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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16 12:13
“외롭고 힘들다...학살의 현장에 함께 해달라”
 글쓴이 : 조직선전
조회 : 804  
여의도 벚꽃 축제가 시작된 지난 14일, 서울 시내는 온통 봄내음이 물씬 풍겼다. 봄나들이를 나서는 가족과 연인들에겐 웃음꽃이 피어났다.

하지만 대한문 앞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이 추위에 떨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였던 이모(36)씨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씨는 쌍용차 정리해고로 목숨을 잃은 22번 째 노동자였다.

이에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5일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정부에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분향소에 난입해 초와 향을 짖밟는 경찰에 맞서 10일 째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이 중심에는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이 있다. 분향소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얇은 옷에서는 봄을 느낄 수 있었지만 털이 달린 두터운 외투을 입은 김 지부장은 아직도 얼음장 같은 한겨울 속에 있었다

“4.11 선거는 많이 기대하지도 않았어. 선거 이야기는 하고 싶지가 않아.” 김 지부장은 선거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난 11일에 치러진 19대 총선은 야권의 우세를 점치던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낙선한 정동영과 이계안이 분향소를 찾아왔어. 고향이 평택이라는 이계안 씨는 ‘죄송하다. 내 힘을 보태서 해결될 수 있다면 보태겠다’며 눈물을 흘렸고 정동영 씨는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 좀 더 힘내서 싸우자’고 말했어. 통합진보당의 심상정, 노회찬, 이상규 당선자도 찾아와 19대 국회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했지.”

비록 선거는 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분향소를 찾은 정치인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날 대한문 분향소에는 긴장감이 넘쳐났다. 경찰들은 24시간 분향소 곁에서 노동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쌍용차 분향소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예술작품이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경찰은 분향소에 들어오는 모든 물품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보통 새벽 2시에 자서 7시 정도에 일어나. 보온재 깐 길바닥에서 침낭 하나 덮고 덜덜 떨면서 자는데 경찰이 자는 동안 와서 뭐라도 가져갈까봐 불안해서 편하게 못자. 몸이 만신창이아 되어가는 느낌이야.”

김정우 지부장을 힘들게 하는 것은 벽에 부딪친 것 같은 막막함과 외로움이었다.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이후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이 가운데 22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외롭다. 사람은 계속 죽어나가는데 해결의 기미는 전혀 없어. 우리 힘만으로는 그저 바라만 볼 뿐이야. 그래서 시민들에게 쌍용 정리해고 문제를 알리고 사회적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이렇게 나왔지. 5월 18일이 22번째 희생된 노동자의 49재인데 이날이 지나도 해결 기미가 안 보이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야. 더 이상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어.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길 기대하는 수밖에...”

오는 8월 5일에는 한상균 전 지부장이 출소한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감옥 안에서도 밖에서 투쟁하는 노조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격려하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지부장은 3년이 지났지만 돌아오는 한상균 전 지부장에게 보여줄 것이 없다며 한탄했다.

“쌍용차의 죽음은 한 개인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야. 이 학살의 현장에 사람들이 함께 해서 우리와 마음을 나누고 이해해주길 바래. 투쟁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어. 외롭고 힘든 투쟁이기에 연대가 절실해.”

인터뷰를 마친 김정우 지부장은 분향소를 찾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러 갔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 지부장의 얼굴에 잠시 웃음이 돌아온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에게 다시 봄이 찾아왔다. 잔인한 봄이 따뜻한 봄이 되는 날은 언제일까?
   http://www.vop.co.kr/A00000493216.html [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