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에 ‘심리상담’을 추가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임상심리학계와 충돌하고 있다.
복지부는 현장에서 이미 이뤄지는 업무를 법령에 반영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임상심리학계는 직역별 교육·수련 과정이 다른 상황에서 심리상담을 공통 업무로 규정하면 전문성과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임상심리학계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800명 규모의 ‘범 심리상담계 총궐기 집회’를 열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복지부 “현실 반영”… 공통 업무에 ‘심리상담’ 추가
18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 7일 입법예고됐다. 의견 제출 기간은 다음 달 19일까지다.
개정안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되면 정신건강임상심리사뿐 아니라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 등도 국가·지자체 등이 시행하는 심리상담 사업에서 업무를 수행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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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달리3
복지부는 이번 개정이 새로운 업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업무 실태를 법령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2024년부터 심리상담 바우처사업의 서비스 제공 인력으로 참여하고 있고, 재난 현장에서도 심리 지원 업무를 수행해 온 만큼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지난 6월에도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지만 관련 직역의 반발로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이후 4대 정신건강전문요원 직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했으나 합의.을 찾지 못했고, 각 직역이 개별 의견서를 제출하는 데 그쳤다.
◇임상심리학계 “전문성 훼손”… “수련 기준부터 마련”
임상심리학계는 직역마다 교육·수련 과정이 다른 만큼 심리상담을 공통 업무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과 장기간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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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심리학회에 따르면 현행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 과정에서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집단치료, 가족치료 등이 법정 필수 수련과목으로 편성된 직역은 임상심리 분야가 유일하다.
임상심리학계는 업무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상담의 수준과 범위, 구체적인 수련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세종시에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40대 A씨는 “상담은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고 적절한 상담 방법을 정해 그 효과까지 살펴보는 과정”이라며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 전문성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임상심리학계는 공통 업무가 필요하다면 ‘심리상담’ 대신 ‘정신건강상담’이라는 별도 명칭을 사용하고, 초기 면담과 정신건강 정보 제공, 위기 대응, 서비스 연계·사례 관리 등으로 업무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인 배성만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상담은 대학원 심화 교육과 수천 시간의 임상 수련을 통해 엄격한 정신병리 감별과 심리 평가가 선행돼야만 가능한 전문 의료·임상 행위”라며 “국민이 국가로부터 검증된 전문가에 의한 안전하고 질 높은 상담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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