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요양시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시장에 진출한 보험사들은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설을 새로 확보하는 데 수백억 원이 필요한 데다 비급여 서비스와 인력 운용 등에 대한 제약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에 맞춰 민간의 요양시설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라이프가 수도권에서 운영하는 5개 요양시설의 입소 정원은 총 673명이다. 반면 입소 대기자는 중복 신청을 포함해 5000여 명으로 정원의 7배를 웃돈다. KB라이프는 2019년 위례빌리지를 시작으로 요양시설을 확대해왔으며 현재 5개 시설의 평균 입소율은 95%에 달한다. 일부 시설의 1인실 월 이용료가 300만 원을 넘지만 도심 접근성과 서비스 품질 등을 이유로 입소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높은 수요가 아직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올 상반기 53억 6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케어와 삼성노블라이프도 각각 16억 5300만 원, 14억 9500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6년 설립돼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요양사업에 뛰어든 KB골든라이프케어 역시 아직 손익분기.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와 달리 일본에서는 보험사의 요양사업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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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형 보험그룹 SOMPO 산하 SOMPO케어는 2025회계연도 66억 엔(약 58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43억 엔보다 53.5% 늘었다. SOMPO는 시설형 요양뿐 아니라 재가요양 등을 아우르며 요양사업을 그룹의 주요 사업 축으로 확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국내 요양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높은 시설 투자비를 우선 꼽는다. 국내 요양시설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100명 규모 시설 하나를 새로 조성하려면 500억~600억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땅값이 높은 서울 등 도심에서는 신규 시설을 빠르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에 장기 임차 방식의 요양시설 운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 등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지만 높은 땅값 때문에 시설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렵다”며 “10년 이상 장기 임차 계약을 통해 입소자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을 확보한 뒤에도 추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현행 장기요양보험 체계에서 입소자에게 별도로 받을 수 있는 비급여 비용은 식재료비와 이·미용비, 상급침실료 등 3종으로 제한돼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추가 돌봄이나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별도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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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려는 국내 수요는 존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서 가족 보호자의 47.8%는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질 높은 서비스에 돈을 더 내겠다는 수요가 있지만 이를 추가 수익으로 연결할 통로는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확보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요양시설은 입소자 2.1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해야 한다. 반면 요양보호사 공급은 2034년 80만 6000명을 정。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수준의 업무 부담을 유지하려면 추가 인력이 2033년 33만 2000명에서 2043년에는 99만 명까지 늘어나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입소자 3명당 간호·개호직원 1명을 기본으로 하면서 돌봄테크를 활용하는 시설에는 일정 요건 아래 3명당 0.9명까지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스마트 요양 시스템을 갖춘 일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 1명이 최대 8명의 입소자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도 돌봄기술을 활용하는 시설에는 인력 배치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돌봄로봇 등을 활용하면 요양보호사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인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돌봄기술의 현장 활용을 지원하고 효과가 검증된 기술에는 장기요양보험 수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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