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제 12 화
뾰족한 이빨의 늑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님, 지난 번 회식 때는 감사했습니다.”
“뭐가?”
“곰님 앞에서 저를 추켜세워 주셨잖아요.”
“니가 그 만큼 하니까. 애들 단도리도 잘 하고.”
“오늘도 제가 앞장서서 이야기할 테니 형님은 지켜만 보세요.”
“그런데 지난 번 일은 어떻게 됐어?”
“어떤 일이요?”
“아니, 쟤들 중 우리 쪽 말고 다른 쪽 애들 난리 났었다 면서!”
“아. 그거요. 제가 방법을 일러 줬죠.”
“어떻게?”
“만약, 니들도 승진하고 싶고 돈 더 받고 싶으면, 동네에서 힘 좀 쓰는 애들 손 좀 봐줘라. 기를 팍 죽여 놓고 제압해 버리면 나중에 우리도 편하니까. 그래서 그걸 하면 승진시켜 주고 돈도 더 주겠다.”
“그랬더니?”
“아직 잘 안되더라구요. 근데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 제가 지들끼리 경쟁 붙여 놨으니까 당분간 우리한테 이러쿵저러쿵 할 일 없습니다. 또 잘 되면 우리도 좋은 거니까요. 우리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알았다.”
잠시 후 일꾼들 대부분이 모였다. 뾰족한 이빨의 늑대는 모인 일꾼들을 훑어본 봤다. 한 열 서넛이 보이질 않는다. ‘골치 아픈 것들이 또 오질 않았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모이라고 한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일전에 개별적으로 다 이야기 전달 받았을 것이다. 새로운 친목회가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곳으로 갈아타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그래서 아마 개별적으로 이미 결정을 한 애들도 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일괄적으로 의사를 확인하려 한다.”
“.........”
“그냥 저쪽 친목회 나오고 새로 만들어진 친목회에 들어가겠다는 서약서다.”
“그게 꼭 필요합니까?” 누군가 물어봤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우리에겐 돈 많이 주는 자가 주인이다. 주인의 명령이다. 오늘 부로 전체가 움직이는 거다.”
“........”
“알겠지!”
그 때 모자 쓴 개가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요. 우리는 각자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도 모임이 있으니 모임에 있는 동기들과 상의해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 때 발목에 팔찌를 끼고 있는 개도 “맞습니다.”라며 모자 쓴 개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짜증이 올라온 뾰족한 이빨의 개는 꼬리에 검은 색 털 있는 늑대를 흘낏 쳐다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내가 이미 니들 모임의 선배 급들과 다 이야기한 거다. 그러니 결정해라.”
“........”
그 때 꼬리에 검은 색 털 있는 늑대가 나섰다.
“나를 믿어라. 지난 번 곰님께서 회식 때도 말씀하셨다. 우리를 이곳에 들어오게 노력하신 분이 말씀하신 거다. 돈 걱정은 하지 마라. 그리고 잘 못될 것 같은 두려움도 버려라. 이미 필요한 준비는 다 해 놨어. 이제 부터는 누가 더 잘하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그러니 나를 믿고 따라오면 돼”
자리에 모였던 일꾼들 일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약서에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꺼려하던 나머지 일꾼들도 분위기가 그렇게 몰리자 어쩔 수 없이 서명에 동참했다. 그들은 서명만 했지 날짜를 적지는 않았다.
한편, 동네 분위기는 바빠졌다. 여기저기에서 소문이 돌았고, 누군가의 제보도 이어졌다. 대책마련이 시급했다. 소, 코끼리, 물소, 오리가 다급히 모였다.
소가 먼저 말을 꺼냈다.
“소문들 들어서 알겠지만 지금 동네가 어수선해. 오리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한 번 쭉 이야기 해 줘봐”
“일단 지난 번 새로 들어 온 일꾼들은 일하러 온 게 아니고 돼지가 자기 마음대로 동네를 좌지우지 할라고 데리고 들어 온 일꾼들이라는 거야. 그 첫 번째 임무로 소, 코끼리, 물소를 비롯해 동네 주민 대다수가 있는 우리 모임을 깨는 거지. 그걸 하려면 우리 모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을 쫓아내겠다는 거고.”
코끼리가 말을 받았다.
“돼지 그 녀석의 욕심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네. 그래서 두더지도 거기에 합세한 거라 봐야하나?”
코끼리의 질문에 소가 대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봐야지. 지난번에 코끼리가 두더지 만났을 때 그 때 이미 두더지는 그 쪽으로 붙었다고 봐야지. 어쨌든 이 일은 지금까지 동네에서 벌어진 일 중에 가장 큰 일이야. 우리들도 빠르게 움직이는 게 필요해.”
“일꾼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이 모든 일이 돼지 머리에서 나왔을 테니 거기부터 시작하자.” 물소의 말이다.
“그래, 이건 한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계략이야. 돼지가 지금까지 한두 번 시도한 게 아니잖아. 툭 하면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만들어서 자기 좋은 대로 만들려고 했지. 이렇게 판을 키워 몰아 부치겠다고 한 순간, 우리도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넘어서서 돼지가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게 만들어야 해.” 코끼리의 말에는 힘과 결의가 섞여 있었다.
그들의 회의는 한 참 동안 이어졌다. 방향이 세워지고, 각자의 역할이 주어졌다. 그 날부터 소, 코끼리, 물소, 오리 등은 밤잠을 설쳐 가며 일을 했다.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진실을 찾아 바로 잡고야 말겠다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새로 들어온 일꾼들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을 만났다. 또한 일꾼들의 과거 행적을 샅샅이 뒤져 가며 정리해 나갔다. 사실들이 하나하나 확인될 때마다 그저 놀랍기만 했다. 동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돼지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한 내용들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그 위에 ‘돼지의 동네침탈작전’이라 썼다. 그 다음날부터 이들은 행동에 돌입하기 시작했다..............................................(1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