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나무》, J.M.바셀콘셀로스 지음, 동녘, 2010년 (이미지제공=출판사)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펼치면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다가온다.? J. 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그렇다. 10대에는 제제의 엉뚱한 상상과 특별한 우정이 눈길을 끌었다면,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작품에서는 아이의 외로움과 부모의 고단한 현실이 함께 보인다.
작품의 주인공 제제는 영리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이다. 작은 라임 오렌지나무 밍기뉴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지만,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로 취급받는다. 어른들은 제제를 꾸짖고 때리면서도 정작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에는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 앞에서 제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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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이의 행동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품은 아이를 훈육하는 어른의 태도에도 질문을 던진다. 아이는 어른의 가르침뿐 아니라 일상에서 드러나는 말과 행동까지 배우며 성장한다. 아이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어른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렇다고 제제의 부모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생활고와 육아에 지친 어머니, 실직으로 움츠러든 아버지의 모습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의 무게가 담겨 있다.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아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정이 아이에게 가해진 폭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작품은 아이의 상처와 부모의 고단함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제제의 친구 뽀르뚜까 아저씨는 이와 대조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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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제제를 말썽꾸러기로 단정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나이와 처지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우정은 한 아이에게 자신을 이해해 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낸다.
밍기뉴라는 상상의 친구가 있었음에도 제제에게는 현실에서 마음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뽀르뚜까 아저씨와의 만남이 특별한 이유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이별은 깊은 상실로 이어진다.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 남기는 아픔뿐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이 한 사람의 삶에 남기는 흔적까지 생각하게 한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장난꾸러기 소년의 성장담을 넘어 아이와 어른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에는 제제의 상상력이 흥미로웠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그 상상력 뒤에 가려진 외로움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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