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소식마당

  • 공지사항
    공지사항
  • 함께여는 세상
    함께여는 세상
  • 교섭속보
    교섭속보
  • 대자보
    대자보
  • 공고
    공고
  • 지회일정
    지회일정

함께여는

HOME > 소식마당 > 함께여는 세상
 
작성일 : 15-06-11 08:29
함께여는세상 호외-14
 글쓴이 : 조직선전
조회 : 591  

기묘한 이야기

제 14 화

“내일 우리가 돼지 선산 일터 입구에 진을 치자. 우리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지금 돼지 부하 얘기는 이런 사건이 있으면 소, 코끼리, 물소 같은 애들 친구들이 떼거지로 동네에 들어 올 가능성이 있단다. 그러면 그걸 좀 막아 달라고 하니 겸사겸사 해 보자!”

두더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계산을 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두더지는 처음부터 얘네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옛날 같았으면 거의 적이나 다름없는 애들인데 같이 뭔가를 하려니 꺼림직 했다.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때가되면 얘네들과도 결별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두더지는 지금은 때가 아니란 생각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 다음날 실제로 이들은 일터 입구에 쭉 서 있었다. 그 날 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동네 주민들의 친구들이 올 때마다 이들은 그렇게 시위 아닌 시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새벽녘에 다시 모였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으니까 꽤 이른 시간이었다.

꼬리에 검은 색 털 있는 늑대가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밤에 급하게 연락이 와서 일찍 보자고 했다. 다른 게 아니고 오늘 우리 동네에 쟤들 친구들이 꽤 오나봐. 그걸 막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아니 형님, 우리가 집지키는 개에요?” 뾰족한 이빨의 늑대는 이런 시답지 않은 일은 하기 싫은 듯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막는 게 아니야.”

“아니, 그럼 어떻게?”

“오늘은 완력을 써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정말요?” 뾰족한 이빨의 늑대는 신이 난 듯 물어봤다.

“그래. 그렇지만 우리 애들이 다쳐서는 안 된다. 또 사진에 찍히는 일도 없어야 한다. 또 쟤네들 사진은 제대로 찍어야 한다.”

“아, 그러니까 쟤네들을 함정에 딱 빠뜨리자는 거네요”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일단 해 보고 나서 보자.”

“그러면 형님. 몸도 풀 겸 저기 너저분하게 걸려져 있는 것들 싹 떼어 버릴까요?”

“그런 걸 뭘 물어 보고 하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뾰족한 이빨의 늑대는 다른 일꾼들에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20분간 동네 곳곳에 붙여져 있는 것들 다 떼어 낸다!”

그 때 뚱뚱한 개가 한 마디 한다.

“떼어 내는 건 의미 없다. 기왕이면 칼질을 해서 겁도 먹게 만들자!”

“오호. 그거 좋네. 뗄 것이 있으면 떼어 버리고, 칼로 요리할 것이 있으면 요리하자! 지금부터 딱 20분 동안 해 보자.”

일꾼 무리들은 동네 곳곳에 걸려진 것들을 모두 떼거나 베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층 사기가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던 두더지는 ‘저러니 양아치란 소릴 듣지.’라며 혼잣말을 했다.

그 날.

그들에 의해 동네주민들과 그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다쳤다. 그야말로 단련된 자들이 저지르는 폭력 앞에 일평생 일만 해 오던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폭력을 당하던 그 자리엔 바퀴벌레들도 있었고 앵무새도 있었다. 그리고 돼지 부하들도 상당수 나와 있었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며 동네 주민들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우리 편은 우리 말고 아무도 없다. 우리만이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다.”

한편, 지난 번 바퀴벌레와 앵무새들이 다녀간 후 빨간 날개의 앵무새는 일꾼들을 차례차례 불렀다. 빨간 날개의 앵무새가 보기엔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사건이 매우 중대한 문제로 보였다. 최선을 다해 이 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자기가 갖고 있는 권한은 크지 않았다.

일꾼들 중 첫 번째로 빨간 날개의 앵무새 앞에 선건 꼬리에 검은 색 털 있는 늑대였다. 빨간 날개의 앵무새는 질문을 시작했다.

“동네에 들어 온 게 일만 하기 위해서 들어온 건 아니지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나이에 돈 벌어 처자식 먹여 살리는 거 말고 또 다른 일이란 게 있겠습니까?”

“지금 과거에 바퀴벌레들이랑 좀 놀았다고 우리가 우습게 보이시나 봐요?”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우습게보다니요? 해봐서 압니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 들어오실 때 무슨 약속 같은 거 하고 오셨죠?”

“약속이요? 정식 절차 밟고 들어왔을 뿐입니다.”

“그 정식 절차가 무엇인가요?”

“일꾼 구한다고 해서 손들었고, 뽑힌 거죠!”

“그게 전부입니까?”

“그거 말고 또 뭐가 있어야 하나요?”

“여기 들어오시기 전에 바퀴벌레들이랑 같이 일하신 거 맞죠?”

“네 맞습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그런 일 하신 분이 이런 곳에 어떻게 오신 겁니까?”

“돈 벌러 왔죠! 이 나이에 어디서 써 주는 것도 아니고.”

빨간 색 날개의 앵무새는 속으로 생각했다. ‘완전 능구렁이구먼’ 그러더니 종이 한 장을 꺼내 꼬리에 검은 색 털 있는 늑대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거 보이시죠? 전에 본 적 있으시죠?”

“처음 보는 겁니다.”

또 다른 종이를 보여주며,

“이건 본 적 있으시죠?”

“없습니다.”

빨간 색 날개의 앵무새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함께여는세상 호외-14.hwp (35.5K) [5] DATE : 2015-06-11 08:2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