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한 표정 만드는 플레멘 반응
(사진 매그니픽(프리픽))
고양이가 입을 반쯤 벌리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면 그는 방금 맡은 흥미로운 냄새를 열심히 분석하는 중이다. 고양이는 일반적인 냄새와 페로몬을 감지하는 기관이 다르다. 음식이나 꽃향기 등은 콧속 후각 상피를 통해 대뇌로 전달하고, 페로몬은 입안에 위치한 야콥슨 기관(Jacobson’s organ)으로 보내 대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시상하부나 편도체로 전송한다. 이때 고양이는 야콥슨 기관을 활용하면서 독특한 표정을 짓게 되는데, 이 순간의 넋 나간 표정이 ‘플레멘 반응(flehmen response)’이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강하게 반응하는 페로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고양이 자체 페로몬이 있다. ‘얼굴 페로몬’은 뺨, 턱, 이마, 귀 밑, 입 주변에서 분비하며, 영역 표시와 사회적 유대감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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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락과 패드에서 분비되는 ‘발바닥 페로몬’은 스크래칭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장소를 확인하는 용도다. ‘어미의 진정 페로몬’도 있다. 출산한 어미 고양이의 유선에서 분비되며, 새끼뿐 아니라 성묘에게도 강력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다묘 가정의 고양이 간에는 경계심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소변과 항문선 등에서 나오는 ‘비뇨기·생식기 페로몬’은 발정기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거나, 위협 상황에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작동한다.
집사 체취는 강력한 안정감 신호
(사진 매그니픽(프리픽))
다른 동물이나 식물이 발산하는 페로몬 유사 물질에도 고양이는 플레멘 반응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캣닙(catnip)이 있는데, 이 식물 속 화학 성분이 야콥슨 기관을 자극해 고양이를 흥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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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의 체취나 오줌에 포함된 화학 물질 역시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유발하는 유사 페로몬이다.
사람은 어떨까. 페로몬은 아니지만 사람의 땀에 포함된 특정 성분은 고양이에게 강력한 자극제나 반응 유발 물질로 작용한다. 고양이가 집사가 입었던 옷이나 양말, 신발 등에 얼굴을 문지르는 행동이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의 겨드랑이나 발에서 나는 땀은 지방산과 젖산이 많은데 이 성분이 고양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귀지 역시 고양이의 플레멘 반응을 부른다. 귀지의 단백질, 지방, 아미노산 성분 등이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향과 비슷해서다.
집사의 고유한 체취도 페로몬 못지않다. 집사가 외출했을 때 고양이가 집사의 이불이나 베개, 옷가지에 올라가 잠을 청하는 것은 집사의 체취가 고양이에게 강력한 안정감의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매그니픽(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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