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선사박물관이 지난달 30일 박물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전곡리유적 재검토’를 주제로 한국구석기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2026년 한국구석기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곡선사박물관 제공
연천 전곡리 유적이 ‘주먹도끼 발견’이라는 역사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유산 등재 등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유적의 형성 과정과 연대, 석기 제작 기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아시아 구석기 연구의 흐름을 바꾼 연천 전곡리 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선 고고학과 지질학 등 분야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과 한국구석기학회는 지난달 30일 박물관 다목적강당에서 ‘전곡리유적 재검토’를 주제로 2026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박물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유적의 퇴적층과 연대, 주먹도끼의 특징 등 기존 연구 성과를 되짚고 향후 연구 방향을 논의했다.
박물관은 지난해 전곡리 85-12번지 일원 출토 유물을 위탁·기증받고 올해 5월 이를 중심으로 기념전 ‘땅속의 땅, 전곡’을 선보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러한 조사·전시 성과를 학술적 논의로 확장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배기동 한양대 명예교수는 1978년 전곡리유적 발견 이후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발굴조사를 돌아보며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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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동아시아에 주먹도끼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기존 학설에 문제를 제기하며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배 교수는 기존 연구가 발견의 의미와 석기 형태 분류에 지나치게 집중됐다고 지적하며 제작 과정과 사용 흔적, 재료 수급 경로, 자연환경을 함께 분석하는 융합 연구를 강조했다. 그는 “전곡리 연구가 여전히 주먹도끼 발견이라는 사건에 머물러 있다”며 “석기를 만든 사람들의 행동과 당시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퇴적층·연대·주먹도끼…반세기 연구 다시 들여다봐
학술발표에서 김우락 겨레문화유산연구원 연구원은 기존 발굴조사의 퇴적층을 비교해 전곡리 일대 지층을 12개 층으로 구분하고 5개 유물층을 선별했다. 특히 현무암대지 바로 위 지층에서도 다량의 석기와 양면석기가 확인돼 구석기인들의 활동이 기존에 주목했던 시기보다 앞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연구원은 유적이 하천의 침식과 퇴적을 거치며 여러 시기의 인간 활동이 중첩된 복합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한 한 시기의 유적이 아니라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인간이 활동한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지형과 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를 강조했다.
김진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은 유적의 연대를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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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무암 형성과 석기의 매몰, 실제 제작·사용 시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연구에서 유물층의 가장 오래된 연대를 약 19만5천년 전으로 해석한 사례도 있지만, 이를 유적 전체나 모든 주먹도끼의 제작 시기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퇴적층의 연대가 곧 사람이 석기를 사용한 시기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연대측정 결과와 지층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형우 전북대 교수는 한반도 주먹도끼의 독자적인 특성에 주목했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주먹도끼가 시간이 흐르며 정교해진 것과 달리 한반도에서는 일관된 형태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후기 구석기시대 돌날과 좀돌날 등 새로운 석기 기술이 등장한 이후에도 주먹도끼가 함께 발견된 사례를 들어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공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서구의 주먹도끼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넘어 한반도 주먹도끼 자체가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전곡리유적의 세계유산 등재와 2029 연천 세계구석기엑스포, 발굴 50주년 등을 앞두고 구석기고고학계와 제4기 지질학계의 공동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곡선사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학술대회가 축적된 연구 성과와 새로운 자료를 함께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연구 성과를 전시·교육과 연계해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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