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다시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아시아 시장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20% 가까이 오르며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석유 최고가격제에 눌려 17주 연속 하락했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민생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18일 발표해 19일부터 적용하는 10차 최고가격 역시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휘발유, 경유 등 가격은 계속 안정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국내 공급가격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기름값 반등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L당 1800원대 중반인 휘발유 가격이 다음 달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90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원유 공급 차질이 국내 도입 물량에 반영되는 11월부터는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겹치는 ‘진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10차 최고가격 동결돼도 10월부터 반등 예상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휘발유(옥탄가 92 기준) 가격은 15일 기준 배럴당 141.15달러로 지난달 말(117.98달러)보다 19.6% 올랐다. 6월 넷째 주 평균 가격(100.15달러)과 비교하면 40.9%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007.81원에서 1858.57원으로 149.24원(7.4%) 내렸다. 17주 연속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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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 것은 정부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국내 수급,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2∼4주마다 최고가격을 재설정한다.
지난달 22일부터 적용된 9차 석유 최고가격은 18일 종료된다. 국제유가 흐름대로라면 19일부터 적용될 10차 최고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추석 직전 인상에 나설 경우 귀성 비용과 장바구니 물가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이 문제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0차 최고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민생 물가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10차 최고가격이 동결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달 말까지 현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급등세가 이어질수록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할 정유사 손실과 미반영된 가격 인상 요인이 함께 누적된다. 추석 이후 11차 최고가격부터 상향 압력이 커지고, 실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 10월 초부터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L당 1800원대 후반을 넘어 1900원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걱정 말라”지만… 원유 수급은 11월부터 고비
16일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 기름값이 표시돼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웃돌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석유 최고가격제의 영향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17주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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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결 기자
이 대통령은 12일 X(옛 트위터)에 “유가에 관한 한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산업부도 14일 원유 수급상황 긴급 。검회의에서 9, 10월 도입 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수준으로 확보해 단기적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원유는 계약, 선적 후 국내 도착까지 통상 2, 3개월이 걸린다. 사우디 동서 송유관 피격과 홍해·호르무즈해협 긴장으로 이달 선적에 차질이 생기면 11월 도입분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수입 원유 중 사우디산 비중은 7월 기준 34.1%다. 송유관 정상화가 늦어져 미국과 남미 등에서 대체 원유를 들여오면 운임과 보험료가 올라 국내 기름값 상승 압력도 커진다.
정부는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는 스와프와 비중동산 원유 운임 지원 확대 등으로 공급 차질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원유 부족을 막는 수단일 뿐 국제 가격까지 낮출 수는 없다.
최고가격제 장기화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국내 가격을 실제 수급보다 낮게 묶으면 연료 소비를 줄일 유인이 약해진다. 7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886만 배럴로 지난해 7월(885만6000배럴)을 넘어 동월 기준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또한 정유사들의 손실을 재정에서 보전하기 때문에 가격 통제가 길어질수록 소비자가 아낀 돈을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할 규모도 커진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한시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길어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제도를 종료하는 게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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