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놈 꼭 퇴진시켜달라” 윤석열 탄핵안 가결되던 순간, 민주노총이 떠올린 것들
윤석열과 싸워왔던 지난 2년 반, 뜨거운 눈물흘린 조합원들
탄핵 어묵 나눔, 교통약자 이송 등 민주노총의 연대 '눈길'
"이제 한 고비 넘겼다. 못다한 사회대개혁을 실현해야"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놈 꼭 퇴진 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달라며 분신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외침을 들은 민주노총이 '윤석열 퇴진'을 공식화한지 1년 7개월만이다.
윤석열이 주도한 '12·3내란사태'가 실패로 돌아간 지 열 하루만인 14일 오후,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오후 7시 24분을 기준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가, 204표 ······" 우원식 의장이 찬성표 숫자를 말하자,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환호하며 기뻐했다.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 서로를 껴안고 축하를 나눴다. 곧바로 이어지는 '다시 만난 세계'를 열창하며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과 기쁨의 눈물을 동시에 쏟았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탄핵이 가결된 순간, 지난 2년 반동안 윤석열과 끊임없이 투쟁해왔던 과거를 떠올렸다.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몰고, 건설현장을 야만으로 되돌린 윤석열이었다. 오늘만큼은 "못된 놈 퇴진시켜달라"며 분신한 양회동 열사의 뜻을 이루리라 결의한 건설산업연맹 조합원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도 '윤석열 탄핵'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해 파업에 나섰지만, 공정거래위까지 들먹이며 자행된 윤석열 정부의 탄압 속에서 안전운임제 폐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은, 그날의 치욕을 탄핵과 체포로 갚겠다면서 여의도공원 차도 한 면을 화물연대본부의 전세버스로 감싸버릴 만큼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탄핵 가결 소식을 듣자 기쁨에 차 풍선을 하늘 위로 날렸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철제감옥에 들어가 파업했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을 향해 윤석열은 헬기를 띄우고,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며 겁박으로 일관했었다. "우리에게는 일상이 계엄이었다"는 거통고지회 조합원들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윤석열을 끌어내리기 위해 상경했다.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친자본 정책속에서, 목숨보다 이윤을 우선한 에스코넥은 결국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아리셀 참사를 만들었다. 이날 아리셀 참사 유족들도 국회를 찾아 에스코넥과의 교섭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처럼 각자의 이유를 들고 하나의 뜻으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은 200만 명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연대 활동 또한 주목을 받았다. 서비스연맹 학비노조는 “칼바람이 부는 여의도 광장에서 추위를 이겨낼 따뜻한 어묵과 급식 노동자의 마음까지 받아 가세요” 시민들과 '탄핵어묵'을 나눴고,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민주주의를 배달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인이나 환자, 어린이 등 움직임이 어려운 시민들의 이동을 도왔다.
민주노총은 탄핵 가결 소식에 즉각 성명을 내고 "아직 갈 길이 멀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남아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바로 체포하고 구속해야 한다. 내란을 사전 모의하고 방조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내란 가담자로 수사하고 국민의힘 정당 해산 신청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내란 공범들을 색출하고 그 죄를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더해 "탄핵이 끝이 아니다. 노조법 2‧3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열어야 한다.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의료‧돌봄‧교육‧교통‧주거‧에너지 공공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막아내고, 내란범 윤석열 탄핵의 광장을 열어낸 노동자 시민의 힘으로 사회대개혁을 실현해야 한다"고 과제를 설명했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1500여 개 노동시민사회가 모여만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입장을 내고 "오늘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은 사회대개혁을 위한 첫 발이다. 윤석열 정권이 고조시켜온 남북위기과 노동·장애·여성·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친일역사쿠데타와 언론탄압, 기후위기와 불평등, 양극화를 혁파하고,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과 피해자 인권을 보장하며, 2017년 못 다 이룬 촛불혁명의 과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는 16일부터 매일 광화문 앞에서 촛불이 이어갈 예정이다. 21일에는 오후 3시 전국광역지역 동시다발로 촛불시위를 개최하고, 이날 서울 광화문 앞에서는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에 이어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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