자본이 법 제도가 규정한 최소한 안전조치와 기본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아서 하청노동자들이 중대 재해로 희생당하고 있다”라며 “회사는 사고 날 상황을 뻔히 알면서 사람 목숨보다 비용 절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성호 지회장은 “자본의 노동자 살인을 멈추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조선업 조사위원회와 김용균 특조위 권고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장이 11월 18일 ‘조사위원회 권고 즉각 이행,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 재해 기업 처벌 쟁취,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자본이 법 제도가 규정한 최소한 안전조치와 기본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아서 하청노동자들이 중대 재해로 희생당하고 있다. 회사는 사고 날 상황을 뻔히 알면서 사람 목숨보다 비용 절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박재영

“위험의 외주화, 중대 재해 근본 원인”
2017년 노동절에 벌어진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와 STX조선 폭발사고 이후 문재인 정부는 ‘조선업 중대 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아래 조선업 조사위)’를 구성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죽음 이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아래 김용균 특조위)’를 설치했다.

조선업 조사위와 김용균 특조위 모두 ‘위험의 외주화’를 중대 재해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두 위원회는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해서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해야 한다”라며, 문재인 정부에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과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조선업 조사위와 김용균 특조위 조사 결과와 권고에 따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조선업 조사위원회와 김용균 특조위 보고서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라며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도대체 왜 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가 11월 1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조사위원회 권고 즉각 이행,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 재해 기업 처벌 쟁취,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조사위원회 권고사항 이행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제정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생명안전제도 개악 중단 등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박재영

이상진 부위원장은 “11월 18일 오늘부터 광화문광장을 거점 삼아 농성을 시작한다”라며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정부 탓에 추운 날씨에 천막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진 부위원장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은 ‘김용균법’이라 불렸지만,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는 ‘누더기 법’으로 전락시켰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자 생명안전제도 후퇴는 끝이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상진 부위원장은 “이미 작업 중지 지침 제도를 개악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경총 등 사용자단체의 요구에 따라 화학물질 규제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조사위원회 권고사항 이행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제정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생명안전제도 개악 중단 등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대책위는 11월 22일 14시 세종로공원에서 ‘생명안전제도 개악 분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12월 첫째 주에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 사업을 벌인다. 광화문광장 거점을 중심으로 1인 시위,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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