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예성과 차은영이 25일 일본 아이치현 미요시시 미요시호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누 2인승(C-2) 500m 결선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다. 두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카누 용선 남북 단일팀 멤버로 뛰었다. 이날 결선에서는 9위에 그쳤다. 미요시=하상윤 기자
북한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전략 종목의 기량을 국제 무대에 과시하면서, 북한 사회 내부의 자긍심과 결집을 높일 장치로 활용했다. 그러나 정작 대회에 참가한 10~20대 선수들은 현지에서 강도 높은 총화 작업과 통제에 갇혀 ‘청춘 본능’을 억누르고 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도 ①수시로 총화 작업을 진행하고 ②경기장 안팎에서 외부 노출 및 접촉을 원천 차단하며 ③경기 외 시간엔 선수들을 사실상 숙소에 가둬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총화가 이뤄진 역도 경기장을 비롯, 축구장, 사격장, 체조 경기장, 카누 경기장 등에서 만난 북한 선수들은 '교류와 화합'에서 동떨어진 채 고립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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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회 관계자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숙소에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묵을 때에도 북한 선수들은 외출이나 개인 훈련조차 하지 못하며 철저히 외부와 차단됐다"면서 "선수들이 묵는 층엔 보위부(현 국가정보국) 요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숙소 주변 산책은커녕 편의。을 이용하는 북한 선수들을 봤다는 이들조차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北 체조 선수들,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감상
그럼에도 대회 현장 곳곳에서는 통제 지침과 또래 관심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이 감지됐다. 지난달 24일 기계체조 경기가 열린 나고야 종합체육관에선 관중석에 모여 앉은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스마트폰 한 대에 담긴 자신들의 사진을 돌려보며 여느 10~20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기자가 다가서거나 다른 나라 선수들이 인사를 건네면 재빨리 휴대폰을 감추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북한 안창옥을 누르고 여자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을 차지한 여서정(24)이 시상대에 오를 땐 다른 나라 선수단이 일제히 축하했지만, 북한 선수단은 우두커니 앉아 박수조차 치지 않는 등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28일엔 북한 선수단이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돌연 기자회견을 자처해 ‘북한’이란 국호를 쓰지 말고 "정식 국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 써 달라"며 국내외 취재진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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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와 교류는 피하면서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안에는 즉각 항의에 나선 것이다.
북한의 폐쇄적인 태도가 이어지자, 스포츠가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할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 선수단에서도 거리를 두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뤄 금메달을 합작, 북한 선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던 카누 선수 및 관계자들도 이번엔 눈인사 정도만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라면서 "북한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해 우리가 먼저 인사를 피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일방 소통, 익숙지 않아" "우리가 먼저 피하기도"
과거 남북 탁구 단일팀의 경험이 있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태도에 공개적으로 아쉬움 표하며 "억지로 접촉하려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건 익숙하지 않다"라면서 "한국 선수단 챙기는 것도 바쁜데 (경색된 관계를) 풀어보겠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남북 대화의) 기류가 형성된다면 스포츠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포츠를 통한 관계 개선의 틈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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