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추모현장 스케치] 7월 29일, 참사 한달, 사라진 정치인의 근조화환을 대신하는 것
아리셀 유족들의 투지와 시민들의 연대 ‘계속’
“억울한 죽음이 잊혀지지 않게, 끝까지 함께”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발생 한 달을 넘겼다. 매일 열리는 시민추모제도 한달을 맞는다. 화성시청 앞, 국화 향에 머리가 어질해질만큼 빼곡하던 정치인들의 근조화환은 이제 없다. 한달동안 투쟁하며 달라진 유족들의 벼려진 분노와 결의, 투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달 전, 갑작스러운 비보에도 슬플 겨를 없이 사태 파악과 수습부터 해야했던 유족들의 표정은 무거운 침묵과 황망함으로 가득했었다. 참사 한달, 이제 유족들은 종종 동그랗게 모여 소리내어 울고, 소리내어 분노한 다음 소리내어 ‘끝까지 싸우자’고 크게 외친다.
유족들은 지난 27일 서울에서의 추모행진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폭우를 뚫고 힘들게 한 발 씩 내딛은 유가족 뒤에 시민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협의회와 대책위는 추모행진 시민들의 연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 유족은 “매일 화성시에 갇혀 우리만 싸우고 있는가? 하는 고립감이 있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비를 맞으며 행진도 하고, 추모제에 참가한 것을 보며 큰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함께 해 주시는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다. 정말 큰힘을 받았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참사 이후 시간이 지나며 언론과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언론이 함께 걸으며 취재도 하고,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행된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을 보며 여전히 많은 분들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외롭지 않게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유족들은 추모행진 당일 퍼붓는 비를 오랜 시간 맞으며 함께했던 참가자들의 건강을 바라며, 혹여 감기 등으로 몸이 상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비치기도 했다.
협의회와 대책위는 여전히 교섭을 거부하며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자 않는 사측 에스코넥(원청)과 아리셀을 압박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앞으로의 8월 8일 서울 노동자, 시민추모제, 8월 11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49재, 8월 17일 아리셀 희망 버스 등의 일정에도 함께 해 달라 당부했다.
7월 마지막주는 여름휴가 기간으로, 시민추모제 참석자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평소와 같이 화성시민들과 연대단위의 참석으로 자리를 다 채우며 시민추모제는 시작됐다.
윤호상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사무처장은 시민추모제에서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다짐의 말을 할지 고민하며 이 자리에 섰다. 10년 전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동료의 자녀가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 우리는 많은 사회적 참사 앞에, 중대재해 앞에 마주 서야 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죄송하다. 다시금 안전한 현장, 안전한 사회를 위해 같이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한신대 노래패‘보라성’이 지난 화성시장실 앞 투쟁에 이어 다시 방문해 ‘광야에 서’‘호각(배달호 열사 추모곡)’추모곡으로 유족과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고 이해옥 님 유족 여국화 님도 발언했다. 그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책위 관계자, 지난 토요일 빗속에서 함께 한 많은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이 있어 우리가 버틸 수 있다. 우리 유족들도 더 잘 먹고 잘 쉬어야 잘 싸울 수 있다. 저들이 바라는 대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요구대로 저들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모두 끝까지 싸워 반드시 이깁시다”라고 크게 외쳤다.
참사 이후 오늘까지 36일간의 시간을 담은 사진을 엮은 영상을 보며 다시 새롭게 결 의를 내는 시간을 가진 후 금일 시민추모제를 마쳤다. 이들은 여전히 힘겹지만 그래도, 투쟁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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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기자 nojojogirl@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