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전태일 정신’으로 연대한 사람들” 김태윤 공동대표, 오자와 부부 전태일 노동상 ‘수상’
54주기 전태일 추도식·32회 전태일 노동상 모란공원서 열려
지역사회 밀착 여성·노동운동가 김태윤 공동대표 수상 영예
35년 한국 노동자의 벗, ‘일본 동지’ 오자와 부부에 특별상
민주노총, “열사의 뜻에 따라 노동자 민중 위해 헌신할 것”
54주기 전태일 추도식에서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전태일 노동상을, 오자와 타카시 · 오자와 쿠니코 부부가 전태일 노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전태일재단(이사장 직무대행 임현재)가 13일 11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에서 제54주기 전태일 추도식을 개최한 가운데 서른두 번째 전태일 노동상을 시상했다.
전태일 추도식은 나눔과 연대의 전태일 정신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자 매년 전태일 열사의 기일인 11월 13일에 개최된다. 올해 제54주기 전태일 추도식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메시지를 담아 진행됐다.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심사위원회는 “선한 연대가 가진 가진 힘에 주목했다. 수상자 모두 오랫동안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일에 부단히 애썼고, 온 힘을 다해 국적이 다른 노동자들의 손을 잡았다. 수상자들은 공통적으로 다수의 추천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이들의 헌신에 많은 이들이 고마워하고 있음을 웅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한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충북지역에서 오랜 기간 노동뿐만 아니라 여성과 돌봄, 언론, 문화예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노동운동가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던 김태윤 공동 대표는 그가 몸담고 있는 충북인뉴스 소속 기자의 배우자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서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자, 동료로서 화성 참사 현장에 결합해 기꺼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제32회 전태일 노동상 심사위원회는 “6월 24일 23명의 생명을 앗아 간 아리셀 공장 화재가 발생한 이후 지난 4일 이들의 장례를 치르기까지 무려 132일이 걸렸다. 김태윤 공동대표는 농성장에 상주하면서 때로는 국회로, 때로는 정부로 쉼 없이 뛰었다. 이러한 결과, 불법파견이라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군납 비리처럼 얽히고설킨 이권 카르텔을 폭로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전태일 노동상의 영예는 오자와 다카시와 오자와 쿠미코 부부에게 돌아갔다. 오자와 다카시, 오자와 쿠미코 부부는 1989년 한국수미다노조의 일본 원정 투쟁부터 오자와 부부는 일본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지역사회를 조직해 한국 노동자와 함께했다.
심사위원단은 “온갖 혜택을 누리고는 단물이 빠질 즈음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본 자본에 맞서는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언제나 오자와 부부는 연대했고 그 과정에서 구속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자와 부부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전태일 노동상 특별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태윤 공동대표는 “다섯 달 동안 투쟁하고 있는 유족들을 대표해서 받는 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유가족들이 살아서 실천하는 전태일 열사가 아닌가 하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한 뒤 “우리가 지금 제대로 싸우고 있나 너무 아프고 힘든 과정들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의 이 상을 계기로 해서 우리 잘 싸우고 있구나, 마음을 다지면서 힘차게 싸워나가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오자와 부부도 “우리 보고 왜 한국 노동자들과 연대하는지 묻는 질문을 그동안 많이 받았다. 한마디로 ‘노동자의 국경이 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하는 그런 정신이다. 이 상의 의미는 한편으로 일본계 기업에 맞서서 완강하게 투쟁하는 한국 노동자들이 수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한 뒤 “구미에서 아직도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동지들이 완강하게 투쟁하고 있다. 우리도 끝까지 같이 연대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맡았다. 추모 기도는 박승렬 목사가 올리며 공연은 종합예술단 봄날이 맡았다. 또 전태일 이소선 장학생인 권도엽 학생의 자작 랩 공연도 진행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민주노총은 열사의 정신을 받들어서 당당하게 싸워나가겠다는 결의로 인사드리겠다”고 한 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을 내던진 전태일 열사의 투쟁을 돌아본다. 차비를 나누어 서로의 배고픔을 달랬던 열사의 삶을 통해 우리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위해 무엇을 걸고 싸우고 있는지, 울타리 밖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내놓고 있는지, 열사의 영전 앞에서 겸허히 돌아보게 된다”고 전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서 자행된 경찰의 폭력을 두고서 많은 분들이 우려와 걱정을 해주고 계신다. 열사의 외침이 노동자 민중에게 저항의 불씨가 되었듯, 우리의 투쟁이 윤석열 정권의 퇴진과 한국 사회 대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싸워나가고 있다”면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이란,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위해 헌신하고 투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노총답게 열사의 뜻에 따라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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