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여성·인권운동가 신숙옥 조명한 영화 '호루몽', 11일 개봉
▲재일 조선인 3세, 여성 인권운동가인 신숙옥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호루몽' 이미지. 사진은 지난 1999년 아사히TV 토론 당시 신숙옥의 모습.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사과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사과를 하고 있으니까 거짓말 같아 보인다는 거예요. 사죄라는 것은 말이죠. 상대방이 '아, 사죄했구나'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쪽에서 '사과했다, 잘못했다' 말해도 통하지 않는 것이죠. … 사죄한 다음에도 바로 또다시 망언이나 폭언이 나오잖아요. 사과해놓고도 번복하고 또 번복한다면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1999년 일본 아사히TV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재일 조선인 3세 신숙옥씨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사과 요구를 폄훼하는 패널에게 일침하는 영상이 유튜브와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씨가 일본 내 차별·혐오에 맞선 일대기를 그린 영화 '호루몽'의 배급사(엣나인필름)가 최근 공개한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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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내장 부위를 뜻하는 '호루몽'은 일본인들이 먹지 않고 버리는 내장을 깨끗하게 손질해 먹으며 생계를 이어간 자이니치(재일 조선인)의 생존과 역사를 상징한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일하 감독은 버려지던 음식이 일본의 대중적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자이니치의 역사와 문화 역시 외면당하거나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꽃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제목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호루몽'은 2017년 DHC텔레비전(화장품 기업 DHC 자회사)의 허위보도에 소송을 제기해 2023년 승리한 신숙옥의 투쟁을 따라간다. DHC텔레비전이 제작한 '뉴스여자'는 오키나와현 미군기지 시설을 반대한 평화운동 참여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서 신씨가 배후에 있는 것처럼 묘사했고, 신씨는 혐한 세력의 표적이 됐다. 외할머니에서 어머니, 신씨로 이어지는 3대 여성의 역사도 영화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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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3세, 여성 인권운동가인 신숙옥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호루몽' 포스터.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기자간담회에서 신씨는 “다들 차별을 오락처럼 즐기고 있는 세계가 되어 가고 있다”라며 차별과 혐오가 확산되는 사회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SNS와 뉴미디어 시대의 폭력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목소리를 내는 재일여성에겐 민족 차별과 여성 혐오가 겹쳐 가혹한 공격이 가해진다는 지적도 더했다.
신씨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힘으로 식민지배와 해방 이후 혼란을 겪고도 민주주의를 이뤄낸 한국 역사를 말했다. 단일 민족 국가는 존재할 수 없고 누구나 이주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연대해서 싸워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영화 '호루몽'은 오는 1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앞서 제22회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과 시청자·관객상,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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