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셸 오토니엘의 설치작 ‘코스모스’를 한 관람객이 올려다보고 있다. 문화재단1963 제공
“미로는 ‘두려운 것’을 마주하는 공간입니다. 기쁨, 슬픔, 헌신, 사랑과 같은 ‘진지한 감정’ 말입니다. 저도 그 안에서 오랜 세월 헤매었죠. 하지만 우린 반드시 그 미로를 경험해야만 합니다.”
‘유리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63)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부산 수영구 F1963. 오토니엘 작가는 ‘두려운 것’이라 했으나, 이곳엔 요즘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하다. 야외 정원 연못에 황금빛 구슬을 꿰어 만든 연꽃이 피었고, 석천홀에선 맑고 투명한 유리 목걸이가 알록달록 고운 자태를 뽐낸다.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다.
오토니엘 작가는 미술 애호가들에겐 호암미술관 희원의 ‘황금연꽃’으로 각인됐고,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졌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전역에서 열린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을 바탕으로 한다. 1963년 고려제강의 공장으로 탄생, 10년 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F1963의 넓고 높은 공간 특성에 맞춰 새롭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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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치와 조각, 회화 등 120여 。을 소개한다.
부산 첫 개인전을 위해 최근 방한한 오토니엘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로를 겪으며 사람은 무언가를 감행하게 된다”고 했다. 즉, 그에게 미로는 성장의 기회, 사는 법의 터득이다. 그렇다면 ‘사랑 안의 미로’란 사랑을 깨우치게 해 주는 장치쯤 될까. 이에 대해 오토니엘 작가는 “사랑을 지니고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자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선명한 색감과 직관적 형태 덕에 누구나 호감을 갖게 되고 소장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작가는 더 깊고 오묘한 세계가 기다린다고 했다. 즉, ‘오토니엘의 우주’로 성큼 들어와 달라는 것. 그는 전시를 “하나의 ‘시적 세계’라 여기며 관람해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유리 구슬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주변 풍경이 거꾸로 뒤집혀 비치는 모습을 살펴봐 주세요.”
제목은 삶의 불가해함을 ‘미로’에 비유했는데, 실제 전시도 ‘미로’ 형태를 띤다. ‘오토니엘의 우주’에 다다르기 위해선 여러 개의 방을 거쳐야 한다.
정원에서 치유의 상징인 연꽃을 만난 후 실내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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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여 개 푸른색 유리 벽돌을 깔아 놓은 ‘푸른 강’이 나온다. 위로는 오토니엘의 대표작 ‘목걸이’ 연작 30여 。이 달렸다. 그가 말한 대로 구슬 속을 가만 들여다본다. ‘나’도 있고, ‘너’도 있다. 세상이 거꾸로 맺힌 풍경이 아름다우면서도 애처롭다.
이어, 꽃을 주제로 한 회화 연작과 설치작 ‘연분홍빛 강’ ‘분수’ 등을 지나 유리 벽돌 탑이 모인 방으로 들어간다. 질서 정연하게 포진한 탑들은 침묵하는 수행자들 같다. 이때 전시장은 잠시 경건한 사원이 된다.
사랑에서 출발한 여정은 자연과 종교를 넘어 마침내 ‘우주’로 향한다. 마지막 방은 광활한 우주의 축소판. 지난해 아비뇽 교황청 대예배당 천장을 수놓은 지름 4m의 ‘코스모스’와 12개의 별자리를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 연작이 유한한 인간과 무한한 우주를 연결한다. “미로를 헤매듯” “시를 읽듯” 전시를 봐 달라고 했던 작가는 ‘코스모스’ 앞에서 유독 평온해 보였다. 인생의 미로, 예술의 미로에서 다소간 해방된 듯하다.
“고대 그리스어 ‘코스모스’는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의 반대말입니다. 모든 것이 평화롭게 배열된 상태에서 각자 자신의 별자리를, 꿈을, 사랑을 찾길 바랍니다.” 12월 31일까지, 1만 원.
라”는 바람을 전했