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4.rgg799.top 】
바다이야기오락실 ┮ 43.rgg799.top ▒ 릴짱
바다이야기예시 ┻ 80.rgg799.top ┺ 바다이야기릴게임
바다이야기사이트 ∝ 26.rgg799.top ∀ 쿨사이다릴게임
사아다쿨 ㎤ 16.rgg799.top ㎏ 바다신2 다운로드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스르르 스르르. 자동 센서에 반응하듯 작은 구멍들이 하나둘 열린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귀 기울여보니 바로 내 몸의 모공이 열리는 소리다. 온몸의 모공은 전면 개방이다. 그 사이로 땀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온다. 덩달아 정신줄도 줄줄 빠져나간다.
한여름의 한가운데였다. 야외 활동을 자제해라. 외출을 자제해라. 재난 문자가 엄마의 잔소리처럼 무한 반복되던 때였다.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든 날. 그런데 여러분, 놀라지 마시라. 나는 이 더위에 이사를 했다.
4년 만의 이사다. 둘째가 진학한 고등학교까지 편도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통학 이슈로 급하게 이사를 왔다. 12월 중순, 엄청 추운 날이었다. 이젠 고등학교도 졸업했고 살던 동네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8월 초, 엄청 더운 날이 당첨되었다.
'40도'가 옆집 아이 이름처럼 친숙한 날에 이사라니. 주변 사람들은 모두 부의금을 낼 것 같은 표정으로 같은 소리를 했다. 세상에나. 어떡하냐고. 하지만 정작 내가 '어떡하지' 싶었던 건 더위가 아니었다. 살림 다이어트였다. 이번에는 방 하나를 줄여 이사를 해야 했다. 방 하나 분량의 살림을 덜어내기 위해 우리 집은 7월 초부터 이사 모드로 스위치를 올렸다.
버려야 하는 아내
"이거 버리자."
"안 돼. 쓰는 거야."
"그럼 이건?"
"그건 중요한 거야."
"이걸 어디에 써?"
"다 쓸데가 있어."
"아, 쫌!!"
나는 잘 버리는 사람이다. 남편은 못 버리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별문제 없던 성향 차이가 이사를 앞두자 '성격 차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맞붙었다. 내가 버리는 기준은 딱 하나. 옷이든 물건이든 2년 이상 손이 가지 않았다면 정리 대상 리스트에 올린다. 그리고 그 물건들의 향후 사용 가치를 다시 한번 매겨보고 최종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옷은 주로 친자매님에게 주었고, 생활용품은 당근 혹은 나눔으로 초고속 정리 과정을 밟는다.
나는 나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씩은 '버리는 병'이 과하게 도질 때도 있다. 딸이 중학생이 되던 해, 딸 방을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하얀 펜을 주웠다. 습관대로 종이에 그어보니 심도 없는 모형 펜이었다. 어디서 이런 쓸데없는 걸. 버릴 것을 득템한 나는 신나게 쓰레기통으로 골인시켰다.
"엄마 엄마!!!! 내 방 치우다가 펜슬 못 봤어?"
"펜슬? 연필?"
"아니. 하얗게 생긴 펜슬. 아이패드 펜슬이 없어졌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눈동자는 갈 길을 잃고 헤맸다. 어제 쓰레기통에 골인한 펜슬은 종량제 봉투에 야무지게 담아 버렸다. 지금이라도 달려 나가 드라마처럼 쓰레기장의 봉투들을 뒤집어야 하나 했지만, 나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울고불고 방바닥을 뒹구는 딸의 속상함을 안타까워하는 부모 코스프레를 하며 십수만 원짜리 펜슬을 새로 사주었다(윽- 내 발등).
반면, 못 버리는 병에 걸린 남편의 손에 들어간 물건에는 정리해고란 없다. 영원한 가족이 된다. 20년 전 나이키 운동화를 담아왔던 상자도 그대로다. 연애할 때 내가 처음으로 선물한 골덴 자켓도 옷장 안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상자 안에는 처음 샀던 아이폰도 있고, 충전기를 잃어 외로운 디카도 있다.
"정말 이해를 못 하겠어. 이 고물덩이를 왜 못 버리는 거야?"
"작동이 되는데 왜 버려. 내가 쓸 거라니까."
"아니, 놓을 곳이 없으니 그렇지."
"머리에 이고 있든지 내가 알아서 할게. 건드리지 마."
▲ 문제의 오디오 세트?버리자는 여자와 안 된다는 남자 사이에서 살아남은 20년 넘은 오디오 세트
ⓒ 정현주
그러다 사달이 났다. 주인공은 구입한 지 20년이 넘은 오디오 세트였다. 안 그래도 버릴 물건을 한쪽에 모아놓을 때마다 남편이 다시 꺼내놓아 짜증이 나던 차였다. 웬만하면 내 말에 동의하던 남편이 유독 오디오 세트 앞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버리자 말자 하던 실랑이는 어느새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나는 예전과 달리 내 말을 듣지 않는 남편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전형적인 갱년기 꼰대가 됐구나'라는 결론까지 내렸다(막장 드라마급 전개). 결국 오디오만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새 집으로 가져가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팽팽한 대립각은 그렇게 잠시 휴전 상태가 되었다. 드디어 8월 5일, 이사를 했다. 그리고 '이삿짐 정리'라는 지옥의 문이 열렸다.
가져야 하는 남편
자정을 넘긴 늦은 밤, 우리 집은 여전히 환한 노동현장이었다. 나는 주방에서 그릇을, 남편은 거실에서 책장을 정리했다. 아이들도 각자 방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한참 부산스럽던 집 안은 피로가 쌓이자 조금씩 조용해졌다.
갑자기 "남들도 모르게..." 하는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이문세의 <옛사랑>이었다. 휴대폰 스피커와는 울림부터 달랐다. 거실 쪽을 바라보니 남편이 온몸을 접어서 오디오 세트를 장식장에 세팅하고 연결한 것이었다.
"이럴 땐 노동요지"라며 남편이 볼륨을 올렸다. '노동요가 무슨 발라드람' 피식거리며 주방을 정리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내가 거실로 다가가자 남편은 또 버리자는 줄 알았는지 몸을 움찔했다. 나는 오디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재생 버튼을 멈추고 CD를 꺼냈다. 남편이 불안한 강아지처럼 살금살금 옆으로 와서 곁에 앉았다.
CD에 적힌 글씨는, 2002년 발라드 모음. 남편이 구운 CD였다. 당시 남편은 유행하는 노래들을 유료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해 CD로 구워 내게 건네곤 했다. 생일도 기념일도 아닌 평범한 날에도 이어진 음악 조공이었다. 차 안에 CD를 넣어두고 출퇴근길마다 듣던 시절이 떠올랐다.
▲ 수제로 구운 CD?남편이 버리지 못한 건 CD가 아니라, 그 안에 구워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 정현주
남편이 절대 버리지 못했던 것들. 나는 의미 없고 거추장스럽다고 잊었던 것들. 그 시절 노래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남편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그때 비싸서 고민했었는데 좋은 거 사길 잘했다. 지금까지도 음질이 좋네."
살다 보면, 한때 결혼을 결심하게 했던 상대의 모습이 싸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남편의 아기자기하고 물건을 아끼는 모습을 좋아했다. 연애할 때는 그게 섬세함으로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답답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음악은 휴대폰으로 들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오래된 오디오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었다. 내게 물건을 정리하는 기준은 '쓸모'였다. 남편에게는 어쩌면 그 물건과 함께한 '시간'이 기준이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물건을 두고 우리는 다른 것을 보고 있었던 셈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오디오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다. 이 기사를 송고하면 나는 집 정리를 할 것이다. 수그러들지 않는 더위에 땀을 흘리며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또 골라낼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안 쓰는 물건을 보면 버리고 싶고, 남편은 여전히 오래된 상자에 손도 못 대게 할 것이다.
달라진 건 아주 조금이다. 방은 하나 줄었지만, 서로의 다름을 놓아둘 자리는 조금 넓어졌다. 서로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려던 힘을 조금 뺀 만큼이다. 딱 그 만큼이 우리 부부에게 생긴 작은 해방구인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남편은 나의 어떤 .에 반했던 것일까. 정리를 잘해서?
《 group 》 요망진 중년 : https://omn.kr/group/2026_midlife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처럼 요망지게(야무지게), 똘망똘망하게, 유쾌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게 살아온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에 반했던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