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범죄 이후 남겨진 질문…데이비드 그레이그 ‘그 사건’ 한국 초연 클레어와 소년의 대면, 라이브 합창·타악·힙합으로 폭력과 공동체를 묻는다
개막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는 배우들. 사진제공 |극단잔다리, 극단예모리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혐오와 폭력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참극을 겪은 사람들은 다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연극 ‘그 사건(The Events)’이 9월 메리홀 소극장에서 국내 초연돼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면을 통해 이 질문을 파고든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가 주최하고 극단잔다리와 극단예모리가 공동 제작한다. ‘그 사건’은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집단 총기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2013년 에딘버러에서 초연됐으며 캐롤 탬버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교회 부속 지역 합창단에서 벌어진 총기 살해 사건 이후를 다룬다. 한 소년이 합창단 연습 중 총기를 들고 들어와 사람들을 살해하고, 합창단 리더 클레어만 살아남는다.
클레어는 사건이 벌어진 이유와 소년이 총을 든 이유를 찾아 나선다. 가해자의 배경을 추적하고 그와 마주하면서 이해와 용서의 가능성까지 더듬는다
아바타 게임
.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워할 수 있죠?”라는 클레어의 대사는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압축한다.
‘그 사건’은 범죄가 벌어진 순간보다 그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초.을 맞춘다. 이해하기 어려운 가해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폭력으로 파괴된 공동체가 무엇을 통해 상처를 받아들이고 회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면은 증오와 차별, 사회적 폭력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들여다보는 통로가 된다.
작품의 시간과 공간은 사실주의적 전개를 따르지 않는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순서대로 설명하기보다 클레어의 의식을 따라 파편적인 답변들을 펼쳐놓는다. 이미 벌어진 참극 앞에서 남은 질문은 결국 “왜?”다.
이번 한국 초연에서는 원작의 커뮤니티 합창단 대신 전문 배우들이 합창단을 맡는다. 이들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건을 설명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극에 개입하고 관객의 시선을 대신하며 인물들의 의식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존재로 등장한다.
주용필 연출은 객석과 배우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바다이야기PC버전
. 한국적 리듬을 담당하는 송태환의 타악 연주를 비롯해 라이브 합창곡과 힙합 음악도 사용한다.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클레어의 심리를 음악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풀어내기 위한 구성이다.
주용필은 ‘햄릿, 쓸모있는 인간’, ‘상현망’ 등을 연출했다. 음악감독 김동기는 영화 ‘삼거리극장’, ‘궁합’, ‘러브픽션’과 뮤지컬 ‘안녕, 프란체스카’, ‘댄서의 순정’, 연극 ‘엄마의 열전’에서 작곡과 음악을 맡았다.
영화감독 변영주는 작품에 대해 “공포, 두려움, 불안함. 그리고 그 칠흑 같이 어두운 심연이 만들어내는 혐오, 지독한 자기연민, 증오, 참담한 폭력의 결과물들”을 언급하며 “무엇이 우리와 미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게 하는지를 증명해가는 과정과도 같은 연극”이라고 평했다.
‘그 사건’이 향하는 곳은 범죄의 재구성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의 질문이다. 폭력의 이유를 끝까지 묻는 클레어와 그 곁에 선 합창단을 통해 혐오 이후 공동체가 다시 함께 살아갈 방법을 관객에게 되묻는다.
폭력의 원인을 이해하는 일과 가해자를 용서하는 일은 같은 답이 아닐 수 있다. ‘그 사건’은 그 사이에서 쉽게 끝나지 않는 질문을 관객에게 남기는 작품이다.
주용필은 ‘햄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