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만큼 눈물도 쏟았다’ 아리셀 유족들, 영정 품에 안고 서울역까지 행진
“아리셀과도 싸웠지만, 외로움과도 싸웠던 한 달” 많은 관심 호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벌어진 지 34일째 되는 27일 오후 5시 서울역 광장 시민추모제에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연대하기 위해 모였다. 서울역계단을 가득 메운 시민들에게 유족들은 “궂은 날씨에도 함께해주심에 감사하다. 우리는 한달동안 사측과 정부랑도 싸워야 했지만, 외로움과도 싸워야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앞서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오후 4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희생자들의 영정을 품에 안고 용산을 출발해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퍼붓는 빗속에서도 유족들과 시민들은 끝까지 행진하며 진상규명을 향한 굳은 의지를 다졌다.
시민추모제에서는 고 김지현 님 유족 지경옥 님이 편지글을 낭독했다. 지경옥 님은 “아리셀 참사로 애들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독 가스에 질식하고 1000도씨가 넘는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른다. 울분으로 가득 찬 가슴은 미어지고, 미칠 것 같다”면서 가슴을 쳤다. 그러면서 “우리는 알고 싶다. 23명의 소종한 생명이 왜 처참하게 죽어야 했는지, 왜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지 알아야겠다”고 했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중에는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한국인 김병철 연구소장도 있었다. 김병철 님의 아내인 최현주님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화재 현장에 있지 않았던 제 남편은 폭발현장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화를 당했습니다. 박순관도 박중언도, 영업이사 이석훈도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던 그 처참했던 현장에 들어가 변을 당했다”고 발언했다.
아리셀 사장은 김병철 소장에 입사제의를 했다면서, 유족은“‘결국 함께해서 좋다’던 박중언과 박순관은 참사 이후 일주일 동안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사고 직후 제가 아닌 기자들에게 사과했고 김앤장을 선임한 이후에서야 저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뒤 “그런뒤 사측은 황당하게도 길림성 제조업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합의금을 제시하며 합의하자고 했다.. 빨리 합의하면 5000만 원을 더주겠다고도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사람의 진심을 짓밟은 그들의 죗값을 묻기 위해서다. 그들이 인간이라면 참사 직후에 기자가 아닌 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살아서 미안하다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자기 잇속 계산하기 전에 함께 울었어야 했다”며 분개했다.
아리셀 참사는 위장도급,불법 파견이 불러온 예견된 집단 참사라고 대책위는 설명한다. 수차례 크고 작은 사고의 전조현상이 있었음에도 안전을 방치했고, 허울뿐인 위험성 평가 인증제도가 참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리셀과 용역업체 메이셀의 불법적인 직업소개,불법행위가 없었는지 도대체 조사는 이루어지고 있는 건지 유족분들게 소상히 진행사항을 밝히라는 것이 대책위의 요구다.
또한 모든 조사의 과정에서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를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포함 전문가들로 구성해서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따른다.
한편, 내달 8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아리셀 참사 시민추모제'가, 내달 11일에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49재'가, 내달 17일에는 '아리셀 참사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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