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제작.
30년째 캐디로 일하는 50대 ㄱ씨에게 골프장은 다른 곳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일터였다. 1990년대에는 고객이 골프채를 건네면서 일부러 가슴을 건드리거나 지나가는 척 엉덩이를 만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항의라도 하다 고객과 갈등이 생기면 캐디가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책임으로 돌아왔다.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면 혼자 울거나 술을 마셨다.
세월이 흐르면서 노골적인 신체접촉은 줄었지만, 성적 수치심은 일의 일부가 됐다. 골프공을 올려놓는 티가 잘 꽂히지 않으면 "(캐디)언니한테 세워 달라고 해"라며 웃는 등 골프용어를 성적 의미로 비트는 말을 열 번 중 아홉 번 듣는다. 불과 3년여 전에는 노상방뇨한 고객이 자신의 손이 더러워졌다며 과자를 직접 먹여 달라고 요구한 일도 있었다. ㄱ씨는 "당하고만 살아서 얘기할 줄도 모르고, 참는 게 더 익숙한 분위기"라고 한숨 지었다.
10년차 캐디 30대 ㄴ씨는 스무 살 처음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을 때 "이런 말을 저한테 왜 하시냐. 골프하러 오신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지금은 불쾌함을 삼키길 택했다. 열 번 중 여덟 번은 못 들은 척하고, 도를 넘었다고 느낄 때는 웃으며 대응한다. 고객의 기분을 살피고, 경기를 잘 이끌어 가는 것도 캐디의 몫이기 때문이다. ㄴ씨는 "그럼에도 이 직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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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고, 이 일로 아이도 키웠다"면서도 "사람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디 10명 중 6명 성희롱 경험, 우울장애 위험 높아
1일 <매일노동뉴스>가 인터뷰한 복수의 캐디 노동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은 고객의 성적 언행, 폭언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지난달 30일 여성노조·이용우 더불어민주당·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골프장에 갇힌 캐디의 노동과 안전·보건 이야기' 토론회에서 발표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캐디 643명 중 61.6%가 지난 1년간 성희롱이나 성적 수치심을 경험했다. 언어폭력 경험률은 53%, 모욕적 행위 등을 포함한 괴롭힘 경험률은 37.9%였다. 각 피해 경험자 중 가해자로 고객을 지목한 비율은 성희롱 99.5%, 언어폭력 92.3%, 괴롭힘 89.2%였다.
감정노동 부담도 컸다. 근무시간 대부분 고객 등을 직접 상대한다는 응답은 60.1%로, 6차 근로환경조사 비교집단(20%)의 3배였다. 화가 난 고객을 상대한다는 응답은 22.4%로 비교집단(14.5%)보다 높았고,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놓인다는 응답도 24.1%로 비교집단(16%)을 웃돌았다.
정신건강도 우려스럽다. 36.2%가 우울장애 위험군으로,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성인 여성(6.5%)보다 약 5.6배, 성인 남성(3.5%)보다 약 10.3배 높은 수치다.
바다이야기 황금고래 종료
익숙해졌다고 정신적 고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태조사를 발표한 류지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사회건강연구소장)는 "생존방식을 스스로 찾아야 했던 것"이라며 "누적된 스트레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무력감에서 오는 우울감과 좌절감도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조법상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보호는 못 받아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노동자도 있다. 노동안전보건 책임 주체로 사업주·정부·고객 대신 '기타'를 선택한 22명 중 19명이 '본인'을 꼽았다. 류지아 교수는 "노동권, 안전보건 권리 자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고 사업장에 대한 신뢰가 낮아 내 몸을 지키는 건 나 하나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언행에도 항의하기 어려운 데는 수입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골프장에서 월급을 받는 대신 고객에게 직접 '캐디피'를 받는 데다, 고객과 갈등을 빚어 경기 도중 교체되면 수입을 잃기 때문이다. 캐디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식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박선영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연구위원은 "경기 진행과 안전을 책임지는 캐디가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 제공자로 취급된다"고 지적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도 보호의 공백을 낳고 있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사용자 개념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의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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