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력을 쌓아야 할 청년 앞에서 일자리 사다리의 아래쪽 발판이 사라진 모습을 형상화한 AI 이미지.
청년들을 만나 취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자주 듣게 되는 고민이 있다. 신입을 뽑는 자리인데도 실무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요구하고, 이제는 생성형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역량이 됐다는 것이다. 취업하려면 경험이 필요한데, 정작 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첫 일자리는 .. 줄어들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던 이런 변화는 이제 노동시장의 숫자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29세 청년 일자리는 28만 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 8000개가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정보서비스와 출판, 프로그래밍, 전문서비스 등 상대적으로 고학력 청년들이 진입해온 분야에서도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물론 모든 원인이 AI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공채가 줄고 경력직 선호가 강해진 것도 오래된 흐름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AI가 그 변화를 훨씬 빠르게 만들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줄어드는 일자리가 청년들이 처음 일을 배우던 자리와 겹친다는 。이다.
청년들은 보통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중요한 판단을 자리를 맡지는 않는다. 작은 업무를 맡고 자료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고쳐오라는 말을 들으면서 일을 배웠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했다. 처음부터 능숙해서 경력이 생긴 것이 아니라, 일을 해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경력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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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청년들에게는 정반대의 요구가 생기고 있다. 취업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신입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간극이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자격증을 따고 교육을 받으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제는 AI 활용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많은 청년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을 준비해 나가야 할지’만큼이나 ‘내가 어디에서 일할 수 있을지’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최소 기준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다.
최근 서울시 G3 서울 기획위원회에서는 ‘청년 AI 사다리’를 논의했다. 서울시는 이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AI 사용권을 제공하고, AI 활용 공간과 취·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넓힌다는 。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관련 논의를 하면서 계속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AI를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것과 AI 시대에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은 같은 것일까.”
청년이 생성형 AI를 능숙하게 사용한다고 해도 기업이 신입을 뽑지 않는다면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AI 교육장에서 배우는 것과 실제 회사에서 고객의 요구를 듣고 동료와 부딪히며 자신의 결과물에 책임지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앞으로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AI 교육의 숫자만 늘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일정 기간 선배와 함께 일하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진짜 일 경험’을 어떻게 늘릴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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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흥미로운 .은 같은 기간 청년 일자리는 줄었지만 50대 일자리는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인구구조 변화와 일자리 공론화 특별위원회’에서도 고령 인력의 계속고용과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도 결국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중장년이 더 오래 일하면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인가.
두 세대가 일자리를 나눠 갖도록 하는 것보다 함께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숙련자가 실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청년이 AI를 활용한 조사와 분석, 실행을 담당하면서 함께 결과를 만드는 방식이다.
AI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기업에 사람을 더 뽑으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비용과 생산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년에게 AI 사용법을 하나 더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AI와 함께 실제 일을 해볼 첫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작은 업무부터 맡아보고 실패하고 수정하며 누군가에게 배우는 과정, 그렇게 결국 경험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AI 시대 청년 일자리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몇 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경험이 없는 사람’이 ‘경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첫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앞으로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얼마나 많은 청년에게 AI를 가르쳤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청년에게 AI 시대에도 실제로 일하며 성장할 첫 기회를 만들어줬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원규희의 청년 데이터 시그널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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