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줘.”
집도의가 말하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술 기구를 찾아 건넨다. 다른 로봇은 내시경을 잡고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 맞춰 시야를 옮긴다. 사람이 맡아온 수술 보조 업무를 휴머노이드가 대신하는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6일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시연회를 열고 개발 중인 로봇과 관련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5년간 진행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하나로 국립암센터와 전북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대학, 로봇기업 등이 참여한다. 현재 2차년도 연구가 진행 중이며 공개된 로봇은 개념 검증(PoC) 단계다.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의사가 콘솔에서 로봇팔을 움직이는 기존 수술로봇과 달리, 집도의 옆에서 명령과 수술 상황을 인식해 보조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다.
이날 시연에서는 담낭절제술을 가정해 로봇 한 대가 내시경과 견인기를 조작하고, 다른 한 대가 집도의에게 수술 기구를 전달했다. 실제 환자나 실험동물 대신 염소 간을 이용해 수술 환경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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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카메라로 기구의 형태와 위치를 인식한 뒤 집도의가 요청한 기구를 찾아 전달한다. 내시경을 잡은 로봇은 별도의 음성 명령 없이도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따라 시야를 이동한다.
현재 수술 도구 5종의 집기 성공률은 100%, 전달 성공률은 98.7%다. 음성 명령을 인식한 뒤 동작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 이내다. 다만 사람과 같은 속도로 기구를 전달하는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집도의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수술 흐름을 이해하는 로봇이다. 연구진은 수술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특정 장면 이후 의료진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액션 트리플렛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수술 장면을 보여줬을 때 인공지능이 다음 상황을 거의 완벽하게 맞춘다”며 “그걸 그대로 휴머노이드에 넣어주면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인공지능이 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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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료진마다 다른 수술 방식까지 반영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숙련된 수술 보조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이나 중소병원에서 로봇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내시경 유지나 기구 전달 등 반복적인 업무를 맡으면 의료진이 핵심 술기와 판단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2029년 첫 임상시험을 목표로 내시경 유지, 복강경 시야 조정, 조직 견인 순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전임상시험과 안전성 시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승인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등도 거쳐야 한다.
법적·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로봇의 오작동으로 환자나 의료진이 다쳤을 때 의료진과 병원, 개발사 가운데 누가 책임질지에 관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로봇이 오작동해서 환자나 의료진이 다쳤을 때 그 책임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는 게 맞다”며 “2단계에 가면 여러 기관과 협의해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과제 내용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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