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내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섰다. 전장연은 4년 넘게 이어온 시위를 끝내기 위해서는 이동권과 노동권, 자립생활 등을 뒷받침할 예산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24일 1호선 서울역(시청역 방면) 4-1 승강장에서 오는 2027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73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오전 8시10분. 광운대행 열차의 접근을 알리는 안내음과 함께 승강장에서 “투쟁”이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승강장 앞줄에는 휠체어 27대 가량이 늘어섰고 그 뒤를 주황색 조끼를 입은 활동가들이 채웠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예산 없이 권리 없다. 2027년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서자 출근길 시민들은 앞줄에 늘어선 휠체어 사이로 발걸음을 옮겨 열차에 탑승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전장연 시위에 따른 1호선 열차 무정차 통과는 없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내년도 정부 예산이 820조원 규모로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 권리 예산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많은 정부를 거쳤지만 장애인의 권리는 늘 뒤로 밀려났다”며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예산이 없거나 제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장애인 정책은 늘 뒷걸음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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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장애인의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의 상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가 본격화하자 서울교통공사의 경고 방송이 승강장에 울려 퍼졌다. 공사 측은 “철도 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안전법 제48조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사의 경고 방송이 커질 때마다 전장연 측도 마이크 음량을 높이면서 양측의 목소리가 승강장 안에서 뒤섞였다. 이영숙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우리가 이렇게 외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 시민과 정치인, 대통령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느냐”며 “정치권이 말로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고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평등은 최소한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은 버스가 와도 탈 수 없고 특별교통수단을 예약해도 1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에서 수십 년간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민희 플랫폼씨 활동가는 앞선 전장연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면담을 언급하며 “박 장관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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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멈춰라. 그래야 합리적인 대화 상대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서울시장 후보로써 전장연을 만났을 당시에는 입장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시위를 이유로 장애인 관련 일자리를 없앴다고 비판하며 전장연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했다”며 “이제는 기획예산처 장관이 돼 먼저 조용히 해야 장애인 권리를 검토할 명분이 생긴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서는 전장연 활동가와 출근길 시민 간 날 선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8시20분쯤 한 시민이 활동가들을 향해 “왜 출근 시간에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느냐”, “이게 잘하는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활동가들이 “지나가세요”라고 응수하는 등 언쟁이 이어지자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시민을 제지했다. 출발을 기다리던 열차 안에서는 일부 승객이 열린 출입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승강장 상황을 지켜봤다.
시민과의 마찰이 잦아든 뒤에도 승강장에서는 한동안 긴장감이 이어졌다. 뒤이어 연대발언에 나선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앞서 한 시민이 시위대의 발언을 ‘고성’이라고 지적한 것을 겨냥해 “우리가 하는 것이 고성이냐.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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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계속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영역도 확장돼 왔다”며 “이 목소리가 장애인과 시민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출근길 지하철 타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돼 4년 넘게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3일 첫 출근길 지하철 타기에 나설 때부터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랐다”며 “장애인 권리 예산은 단순한 예산 증액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제다. 오늘 출근길 지하철 타기가 정말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약 1시간30분간 이어진 시위가 끝난 뒤 전장연은 오전 9시39분쯤 서울교통공사 측 안내에 따라 서울역에서 1호선 시청역 방면 열차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정거장 뒤인 시청역에서 내려 서울시의회로 이동했다.
전장연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5조8000억원 규모의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보다 약 2조6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별교통수단 운영 지원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평생교육, 자립생활 지원 등이 주요 요구 사항이다.
박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은 지난 19일 박 장관과 만나 관련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박 장관은 장애인 정책과 예산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시위 강도에 따라 예산 심사 원칙을 달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당시에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