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시민이 만든 조기 대선인데 ‘일하느라’ 투표하러 못 가” 참정권 침해 지적 나와
'모든 노동자 참정권을 보장하라' 민주노총 기자회견
6월3일 '택배없는 날' 쟁취한 택배노동자 투쟁 성과
"투표일 유급휴무 법적보장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광장의 노동자 시민들이 이끌어낸 조기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6월 3일 날 '일하느라' 투표할 수 없는 노동자의 증언이 모아졌다. 택배, 건설, 돌봄, 서비스, 5인 미만 사업장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선거일에도 정상근무를 강요받으며, 사실상 정치적 권리에서 배제된다는 지적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참정권을 보장하라!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은 모든 국민의 권리임에도 현실에서 수 많은 노동자가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근무조건 등의 이유로 투표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21대 대통령 투표는 다음달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오는 29일과 3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그러나 병원과 돌봄노동자, 판매서비스, 공장 및 건설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은 교대제나 업무 일정에 묶여 투표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비판이다.
민주노총은 "투표권은 커녕 선거일에 쉬겠다는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참정권이 보장돼야 할 헌법적 권리임에도,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의식을 밝혔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우리 노동자들은 지난 탄핵의 광장에서 높이 들었던 그 손으로 내란 세력 심판을 위해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헌법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장해야 할 현실과 제도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더해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는 참정권 확대의 역사이기도 하다. 헌법적 권리는 결코 문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내란 세력을 엄중하게 심판하는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의 하나인 참정권을 대폭 확대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현장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김주현 서비스연맹 특성화고노조 조합원은 "우리 고졸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과 투표 시간이 겹쳐 투표가 어렵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의 경우 '투표하러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자 '그럼 네가 빠진 시간은 누가 채워'라는 답변을 받는다고 했다"는 현실을 전했다. 이어 "캘린더에 적힌 빨간 글씨만으로는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든 노동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표할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건설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이승무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설비분회장은 "고용불안에 허덕이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버젓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날에도 법정 다툼 없이는 빨간 날을 찾아 먹을 수가 없다. 최근에는 그나마 토요일날 사전투표를 할 수 있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목요일과 금요일이 사전투표일로 지정돼서 투표할 권리를 아예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택배노동자는 지난 세월 투쟁을 통해 대선 당일 '택배 없는 날'을 쟁취하고 온전한 참정권을 보장받게 됐다. 지난 22년 대선, 24년 총선에 이어 올해도 주요 택배사들의 모든 노동자이 투표권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서비스연맹 택배노조의 윤중현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쿠팡 또한 로켓 배송을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대선 당일 주간 배송을 전면 중단했다. 명실상부하게 업계 전체가 대선 당일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게 된 의미 있는 날"이라고 짚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휴무 결정이 기업들의 시혜에 기반한 일회적 결정에 그치지 않도록 모든 선거마다 특수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투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온라인 포함)의 상품을 고객의 집으로 배송하는 배송노동자들은 대형마트 3사에 6월 3일 대형마트 배송 휴무를 제안했지만 현재까지도 아무런 대답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대영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부 사무국장은 "현장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투표마저 하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있다. 광장 시민이 이뤄낸 이번 대선에서 민주시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한 사회대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노총은 "2025년 조기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선다. 윤석열 퇴진 투쟁으로 드러난 국민의 분노,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완수할 결정적인 시기다. 이 중요한 시점에 모든 노동자가 투표장에서 서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은 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선거일 유급휴무가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 한, 사용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투표 참여가 막히는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비정규직에게도,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실질적인 참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선거일 업무를 강요하거나, 투표시간 확보조차 고려하지 않는 현장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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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기자 kctu.news@gmail.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